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에 대한 감각 - 텐트 안에서 만난 우주

by 이형로





백패킹 중 텐트 안에서 만난 우주 -









장소는 금강.

봄, 겨울 할 것 없이 아름다운 곳.



겨울의 강변은 특히나 차갑고 투명하고 서늘한데,

소설 <설국>의 주인공이 된 것 마냥,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폐 속 깊숙이 차갑고 맑은 공기가 깊숙이 들어온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험하고 땅덩이가 작아, 트레일(Trail)이라 내세울 만한 임도가 많지 않다. 아쉽지만 강변을 따라 쭉 걷는 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이다. 걷다가 해가 지기 전에 그날 잠시 쉬어갈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낸다.









오랫동안 걸었는데도 인적이 드물다. 사람 한 명 만나지 못했다.


겨울이라 급작스럽게 물이 불어날 걱정도 없기 때문에, 여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위치-

강 바로 옆에 텐트를 바짝 붙여 치기로 한다.









한 겨울 영하의 온도에서

시린 손을 붙들고 텐트를 치다 보면 '난 왜 오늘도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보금자리가 완성되고

얼른 안에 들어가 침낭에 몸을 반쯤 묻고 뜨거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노라면

모든 것은 그럭저럭 누그러져

이내 슬쩍 행복한 마음이 든다.








특히나 캠핑장이 아닌

외딴 노지에 내 작은 보금자리를 만든 후에 느끼는

그 안락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한 겨울.

날은 빨리 저물고

사방이 이내 어두워져 한 줄기 빛도 없이

텐트 주변은 온통 암흑에 둘러 싸인다.




이런 순간에 드는 감각을 특히 좋아한다.






이 순간,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집, 차, 그리고 평소 애착을 가지고 수집하던 것들.

이런 모든 것들이 텐트 안에 홀로 들어선 순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지금 이 우주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한 통의 물, 약간의 먹을거리, 그리고 배낭 하나에 담아 온

생존을 위한 몇 가지 도구가 전부다.


이때서야 이 거대한 우주의 한 모퉁이,

강변에 작은 텐트를 치고 있는 나의 존재가 오롯하게 느껴진다.


나를 연결하고 있는 모든 것들과 단절된 상태로

오직 나의 존재만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


이 순간이 내가 생각하는 솔로 캠핑, 특히 솔로 백패킹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어떤 것과도 연결되지 않아야 하는데,

내 옆에 다른 텐트들이 줄지어 서 있는 캠핑장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감각이다.








영하의 밤은 모든 것을 얼려버리고,

잠자리에 들기도 전에 이미 병에 든 물이 가장자리부터 시작해 절반쯤 얼어붙기 시작한다.



다음 날 스토브에 바로 올려 녹일 수 있도록

미리 물을 따로 담아두지 않으면,

다음날 아침에는 물을 사용할 수 없다.











아직은 달빛이 남아있어 저무는 하늘의 색을 볼 수 있다.

이런 순간에는 저 하늘에 작은 달이 걸려있는 것도

뭔지 모를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아직 세상에 빛이 남아있는 순간.










하늘빛이 옅어져 갈수록

텐트 안의 불빛만이 선명해진다.

























푸른빛마저도 사라지고 나면,

이제 세상에는 모든 빛이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 속

나의 보금자리만이 빛을 가지고 있다.


내 머리 위 헤드랜턴이 비추는 곳, 그리고 텐트를 제외하면

온통 검은 세상이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감각은 점점 선명해진다.

































































검은 우주 안

나의 1평짜리 보금자리.











추위에 떨며 일찍 잠에 들었고

침낭 밖에 내놓은 얼굴이 너무 차가워

잠에서 깬 한밤중에








이 순간을 만났다.










문득 헤드랜턴을 켜고 텐트 천정을 바라본 순간

무수히 많은 별이 반짝이는 순간을 만난 것이다.




내가 밤새 내뿜은 입김이

텐트 천정에 붙어 무수히 많은 별로 반짝이고 있었다.


헤드랜턴으로 텐트 안을 이리저리 비출 때마다 반짝이는 별들.









평소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텐트 안에서 별을 보게 될 줄이야.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공간에

입김이 만든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의 입김이 만든 우주.

반짝이는 별.











오랫동안 잊지 못할

작고 아름다운 순간.






























































하룻밤을 보내고 남은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