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꽃이 피네

by 시와 카피 사이

<야생화>



계단을 올라

지하철역 출구에 다다랐을 때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쏟아지는 경계선 위에서

하나둘


사람들이

우산을 펼치기 시작할 때


펑 펑

크고 작은 소리와 함께

피어나는 것들,


밤하늘의 별들을 관객으로 앉힌

지상의 불꽃놀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더욱 굳세게 피어나는




중학교 시절, 국어 시간이었습니다.


교과서에 쓰인 시를

선생님이 낭독하시는데

생전 처음 본 단어 하나가 자꾸만


귓속에, 머릿속에, 마음 속에

맴돌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그 일이 /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그때 그 사람이 /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노다지, 노다지, 노다지...

그 낯설고도 신기한 발음을

홀로 읊조리며

하루를, 한 시절을,

그렇게 오늘까지


몇 개의 계절을 더 보냈더랬습니다.


노다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때 그 시간이 노다지인 줄도 모르고

그저 흘러보냈더랬습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문득

그 시를 다시 찾아 읽어봅니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지나온 모든 시간과 풍경들을

내가 한 편의 시로, 하나의 글로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그 많은 노다지들은

그 소중한 꽃봉오리들은


세상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간조차도

꽃봉오리는 여전히 피어나고 있음을

되새기며

만끽해보려 합니다


있는 힘껏,

삶을 힘껏.



*노다지 : 광물이 많이 묻혀 있는 광맥.


인생이, 국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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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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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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