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네요 벚꽃인 줄 알았는데

by 시와 카피 사이

<첫키스>



벚꽃이 닿았다


낡은 연립주택

먼지 낀 격자무늬 창문에


까치발 든 벚나무의

입술이 닿았다


깜깜한 빈 방에

스위치가 켜지듯


마을엔 전류가 흐르고


일제히 새하얀 불빛을 터뜨리는


가로등

가로등


내 나이 스물 아홉,


우편함 속에서 발견한

미납고지서들처럼


뒤늦게

밀려드는 봄




처음은 공평합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죠. 첫 걸음, 첫 사랑, 첫 직장, 첫 자취…


그러나 혼자 이뤄낸 처음이란 없어요. 처음에 가닿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의 도움과 마음과 응원을 지나야만 하죠.


우리가 처음과 마주한다는 건, 누군가 앞서 일궈놓은 마음의 반석 위에 선다는 겁니다.


지금껏 당신이 걸어온 길은

누군가의 작은 발자국들이 모여 만들어진 무늬일지 몰라요.


이현호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씨앗 하나를 안기 위해 지구는 중력을 놓지 않는다’


씨앗의 처음을 위해, 온지구가 온마음을 기울이는 거죠.

씨앗 하나가 그러한데 당신은 얼마나 더 귀할까요.

기억하기로 해요.


당신이

이 세상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이 세상이

당신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거


당신의 처음을 위해

끝까지


지구는 중력을 놓지 않는다는 거



내 인생은

나 이외의 인생으로 만들어진다

-이와나이 서점 광고




*위 시는 자작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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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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