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석 Mar 20. 2019

선택할 수 있다.

#일하는방식 #02

직장에서의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에게 가장 설득하기 어려운 한 가지를 꼽는다면, 그것은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에이, 어떻게 선택해요. 여긴 직장인데.


선택할 수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웃으면서 답해준다. 많은 경우 즐거운 농담을 들었다고 생각한다. 업무를 선택할 수 있다니, 매니저를 선택할 수 있다니, 아니 그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그러다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갑자기 화를 낸다.


이봐요. 하기 싫은 일이라고 안 할 수 있나요?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그럼 그 일은 누구에게 가나요? 내가 싫다고 동료에게 넘겨요? 그리고 여긴 회사잖아요. 상사가 싫다고 부서를 옮기겠다고 말해요?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라고요. 우리 팀장님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


사실,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

2)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


1번이 많을 것 같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대부분 2번을 원한다.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보다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물론,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삶은 충분히 힘들고, 우리에게는 당장의 해결보다는 잠시라도 기대어 쉴 수 있는 어깨가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다만, 직장에서는 위로를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푹 자고, 휴가를 내어 리프레시를 한 후에도 직장에 돌아온 첫 날 모든 것이 Reset되고 다시 괴로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면, 위로보다는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아래 세 가지를 기억하는 것이 좋다.


1. 눈을 감는다고 상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괴로운데 '사실은 마음이 괴로운 것이 아닌지도 몰라'라거나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걸' 혹은 '사람들은 다 이렇게 견디면서 살아'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신적인 안정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가 해결될 확률은 해당 문제를 그 사람이 얼마나 해결하고 싶은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2. 정말로 원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그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혹은 '자신의 결정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영향을 주지 못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자기예언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그 문제는 (우연히) 해결될 수는 있을 지 몰라도, (자신이) 해결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나는 살을 뺄 수 없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빠져. 물만 마셔도 돌아오는 걸. 나는 의지가 약한가봐.


이렇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살을 뺄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낫다. 대신, 살을 뺀다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된다. 살을 빼는 것 말고도 집중해서 해결해볼 것은 많다.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생각한 다음, 일단 하기로 마음 먹은 한 가지는 '끝까지' 해결할 마음만 먹으면 된다.


이것저것 원하고 좌절하는 것보다는 좀더 뻔뻔해지는 것이 좋다. 그러다가 하나를 딱 찍어서 해결할 때는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한데, 그렇게 선택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훨씬 많은 (아직 해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뻔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해결 과정이 어려울 수록 해결했을 때 그만큼 더 즐겁다


문제를 해결하다가 잘 안되면 바로 좌절모드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역시 해도 안되잖아'라는 자기확신이 강화될 수도 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원하는 것을 바로 다 얻을 수 있는 삶은 정말로 행복할까.


손만 뻗으면 바로 다 해결되는 문제들이 오히려 지루하다. 그렇다고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굳이 어렵게 해결하려 하는 것은 피해야 하겠지만, 노력했는데 해결되지 않는다고 바로 실망할 필요도 없다. 문제해결은 '얼마나 노력했는가?'보다 '어떻게 실마리를 찾아갔는가?'에 더 가깝다. 추리소설을 예로 든다면, 범인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중간을 스킵하고 마지막 장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


위의 세 가지 전제를 기반으로 직장에서의 대표적인 고민을 다시 바라보자.


자신의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신이 왜 그렇게 느끼게 되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해결방법을 고민해보고 매니저와 이야기를 하면 된다. 고민의 깊이에 따라, 매니저의 성향에 따라, 회사의 상황에 따라 업무 전환은 조금씩이라도 바로 조정될 수도 있고, '잔말말고 시킨 일이나 하세요'란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이 때 '역시 안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일단 기존 업무를 하면서 '자신의 제안이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다음 번에는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자신이 어떤 업무를 잘 하는지, 좋아하는지를 이해하고, 해당 업무를 하기 위해서 매니저와 이야기하고 다른 부서가 하는 일을 관심있게 보면서 회사 내에서나 회사 밖에서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다보면 자신의 업무를 점점 자신이 잘 하고, 하고 싶은 업무로 조정해나갈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자신의 업무를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한 번의 선택과 한 번의 실패는 직장인에게 의외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성공하면 성공한대로, 실패하면 실패한대로 뭔가를 시도하고, 결과를 리뷰하고, 다음 번 실행로직을 수정하는 것이 더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선택은 연속적이고 우리는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