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김부장 이야기

by 시와 카피 사이

<정리해고>



출근길 급행열차 위에

몸을 싣기 위해

중년의 한 남자가

빼곡한 인파 사이로 덜컥

몸을 밀어넣는다

관짝만 한 자리 하나

마련해보려고, 어깨로

비벼도 보고 등으로

밀기도 하면서

몸을 말아넣는다

한때

문인 줄 알았던 것들이

벽이 되고 칼이 되어

남자를 막아서려 한다

잘라내려 하고 있다

위태로운 경계 위에서

마지막 절벽 끝에서

머리 위

난간을 부여잡고

안간힘으로 남자는 매달려 있다

넘쳐흐르지 않으려고

떠밀리지 않으려고

더욱 꼿꼿하게

고갤 치켜든다

자동문이 열렸다, 닫혔다

아찔한 단두대질을 계속하고 있다




아버지가 어느 날

친구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답니다.


“드라마 김부장 이야기 봤냐? 꼭 너 얘기 같더라”


그래서 제가

아버지는 그 드라마를 보셨느냐, 물었더니

회사생활 그런 걸 뭐하러 보냐, 대꾸하셨죠.


20년 넘게

대기업 생활을 해오신 아버지에겐

상반되는 두 개의 타이틀이 있습니다.


'최연소 부장'과 '최장수 부장'



아버지는

가장 어린 나이에 부장 직급을 얻는 명예와

가장 오랜 기간 부장에만 머무르는 불명예를

동시에 경험하셨죠.


어느 겨울밤, 술에

거나하게 취하신 아버지가

제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능력 없고 아부만 잘하던 애들은 다 임원을 달았어, 근데 나는 임원들 아부하고 줄 타면서까지 승진하고 싶진 않더라. 끝까지 고개 숙이기 싫었다. 그러니 날 내치더라... 근데, 아빠 잘 한 거냐?"


아버지와 나란히 누운 침대 위에서

저는 나지막하게 대답했습니다.


“잘했어. 나도 그럴게. 나도 그렇게 살 거야.”



아버지는 그 후로

바다와 유채꽃밭이 보이는

작은 마을에서 부동산을 하십니다.


부장이라는 무게도, 가장이라는 무게도

모두 내려놓고


접대할 때만 치던 골프가

요즘들어선 재밌어졌다며


푸른 하늘을 향해 연신

시원한 스윙을 날리시곤 합니다




열심히 노력한 당신에게

꽃을 주고 싶다


그 사람의 손에, 꽃을 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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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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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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