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형복 Jul 06. 2019

[소선재 한담 6] 인권은 나와 가족의 문제

“교수님의 자녀가 동성애자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 말은 인권법 시간에 학생들이 자주 내게 하는 반문이다. 선생으로서는 나는 개인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 또는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선생에게 학생들은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아마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겠지. “우리에게 겉으로는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가르치지만 정작 당신의 자식이 그런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할거야? 그때도 우리에게 말하는 것처럼 의연하게 대응하지는 않겠지?”


양심적 병역거부, 혼전동거, 동성애를 비롯한 성소수자 등의 민감한 주제에 대해 가르치면서 나는 개인의 양심에 바탕을 두고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성생활은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므로 국가나 타인이 섣불리 개입하거나 관여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렇게 타인의 사생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을까? “너나(당신이나) 잘해!” 그런 부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인권의 문제는 ‘나와 가족의 문제’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내가 만일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다면, 사랑하는 이가 있어 혹은 결혼할 형편이 되지 않아 혼전동거를 하고 있다면, 내가 동성애자라면, 이런 식으로 ‘나’를 사회적 소수자인 ‘그들’의 입장이나 처지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때 ‘나’를 ‘내 가족’, 즉 ‘내 아버지’ ‘내 어머니’, ‘내 누이’, ‘내 형제’ 등으로 바꿔도 좋다. 이처럼 인권을 ‘나와 가족의 문제’로 받아들이면 국가라는 체제는 물론 종교라는 가치와 이념, 또는 믿음은 전혀 고려할 여지가 없다. 아니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후순위 내지는 최소한도로 반영하면 된다.


한마디로 인권은 ‘어버이(혹은 부모)’의 마음이다. 1948년 12월 18일 유엔 총회 결의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제1조 뒷 문장(후단)은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in a spirit of brotherhood) 대하여야 한다.” ‘형제의 정신’이란 ‘형제애’를 말한다. 다분히 기독교적인 표현이지만 모든 사람(=인류)은 서로 아끼고 사랑해야 할 형제다. 형제들끼리 서로 아끼고 사랑하지 않고 원망하고 증오하며 살상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평화가 올 수 있겠는가?    


종교의 이름으로, 국가의 허명으로, 가문과 혈통이란 순혈주의로 우리는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폭력과 억압을 행사하고, 끊임없이 갈등하고 전쟁을 일삼고 있는가? 만일 종교와 국가가 개인과 개인집단에게 정신적·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고, 전쟁을 선동하고 평화를 위협한다면, 나는 그 종교와 국가를 부정할 것이다. 만일 나 자신이 체득한 모든 가치와 이념, 그리고 학문과 지식이 개인인 나의 자유를 무단히 침해하고 제한한다면, 나는 그 모두를 버릴 것이다. 만일 내 아내가, 자식이, 형제가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이유로 고통 받고 있다면, 나의 선택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어버이의 마음’으로 그들을 가슴에 안고 함께 아파하고 울 것이다. 서로 어깨를 걸고 당당히 세상으로 걸어 나갈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의 이름으로! (20190622)


나는 神 바람의 자유-人 /채형복


온 누리에 영광이, 신을 찬양하는 목소리를 베고

죽을죄를 지었다, 참회하는 두 손을 자르고

죄를 사하라, 부복하는 두 다리를 꺾고  

천국의 문을 열어 달라, 구원을 비는 두 눈을 찌르고


이교도와 배교자를 위해 기도할 때


어린애처럼 징징대며 신에게 매달리는 나를 베고

비굴한 노예처럼 굽신 거리는 나를 자르고

비틀거리는 두 발 두 다리로 바로 서지 못하는 나를 꺾고

평생 굽은 허리 펴지 못하고 비겁과 굴종에 길든 나를 찌르고


이교도와 배교자의 고통과 상처에 눈물 흘릴 때


내 모습을 닮은 너를 사랑한다는

신의 간교한 목소리를 베고


거센 풍랑에 흔들리는 너를 붙잡아 일으키리라는

신의 창백한 두 손을 자르고


엄동설한에 갈 곳 없는 너의 피난처가 되리라는

신의 허약한 두 다리를 꺾고


나 없이 어찌 살아갈까 불쌍한 듯 바라보는

신의 투명한 두 눈을 찌르고


이교도와 배교자를 화형 시키는 신을 불태울 때  


나는 자유-人


선포하노니


유령의 신은 죽었다


바람에 쓸려 썩어문드러진

신의 몸뚱이를 땅 속 깊이 파묻고


황무지에 어지럽게 버려진 구멍 뚫린

흰 뼈를 긁어모아 초제를 지내자  


신의 비대한 허리를 분질러

분출하는 욕망덩어리 기름을 뽑아 모닥불 피우고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며

은밀한 해방의 기쁨을 맞이하자


나는 내 삶의 창조주, 나를 창조하고

나는 내 삶의 전제군주, 나를 지배한다


나는 내 삶의 자웅동체, 나를 낳고 기르니  

하늘 땅 위아래 나는 홀로 존귀하고 유일하다   


사막의 먼지구름으로 일어나

생사의 걸림 없는 무애의 허공으로 달려가는


나는 神

바람의 자유-人

작가의 이전글 [소선재 한담 5(2)]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