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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14. 2024

믿는 대로 나를 만드는 글쓰기

피그말리온 효과

그리스 신화에는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사랑하는 조각가 등장한다. 그는 조각상에게 '갈라테이아'라고 이름도 붙였다. 그에게 갈라테이아는 세상 어느 여인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이런 그의 진심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까지 전해진다. 진실한 사랑에 감동받은 아프로디테는 이 둘의 사랑을 이루어주려고 조각상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조각가가 간절히 바라는 대로 갈라테이아와 진실한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조각가의 이름은 피그말리온이었다. 무언가 간절히 바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이 여기서 유래되었고, 이를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이름 붙여졌다.


운명이라고 할 만큼 스파크가 튄 건 아니었다. 그저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했다. 기대감을 가진 근거가 있었다. 태어나서 그때만큼 책을 많이 읽은 적이 없었다. 단 6개월 만에 자기 계발서를 1백 권이나 읽었다. 책을 읽은 것도 계획에 없었지만, 단시간에 그만큼 읽어 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기대보다 자신감이었던 것 같다. 1백 권의 자기 계발서에서 배운 대로 책을 쓰면 내 인생에도 더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믿음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믿으면 믿는 대로 된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생각한 대로 안 됐다. 책을 쓰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설픈 치기로 달려들 게 아니었다. 몇 달 못가 포기했다.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기회였다. 그랬다. 나는 43년 동안 책을 멀리했고, 도전은 언제나 흐지부지였고, 누구처럼 영리하지도 못했다. 믿는 대로 된다는 단순한 생각은 지난 시간 동안 견고히 다져진 '나'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믿는 대로 된다는 믿음은 그때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그렇게 인생 첫 책 쓰기 도전은 일단 실패했다. 다행인 건 글은 계속 쓰고 싶었다. 글을 계속 쓴 이유는 일종의 오기였다. 글쓰기는 책 쓰기와는 달랐다. 글을 계속 쓰다 보면 책을 쓸 정도의 수준이 될 거라고 믿어보기로 했다. 글쓰기 관련 책을 사서 빌려서 읽었고 강의도 들었다. 책에서 강의에서 배운 대로 매일 연습했다. 오기 덕분에 매일 글을 쓰면서 어떻게 써야 하는지 조금씩 알아갔다. 연습을 위해 나에게 줄 수 있는 시간은 출근 전 한 시간 정도였다. 그 시간 동안 제대로 된 글 한 편을 완성하는 게 스스로에게 준 과제였다. 처음에는 A4 반 페이지도 못 채웠다. 그래도 시작과 끝맺음이 있는 글을 썼다. 몇 달을 반복하니 점점 분량이 늘었다. 2년을 채우니 A4 한 페이지를 채울 정도가 됐다. 만약 계속 쓰기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용기 내지 않았다면 실력은 나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전의 나처럼 끝까지 해보지 않고 흐지부지되고 말았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오기가 생겼고, 해보자고 용기 낸 덕분에 글을 계속 쓸 수 있었다. 어쩌면 믿음은 믿는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무언가 얻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하는 과정에 자신도 모르게 생겨나는 게 아닐까 싶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오기가 계속 쓰게 만들었고, 계속 쓰다 보니 조금씩 실력이 나아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고, 이런 나도 하면 된다는 믿음이 그제야 생기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로젠탈 교수는 '피그말리온 효과'에 대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상위 20%의 학생을 선발했다. 선발된 학생의 명단을 교사에게 전달하고, 명부에 기재된 학생은 앞으로 성적이 오를 거라고 알려주었다. 교사도 이들의 성적이 향상될 거라 기대하며 격려와 응원을 보냈고, 선발된 학생들도 이에 부응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해당 학생의 성적은 실제로 향상되었다. 이로써 믿는 대로 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2018년 5월에 책 쓰기에 도전했었다. 2021년 7월에야 첫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3년 넘게 걸렸다. 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믿음 때문이었다. 책을 낼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었다. 글을 쓰면서 외면해 왔던 나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도전을 주저하고 끝까지 해내지 못했던 과거의 나에서, 용기 내 도전하고 끝까지 해내려는 '나'로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어쩌면 매일이 도전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하루하루는 나에 대한 믿음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결과만 바라기보다 과정을 즐기게 된 나를 믿는다. 형편없던 글을 더 잘 쓰겠다고 매달렸던 시간과 노력을 믿은 덕분에 결국 책도 쓰게 되었다. 교사가 학생을 믿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고 로젠탈 교수가 증명했다. 나는 내가 나를 믿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냈다. 글을 쓴 덕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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