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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직장맨 Apr 23. 2018

긴급한 일의 함정

업무에 있어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하는 이유

이전의 제 상사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역할을 맡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본사에서 매우 중요한 손님들이 방문을 하셨습니다. 처음으로 중요한 분들에게 발표를 하는 만큼 여러모로 준비 등 신경 쓸 수밖에 없어 팀들이 함께 열심히 준비를 했습니다. 저도 그 미팅에 함께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잘 못 만나는 본사의 고위 임원들과 진행되는 미팅에 참석한다는 사실에 꽤 긴장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미팅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적어도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그래 보였습니다. 저의 상사분께서 열심히 앞에 나가 발표를 하던 순간에 갑자기 따르르릉하며 큰 소리의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미팅룸의 참석자들은 갑작스러운 소음에 당황하며 그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 파악하려는 순간 저의 상사분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었습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핸드폰의 배터리가 탈착식이 었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럴 때 잽싸게 배터리를 분리해 버립니다. 하지만 저의 그 당시 상사분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그분은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하고 대략 몇 초간 상대방의 대답이 나오고 나서 "아니요, 나중에 전화하세요"라는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그 전화는 흔하디 흔한 판촉전화였습니다. 다행히 전화를 끊고 나서 다시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미팅 참석자들의 표정에서 보였던 혼란이 차츰 사라지려는 순간 다시 한번 미팅룸에는 따르릉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순간 놀랍게도 저의 상사분은 다시 그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마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미팅 참석자들의 반응이 어땠을지 상상이 되실 것입니다. 그 전화는 아까 자기 이야기를 채 하지 못했던 판촉사원의 집요한 두 번째 전화였습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저는 그 뒤로 이 사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도대체 왜 저의 상사분은 그 불필요한 전화를 두 번이나 받아서 그 중요한 미팅을 망치셨을까요?


그에 대한 결론은 바로 "긴급성 urgency"에 있었습니다. 피터 드러커에 의해 고안되고 스티븐 코비에 의해 잘 개념화가 된 이 개념은 우리가 접하는 일들을 중요한(important) 일들과 긴급한(urgent) 일로 구분합니다. 여기서 긴급함이란 사실 응급실에 가야 하거나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앞에 닥쳐 있는 일들을 뜻합니다. 즉 그 긴급한 일 중에는 중요한 일도 있고 또 중요하지 않은 일들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때로는 그 경중을 판단하지 못한 채 우리로 하여금 그로 뛰어들게 하기도 합니다. 


특히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들은 사실 우리의 시간을 한껏 잡아먹으면서 어떤 결과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속임수 같은 측면이 있습니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것처럼 모르는 번호로부터 오는 전화는 물론 그것이 아주 중요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은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바로 앞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마치 그것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상황을 만들고 그에 우리는 "수동적"으로 그 긴급성에 응하게 됩니다.


반면에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들은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들입니다. 사실 우리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지금은 긴급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건강이나 관계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특별히 아픈 곳이나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건강은 전혀 긴급하지 않지만 여전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긴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긴급하고 중요 혹은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만 "수동적"인 대응을 하다 보면 절대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런 기간이 계속된다면 그 긴급하지 않았던 건강이 다른 문제를 발생하여 긴급한 일이 되고 그제야 뒤늦게 그에 대한 해결을 하게 됩니다. 


이런 예들은 우리의 업무에서도 흔히 살펴볼 수가 있습니다. 팀과 팀 사이의 업무에 대한 정확한 영역에 대한 논의나 프로세스에 대한 합의는 매우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일 긴급한 일에 집중하여 온전히 시간을 보내다 보면 계속해서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은 없어집니다. 팀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워크 역시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팀워크를 증진시킬 시간들을 미루고 그에 대한 논의할 시간을 충분하게 할애하지 않은 채 긴급한 일 처리에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결국 팀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고 그때서야 팀워크가 긴급하며 중요해지지만 손을 쓰기에는 이미 늦은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처럼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들에 우선순위를 두기 어려운 것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긴급한 일은 이미 우리 앞에 닥친 일이기 때문 "수동적"으로 그에 대응하면 되지만 중요하며 긴급하지 않은 일들은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시간을 일부로 내서 "능동적"으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일과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언제쯤 우리가 그 중요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을까요? 함께 생각해 볼만한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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