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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Jun 22. 2019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한다

#일하는방식 #04

일을 하면서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두 가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그 사람의 자리로 이동한다면) 나는 내가 하는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나는 그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은가.  


1. 나는 내가 하는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나는 내게는 이득이 되고 그 사람에게는 손해가 되는 제안을 하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한다.


물론 나도 잘못 생각할 때가 있고, 그 사람에게 이득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내게만 이득이 되고 그 사람에게는 손해가 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뭔가를 제안하는 시점에서는 나는 '그 시점의 내가 분명히 믿고 있는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만약 그 가정이 틀렸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내가 생각했던 방식에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를 점검하고, 다음 번에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려고 한다.


절대로 확신할 수 있는 일 따위는 없다. 실패할 가능성을 0으로 만들려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려는 것보다는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가 되는 일을 성사시키려 노력한다. 바보같은 상대가 그 제안을 덥썩 물면 회심의 미소를 짓거나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아간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상 미친 짓에 다름없다.


만약 인생에 한 번 뿐인 One Time Deal인 경우에는 그렇게 할 유혹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 눈을 맞추고 바라보는 상대방을 한 번 보고 말 것인가? 한 번 보고 말 상대와 지금 왜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한 번 크게 낚기 위해서?


내 것을 희생하며 상대방에게 더 많은 것을 주라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기회는 많고, 상대방의 것을 뺏어야 내 몫이 많아지는 제로섬 딜이 아니더라도, 서로가 잘 합이 맞으면 모두에게 득이 되는 Positive Deal이 잘 찾아보면 충분히 많이 있다.


누군가의 것을 뺏으려고 노력할 바에는 같이 성공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 더 낫다. 가장 좋은 것은 내가 먼저 많은 것을 취한 다음에 상대방에게도 나누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방의 비즈니스가 잘 되면 나의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구조의 딜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신뢰는 그렇게 쌓이게 된다.


내가 상대방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가져가려고 노력하지 않듯이, 내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가져가려고 딜을 계속하는 상대와는 일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기회가 있고, 그 기회 안에는 평생을 두고 노력해도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하루는 24시간이고, 나의 시간을 누구에게 쏟을 것인가는 중요하다.


내가 만약 지금 상대하고 있는 회사로 가서, 그 사람의 포지션에 놓인 다면 지금 내가 제안하고 있는 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그 제안을 상대에게 한다.


2. 나는 그 사람과 일하고 싶은가?


만나면 즐거운 사람이 있다. 꼭 그 사람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한 번 살짝 보았을 뿐인데도 뭔가 흥미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이 가진 어떤 부분들이 나를 건드리는 경우다.


보통 '나와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단점을 개선하는 것을 포기했다. 단점은 아무리 개선해도 장점이 될 수 없다.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시간에 장점을 더 갈고 닦았다면 더 많은 성과를 이뤄냈을 것이다. 단점은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한 가지의 정말로 치명적인 단점이 '나'를 온전히 날려버리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내가 되려고 노력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일하고, 응원하고, 서로 도울 수 있고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


그래서 일을 하며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이 가진 어떤 부분들이 느껴지면 내 안의 어떤 감각들이 깨어난다.


저 사람에게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
뭘까?
같이 일해보자고 할까?


좋은 관계는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즐겁고, 흥미로운 일들이 하나씩 하나싹 떠오르고, 살을 붙이고, 시간을 쏟고 싶고, 어느 순간 돌아보면 꽤 괜찮은 것을 같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사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들은 충분히 많은 것 같지만, 그런 사람과 일할 수 있는 계기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흥미로울 것으로 알고 시작했지만 일해보면 실망을 안겨주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그만둘 필요는 없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발견하면 그 만큼 신이 나고, 그 사람과 함께 풀 수 있는 문제는 내가 혼자 풀 수 있는 것보다 차원이 다르게 커진다. 문제가 커지면 그만큼 더 강하게 집중할 수 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하고, 그것을 같이 할 사람을 찾는다.


굳이 자신을 Giver라고 지칭을 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하는 것은 바로 다른 사람 아닌 '나'를 위해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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