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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직장맨 Mar 03. 2018

7명의 트레이너에게 배운 것

좋은 상사가 되기 위한 요건

작년 초부터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트레이너로부터 PT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총 20회 정도를 받기로 하고 시작을 했는데 아침 6시라는 시간 때문이었는지 계속해서 트레이너가 그만 두고 한참 공백이 지난 후에 다시 후임이 와서 수업을 재개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그만두고 새로운 사람이 오는 것을 수차례 반복 결론적으로는 올해 10월까지 총 7명의 트레이너로부터 PT레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짧은 시간 안에 담당자가 계속 바뀌게 되니 물론 운동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각 트레이너별 성향에 따른 장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운동에 대한 기술을 가르치고 동기부여를 하며 피드백을 준다는 점에서는 비단 피트니스 트레이너 영역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첫번째로 가장 먼저 공유하고 싶은 사실은 모든 트레이너가 같은 운동에 대해서 모두 다르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 입니다. 예를 들면 데드리프트만 본다면 거의 모든 트레이너들에게 이 동작을 배웠는데 매번 다른 점을 지적하고 강조하는 부분도 전혀 달랐습니다. 무게 중심에 중점을 두던 트레이너, 허리부상 방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고관절의 가동성이 중요하다는 트레이너, 사실 다소 혼란스러울 정도로 기준점과 보는 관점들은 모두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트레이너들이 상당한 경력과 훈련 그리고 몇 가지 자격증들을 소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성이나 지식의 부족에서 차이가 오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결국은 같은 운동 하나에도 각자의 보는 관점이 달랐고 특히 자신의 경험을 위주로 가르치기 때문에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의 전개가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도 하나의 정답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약에 이 트레이너들이 모여서 서로 누가 맞고 틀린가에 비교를 시작한다면 소모적인 논쟁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운동에도 다양한 접근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진행하는 일들도 그만큼 다양한 방식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트레이너 중의 한 명은 스물다섯살의 초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경험이 없다는 것은 결국 자신감의 부족으로 종종 나타났습니다. 그러다보나 하다못해 숫자는 카운팅하는 것도 종종 실수를 해서 같은 숫자를 두번씩 카운팅하거나 아니면 건너 뛰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게 열심히 무거운 것을 들고 있을 때에 엄청 힘빠지는 일입니다. 한편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서 피드백은 언제나 제한적이었습니다. 막연하고 들어도 정확히 실현하기 어려운 피드백을 주었고 설명도 다소 불분명하니 신뢰가 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학습하려 할 때 그 대상의 전문성과 경험은 분명히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몇 몇의 트레이너는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여러개의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고 다양한 대회에 나가서 수상을 하거나 등의 경력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한 트레이너는 상당히 학구적인 면이 있었고 진지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앞의 트레이너와는 반대로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상당히 신뢰가 갈 수 있었지만 소통의 방식이 다소 어려웠습니다. 견갑골을 개방한 채 텐션을 유지하라는 등, 종종 도무지 들어도 알 수 없지만 왠지 아는 척 해야할 것 같은 많은 전문용어들이 나왔고 종종 알고 있는 것을 당연시 여기거나 모르는 것을 왠지 한심하게 생각하는 듯 해서 주눅이 들기도 했습니다. 내가 돈 내고 배우는 데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이 다소 언짢게도 생각이 되었습니다. 앞의 트레이너와는 대비되게 눈 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자신의 전문성만 뽑내는 것은 사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종합적으로 7명의 트레이너들을 통해 가장 즐겁게 운동을 했던 트레이너는 그 중 가장 정확한 피드백을 주는 트레이너였습니다. 동작마다 면밀하게 관찰을 하고 즉각적으로 개선해야할 점이 신경써야할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제가 알아 들을 수 있는 용어와 방법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유효했습니다. 전문가인 자신이 그냥 동작을 보여주고 따라해 보라는 것보다는 저에게 동작을 하도록 하고 그것을 교정해 주는 것이 더 유용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트레이너들을 통해 가장 저에게 도움이 되었고 다시 수업을 받고 싶은 사람을 한 명만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누구보다 가장 칭찬을 잘한 트레이너를 꼽고 싶습니다. 당연히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에 비하여 저의 유연성과 근력, 지구력 등은 형편없습니다. 땅바닥에 손끝이 달랑말랑하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고작 몇 키로 안되는 바벨을 들고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우스워 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 "근력이 약하시네요"나 "유연성이 제로시네요" 이런 말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심각하게 동기를 저하시키는 말이었습니다. 그와 반대로 "아침에 힘드실 텐데 열심히 나오시네요", "끝까지 잘 하셨어요", "지난 번에 비해 굉장히 좋아지셨어요" 등의 말들은 왠지 즐겁게 해주고 동기를 부여시키는 말들이었습니다. 모든 트레이너가 나이로 치면 저보다 훨씬 어렸지만 그런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트레이너의 트레이닝 방법과 커뮤니케이션, 피드백에 대한 칭찬을 하게 되었고 상호간의 신뢰는 더 강화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즐겁게 운동을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주는 정확한 피드백의 중요성은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종종 잊고 있는 것은 모든 관계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유용하고 필요한 것이라는 면에서 이 7명의 트레이너와의 PT세션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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