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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Mar 22. 2019

업무와 감정은 별개

#일하는방식 #03

감정에 따라 업무를 대하면 안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일을 할 때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


1. 네가 하는 말이라면 다 싫어


싫어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싫어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 '맞는 말'일 때 더 싫어하게 된다. 이상한 이야기면 무시하면 되는데 맞는 말이면 반박하기 더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보통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결론은 나 있다.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던 간에 그것은 업무에 대한 이야기일 뿐, 술자리에서라면 모를까 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로맨스에 빠질 일은 없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면 마음에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가족끼리도 한 공간에서 살면 각종 트러블이 생기는데, 피도 섞이지 않은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마음에 들 리는 없다. 회사에 따라, 선장인 대표에 따라, 모인 사람들에 따라, 그리고 회사가 지향하는 Working Culture에 따라 구성 비율이 다를 뿐, '자신과 안 맞는 사람'은 어느 회사에나 무시하기 힘든 비율로 있게 마련이다.


'그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하는 비율을 의도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괜찮다. 그게 정신 건강에 더 좋다. 아마도 그 사람들도 당신과 같이 일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고 싶어할 것이다. 안 맞는 사람과도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잘 맞는 사람 위주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과 아예 섞이지 않고 일을 할 수는 없다. 


중요한 업무를 할 수록 반드시 많은 부서의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일을 하게 된다. 이럴 때,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구분에 근거하여 업무를 한다면 실격이다. 


2. 너는 누구 편이야


사람들은 '편'에 꽤 집착한다. 부서를 기준으로 하든, 관계를 기준으로 하든 자신이 속한 그룹(이너서클)을 그린 후 저 사람이 원 안에 있는지 원 밖에 있는지 판단을 한다.


원 밖에 있는 사람이 뻘 소리를 하면 화를 내고, 원 안에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뻘 소리를 하면 더 크게 화를 낸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누구 편이냐고 물으면 '나'는 아무 편도 아니다. 회사에 편이란게 왜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편'에 따라 의견을 다르게 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회사는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란 것이 있는 것이고 모든 의견은 그 방향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만 의견을 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합의를 일으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제로섬 모드에 들어가게 되면 승자와 패자로 나뉠 뿐이다. 더 많이 가져가면 좋을 것 같지만, 한 번의 관계가 아니라 시간을 두고 연속된 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은 필패의 지름길이다.


무엇보다 '편'을 먼저 신경을 쓸 수록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에 따라 집중도가 떨어지게 된다. 그러니 왠만하면 회의실에 들어갈 때는 '편'을 잊고, 속상했던 일이 있다면 술자리에서 그 '편'을 다시 꺼내자.


3. 넌 도대체 왜 그래


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


목소리를 높이거나, 뭔가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화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이 상태가 되면 더 이상 모든 종류의 논의가 불가능해진다.


물론 누구나 회의를 하면 열받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하지도 않을 업무를 제안하는 사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 그래서 도무지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는 사람, 사람이 아닌 사람 등 '나'를 화나게 하는 경우는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내가 화가 난 것'과 '그 화를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다르다.


'화'는 표출하면 더 강해진다. 일단 '화'를 밖으로 꺼내면, 그동안 쌓았던 모든 감정이 폭발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왜 그 사람이 화가 났는지 짐작이 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반복적으로' 회의에서 화를 내는 것이다.


회의를 하다 누군가가 화를 내면 대개의 경우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이 그 사람을 위해서 잠시 논의를 멈추게 된다. 잠깐의 Pause를 두는 것 만으로도 그 사람이 제 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회의마다 꽤 높은 비율로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 때마다 회의를 멈추고 다시 원래의 논의로 돌아오게 하는데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회의에서 화가 났다면 회의가 끝나고 왜 화가 났는지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다음 회의에선 그 비율을 낮출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4. 너랑은 얘기 안해


회의실에서 벌어진 일을 회의실 밖으로 끌고 나오는 사람은 직장인으로서 실격이다.


--


사람들은 누군가 업무에 감정을 섞어 자신을 대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정작 일을 할 때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업무가 진행되지 않으면 감정을 넣어 누군가를 대한다. 그리고 이너서클 내에서 공감을 얻으려 한다. 업무에서 감정을 배제하는 사람은 사이코패스 취급을 받기 일쑤다.


그러나 1)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과 2) 그 사람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최소한 직장에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회의실 입구에 '감정 보관소'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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