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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준 Feb 19. 2024

쓰지 않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자기 통제

직장인 A는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씻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7시쯤 출발한다. 회사까지는 자가용으로 1시간 정도 걸린다. 7시에 시작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운전한다. 차가 밀려도 8시 20분이면 회사에 도착한다. 커피 한 잔을 준비해 자리에 앉는다. 업무를 시작하는 9시까지 인터넷 뉴스를 검색한다. 그 사이 동료와 상사도 자리를 채운다. 9시가 넘어도 슬쩍슬쩍 눈치를 보며 인터넷 서핑을 한다. 업무 틈틈이 쇼핑도 하고 볼거리 읽을거리를 끊임없이 뒤적인다. 


직장인 B의 출근 시간은 9시까지다. 회사까지는 자가용으로 1시간 거리다. 출근길 정체를 피하면 40분이면 도착한다. 대신 6시에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5시에 일어난다. 이른 시간이라 아침은 거른다. 대신 10분 동안 일기를 쓰고 집을 나선다. 운전할 때 라디오를 듣지 않는다. 전날 듣던 오디오북을 켠다.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2~3일에 한 권씩 읽는다. 6시 40분이면 회사에 도착한다. 사무실로 들어가지 않는다. 일찍 문 여는 카페에 간다. 8시 40분까지 글을 한 편 쓴다. 완성하면 블로그에 올리고 그렇지 않으면 하루 동안 틈틈이 쓴다. 9시에는 업무를 시작한다. 


직장인 A는 마흔두 살까지의 나였다. 그때도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고, 자기 계발을 위해 자격증 시험도 매년 봤고 토익 시험도 틈틈이 봤었다. 업무 역량을 키우기 위해 온라인 강의도 들었다. 열심히 했지만 손에 쥔 성과는 없었다. 5년 넘게 자격증 시험에 도전했지만 전부 떨어졌다. 일 년에 3~4회 토익 시험을 봤지만 500점을 넘지 못했다. 온라인 강의는 시작만 했지 끝까지 들은 게 없었다. 그때의 나는 끝까지 해내는 꾸준함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성과를 내려면 과정을 견뎌야 했다. 과정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있었다. 야근, 회식, 모임 등 하루가 멀다 하고 하지 못할 상황이 이어졌다.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여겼다. 오늘 못하면 다음 날 하면 된다고 합리화했었다. 십수 년 같은 패턴으로 직장 생활한 덕분에 그때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직장인 B로 살아온 지 7년째이다. 그 사이 나는 1천4백 권 이상 책을 읽었고, 10권의 책을 썼다. 여전히 직장에 다니면서 말이다. 야근도 하고 회식도 있고 모임에도 참석한다. 책은 주로 출퇴근 운전 중, 집에서, 대중교통 이동 중 읽었다. 글은 출근 전과 짬짬이 시간에 주로 썼다. 매일 아침 출근 전 3시간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았다. 그만큼의 시간을 꾸준히 투자한 덕분에 앞서 말한 성과를 손에 쥐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한다고 해서 당장 표가 나지는 않았다. 책 읽고 글을 쓰는 게 그렇다. 오늘 50페이지 읽는다고 월급이 오르지 않는다. 아침에 글 한 편 썼다고 퇴근길에 유명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대신 매일 50페이지씩 3~4일 읽으면 책 한 권 다 읽어낸다. 또 매일 글 한 편씩 40편 모으면 책 한 권 분량이 된다. 독서도 책을 쓰는 것도 오늘 할 일을 했기 때문에 손에 잡히는 성과가 생겼던 것이다.  


직장인 A는 오늘만 살았던 것 같다. 해야 할 일이 있었지만 당장에 즐거움을 먼저 선택했었다. 일찍 출근 지만 도로에서 인터넷으로 잡담으로 시간을 낭비했다. 퇴근 후에 정해 놓은 일을 하기보다 술자리나 야근이 우선순위가 되었다. 반면 직장인 B는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오늘을 기꺼이 투자했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났고 출근 전 시간을 활용해 매일 꾸준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 당장 표가 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통제함으로써 꾸준히 해낼 수 있었다.


이처럼 목표 달성과 더 나은 만족감을 위해 당장의 재미와 충동을 억제하는 걸 '자기 통제'라고 말한다. 자기 통제는 기질, 외부 환경, 생물학적 요인의 세 가지는 인지 능력이 발달하는 영유아기 때부터 영향을 준다. 낯선 상황, 물체에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기질은 탐색에 신중을 기하며 이로 인해 보다 더 자기 통제력을 갖게 된다. 영유아는 가정환경과 양육자와의 관계 형성을 통해 자기 통제를 일정 수준 갖추게 된다. 이는 기질과 상관없이 부모의 다정함과 격려 등으로 인해 자기 통제력이 향상된다. 주의 집중, 충동 조절 능력과 관련된 유전자와 뇌 부위가 밝혀지면서 자기 통제가 생물학적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Krisch & Allet, 1982; Posner, Rothbart, Sheese, & Tang, 2007) 이는 도파민 분비를 담당하는 전전두염과 전측대상회에 활성화에 영향을 준다. 이 부위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4~7세 때 이 부위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자기 통제력이 발달하는 데 영향을 준다고 전하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실제로 유치원 아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마시멜로 실험에서 당장의 유혹을 이겨낸 아이들이 대학능력시험(SAT) 성적이 더 우수한 걸로 조사됐다. 다시 설명하면 실험 대상인 아이들 앞에 마시멜로를 두고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했다.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자 참지 못하고 먹는 아이가 있었다면 반대인 아이도 있었다. 이 둘을 추적 조사한 결과 선생님을 기다렸던 아이들은 성적뿐 아니라 참을성으로 인해 더 좋은 교우 관계를 만들었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실험이 말하는 결론은 더 큰 보상을 위해서 당장의 욕구를 참을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사회관계 형성과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등 여러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어릴 때부터 자기 통제 능력을 가졌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목표한 것들을 보다 수월하게 성취할 수 있다는 걸 여러 실험이 입증했다. 아마도 내가 자격증 시험을 포기하고, 토익 점수도 목표한 만큼 받지 못했고, 온라인 강의도 시작만 하고 끝을 내지 못했던 게 자기 통제 능력이 부족했었던 거였다. 야근처럼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회식, 모임 등 당장의 재미를 위해 참을성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그렇다고 일찍 일어나거나 시간을 만들어내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늘 시도만 있을 뿐 목표를 이룬 적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글을 쓰면서 조금씩 자기 통제력을 갖게 되었다. 예전의 나도 지금의 나도 똑같이 직장을 다닌다. 통제하기 어려운 퇴근 후 시간 말고 통제 가능한 출근 전 시간을 활용해 왔다. 통제 가능한 시간의 양이 많아지면서 쓴 글이 쌓였다. 오늘 한 편을 완성한 성과는 다음 날에도 반복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었다. 단순히 나만 보기 위해 쓴 글이 아니었다. 잘 쓰지는 못해도 내 글을 누군가 읽고 도움받길 바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반응이 나타났다. 글을 쓰는 행위가 가치 있는 일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농담과 험담으로 이어지는 술자리보다는 훨씬 가치 있었다. 서서히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뒀다. 굳이 먼저 만나자고 안 했다. 찾지 않으면 그런가 보다 했다. 그 시간에 글을 쓰는 게 지금의 나에게는 더 의미 있다. 그런 덕분에 술도 끊을 수 있었다. 술자리, 게임, 쇼핑, TV 시청이 주는 즉흥적인 욕구 대신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술을 끊는 자기 통제를 통해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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