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업의 본질은 대체로 비슷하다. 좋은 제품(서비스)을 만들고, 그것을 잘 파는(전달하는) 것이다.
물론, 아주 가끔은 '너무나도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기적적으로 만들어져서 광고건 마케팅이건 필요없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스티브잡스'도 아이폰을 처음 런칭했을 때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 제품을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제품이나 서비스만 잘 만들면 된다는 생각은 대충 만들어도 포장만 잘 하면 된다는 사고 만큼이나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광고매체가 가장 효과적인가요?
그렇다고 이렇게 덮어놓고 물으면 어디서부터 답을 해야 할 지 곤란해진다. 그러면 답을 하는 대신 '어떤 직업이 가장 좋은가요?'라고 물어본다.
음... 그거야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면 똑같이 답해준다. 어떤 제품(서비스)인지, 어느 정도의 예산을 가지고 있고, 어떤 목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지에 따라서 그에 적합한 광고매체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결국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통용되는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주요 광고매체가 가진 속성을 이해하고 브랜드의 상황에 맞게 이를 적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광고매체의 영향력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1. Reach
Reach는 해당 광고매체를 통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 Reach는 클 수록 좋다
- 그러나 자신의 제품, 서비스의 핵심 고객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옛날 옛적에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정도가 저녁 8시면 거실에 앉아서 모래시계 같은 드라마를 보던 때가 있었다. 굉장히 오랜시간 동안 TV는 (충분히 예산만 크면) '가장 많은 도달'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광고시장을 지배했었다. 물론 지금은 본방사수를 보는 사람들의 수도 줄었고, TV 이상의 Reach를 확보한 매체도 생겨나면서 TV는 매년 광고시장에서의 중요도를 급속도로 잃는 중이다.
의외로 굉장히 많은 마케터가 Reach의 중요성을 간과하곤 한다. 자신이 이용하는 매체를 자신의 고객도 이용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케터라면 반드시 기억할 단 한 가지의 사실이 있다면,
제아무리 효과있는 광고매체라고 하더라도, 그 광고매체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령 커머스라면 완전히 Young Target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요 고객은 여전히 40-50대 여성인 경우가 많다. 모든 사람이 페이스북이 인스타를 쓰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이 연령대의 사람들은 해당 광고매체를 이용하는 비율이 낮다.
따라서 마케터는 일단 해당 광고매체가 충분한 Reach를 가지고 있는지, 자신의 핵심 고객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2. Frequency
Frequency(빈도)는 어떤 사람이 해당 광고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는가를 의미한다. 가령, 과거 TV광고 시절에는 한 사람이 최소 4-5번 이상 광고를 봐야 브랜드 인지를 하게 되고, 구매와 같이 고관여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노출횟수를 필요로 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어느 정도의 Frequency가 이상적인가'는 광고매체마다 꽤 차이를 보인다. 정답이 있기 보다는 (가능하다면) 노출빈도 제어를 하면서 어느 정도 노출했을 때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혹은 효율이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 애초에 사람들이 그 광고매체를 빈번하게 이용해야 하고,
- 광고플랫폼이 적절하게 지나친 노출을 제거해줄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어떤 광고매체의 월간 사용자(MAU: Monthly Active User)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그 광고매체를 이용한 적이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의미하는데, MAU가 2천만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타겟유저군의 평균 Frequency가 매우 낮다면 해당 타겟유저군에 도달하고 싶어하는 광고주들은 치열한 경쟁상황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Reach가 큰 광고매체라 하더라도 해당 브랜드의 핵심 타겟층이 충분히 자주 이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3. 광고포맷(Ad format)
광고포맷은 광고를 노출했을 때 사람들이 해당 광고를 얼마나 깊숙이 인식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서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것들을 포함한다.
- 광고사이즈
- 위치
- 유형(동영상, 이미지, 텍스트 등)
- 광고가 노출되는 페이지의 성격(메인, 서브)
- 광고 주변의 컨텐츠와의 간섭
- 동영상의 경우에는 사운드
광고 사이즈의 경우 '물리적인 크기'보다는 사람들이 보는 화면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더 중요하다. 다만, 크기가 커질 수록 단가도 올라가고 사람들의 거부감도 커지기 때문에 크면 클수록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광고를 안 보는 것 같지만 자신에게 '관련있는 내용'은 잘 캐치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고 마케터가 원하는 메세지를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과거의 DA(Display AD, 배너광고)는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아니면 전면을 덮어 사용성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페이스북이 굉장히 굉장히 Rich한 형태의 광고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이후 다양한 형태의 포맷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동영상 부분에 있어서도 유투브의 5초 강제노출 방식의 경우에는 그 자체로는 굉장히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과거 사람들이 TV광고에 익숙해졌듯 적응해 가는 중이기도 하다.
TV광고의 경우 줄어든 Reach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점을 보이는 것은 화면 전체를 덮으면서도 사람들의 거부감이 낮다는 점과, 광고 노출 시 동영상의 사운드가 'ON'되어 있는 사실상 유일한 광고매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반면 모바일에서는 페이스북이나 유투브 등이 선보이는 경우처럼, 사운드 없이 동영상이 돌아가다가(Auto Play) 클릭과 같은 명시적인 유저 행동이 있을 때 소리가 켜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모바일에서의 광고포맷은 피드형태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동영상에 특화된 유투브가 포털 기반의 네이버, 다음과 메신저 기반의 카카오톡보다는 좀더 자유롭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4. 타겟제어
타겟제어는 광고매체의 전체 Reach 중에서 '광고주가 원하는 타겟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광고 노출을 제어하는가'를 의미하며, 크게 아래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 타겟팅: 광고주가 직접 타겟옵션을 사전에 지정
- 최적화: 광고매체가 광고주별로 알아서 타겟유저를 찾아줌
좀더 쉽게는 타겟팅은 '수동타겟팅', 최적화는 '자동타겟팅'이라고 할 수 있다. 머신러닝 기술이 발달하고, 광고 클릭 이후에 광고주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전환이 픽셀(자바스크립트)이나 SDK와 같은 API Set를 통해 광고매체와 연동되면서 광고주나 대행사가 직접 세팅하는 타겟팅보다는 광고매체가 알아서 추천해주는 최적화 쪽으로 빠르게 트렌드가 넘어가고 있는 상태이다.
반면 TV의 경우처럼 아예 타겟팅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네이버 모바일홈과 같이 매우 제한된 타겟팅만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해당 프로그램, 혹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광고 트래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원하는 타겟만을 위한 Creative 메세지 설정이 어렵고, 타겟 고객이 아닌 사람들에게 나가는 메세지도 광고주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매체의 타겟제어의 자유도가 높을 수록 Creative를 해당 타겟에 맞게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동이든, 자동이든 간에 타겟제어가 가능한 광고매체를 더 선호하게 된다.
5. 트래킹(Tracking)
트래킹은 광고 노출 후 효과를 확인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TV의 경우처럼 노출조차 제대로 트래킹되지 않아서 표본조사인 시청률에 의지하는 경우도 있고, 과거의 검색광고나 배너광고의 경우와 같이 노출, 클릭, 동영상 재생처럼 광고매체가 광고주 사이트로 넘어가기 이전의 데이터까지만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트래킹이란 용어를 쓸 때에는 보통 광고 클릭 이후에 벌어지는 전환 등을 확인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을 포함한다. 가령 광고 캠페인이 집행된 후 얼마나 많은 앱(App)이 설치되었는지, 구매가 일어났는지와 같은 숫자를 의미하는데,
- 광고매체가 트래킹 툴을 직접 제공하거나 3rd Party 트래킹툴이 동작할 수 있도록 API를 열어주는 것
- 그리고, 이러한 트래킹툴을 적용하고 활용하려는 광고주의 의지가 중요하다.
트래킹이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이 가능해야 광고 캠페인이 진행되고 노하우가 쌓일 수록 '개선'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깜깜이' 방식으로 진행되서 캠페인 종료 후에 효과를 측정하기도 어렵고, 매번 광고 캠페인이 진행될 때마다 매번 맨땅에 새로 헤딩해야 해야 했다면, 지금은 '그로스해킹'이란 용어가 더 일반화될 만큼 데이터에 기반해서 캠페인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마케터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트래킹 부분은 상대적으로 규제에 자유롭고, API Solution이 체계적으로 준비되어 있는 페이스북, 유투브가 잘 되어 있는 편이고, 카카오의 경우 필요한 부분 위주로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상태이다(물론 설명이 자연스런 한국어로 되어 있다는 것과, 기술적인 대응도 원활하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네이버는 API를 외부와 공유하는 것에는 여전히 다소 보수적인 편에 가깝다.
6. 단가
광고효율이 좋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 광고가 노출된 후에 클릭, 전환, 동영상 재생 등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다
- 해당 광고의 노출비용이 낮다
이 두가지 요소는 서로 연결된다. 아무리 효율이 높아도 그것 이상으로 단가가 높으면 최종적인 광고효율은 낮아진다. 가장 단순한 예로 CTR이 1%인 광고와 0.5%인 광고가 있다고 해도 전자가 후자보다 2배 이상 단가가 비싸다면 CPC는 나빠지게 된다. 또한 같은 클릭, CPC라고 하더라도 클릭 이후에 구매 등으로 이어지는 전환율이 낮다면 CPA(Cost per action)는 크게 나빠진다.
특히 많은 AD Network나 질낮은 광고매체에서와 같이 유저의 사용성을 떨어뜨리는 광고들의 경우, 의도하지 않은 클릭이 많이 발생하여 CPC가 낮아지더라도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낮아진다. 또한 클릭하면 포인트를 주는 등의 보상형 광고 등의 경우에도 애초에 구매력이 낮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단가는 낮아보이지만 본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적용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광고 캠페인 집행 전에 단가를 측정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고정단가(Fized Price, 광고매체가 특정 광고의 단가를 미리 정하는 것)가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광고주 경쟁에 따른 입찰형단가(Bidding)를 대부분의 광고매체가 적용하기 때문이다.
7. 운영효율성(광고플랫폼 사용성)
마지막으로 광고매체 자체의 속성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실제로 해당 광고매체의 효율을 크게 좌우하게 되는 요소로 광고플랫폼의 사용성을 들 수 있다.
얼마나 쉽고, 편하게 원하는 광고 캠페인을 세팅할 수 있고, 집행 결과를 확인하며 조정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은 의외로 큰 차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직까지 완전히 100% 알아서 돌아가는 인공지능 광고플랫폼은 없기 때문에 각 광고매체 별로 어느 정도의 자동화, 수동화 프로세스가 섞여 있는데, 광고를 집행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광고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자유도가 떨어지거나 각종 버그가 많을 수록, 더군다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 문의할 수 있는 채널이 없는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렇게 광고매체의 영향력을 결정짓는 7가지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다소 긴 내용이고, 중간중간 이미 알고 있는내용들도 많을 수 있긴 한데, 의외로 사람들마다 쉽다고 혹은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들이 꽤 차이가 나는 편이다.
글을 마치며 한 가지 추가한다면 마케터라면 관점을 바꾸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네이버, 페이스북(인스타), 유투브, 카카오와 같은 광고매체들은 이미 한국에서 상단한 규모로 광고가 집행되고 있다. 즉, 굉장히 많은 광고주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해당 매체가 가장 자신의 캠페인 목적에 맞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 어떤 광고매체가 가장 효율적인가에 대해서 갑론을박을 하기 보다는,
- 각 광고매체의 장점은 무엇이고 언제 활용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질문을 갖는 것이 좋다.
망치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때리려고만 한다.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는) 자신이 활용 가능한 도구가 또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알고 있어야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