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음악을 멈춘 적 없다

by 시와 카피 사이

<풍경이 연주하는 것들>



하얀 기침 소리

눈길 밟는 구두 소리


벤치 위로

참새들이 걸터앉는 소리


낡은 지붕 위

녹다 만 눈뭉치가 흘러내리고


창가에 놓인 실외기가

홀로 돌아가는 소리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로


몸을 기대어 올 때,


옷깃과 옷깃이

포개어지는 소리




주머니란 주머니는 다 뒤적였어요.


바지부터 외투, 가방까지

속속들이 들춰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에어팟을 집에 두고 나왔다는 걸요.


늦지 않은 출근길이라

집에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까짓 하루, 견뎌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꽤 괜찮은 선택이었단 걸 깨달았죠.


음악이 없이도

음악이 들리는 기쁨,


거리는 악보가 되고

사람과 사물들은 건반이 되어

변하는 길을 따라

내딛는 곳마다 음악이었습니다.


의외의 선택이 때론

의외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도 해요.


지도를 잃고

멀리 돌아가던 골목 어귀에서

뜻밖의 야경을 만나고


간발의 차로

놓쳐 멀어져가는 버스 위로

인생 노을을 발견하듯


나의 계획을 내려놓고

삶의 인도에 순응할 때


우리의 계획표는

오히려 풍성해집니다.


예측 가능한 시간들 사이에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이 쌓여


달력은

완성되는 거니까요.


가득 찬

스케줄표와

빼곡한 타임테이블 속


빈칸을 만들어내는 건

우리의 몫인지 몰라요


안간힘으로 움켜쥐고 있던

주먹을 펼칠 때,


삶은 비로소

단 한번뿐인 음악을


당신에게 쥐여줄 거예요.




우리는 떠났다 가장 계산적으로 그리고 만났지 이 겨울만이 품고 있는 계산에 없던 순간들 -야놀자 광고 중




https://brunch.co.kr/@hyungsic7/136

*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구독료

넷플릭스 13500원. 티빙 9500원. 쿠팡플레이 7900원. 시와카피사이 0원.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