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석 May 15. 2021

그냥 솔직하게 말해요.

가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누군가 당신에게 어떤 할 말이 있으면 1)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좋나요, 2) 아니면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그 말을 할 타이밍과 표정과 목소리톤을 신경써서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나요?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1번이라고 답한다.


할 말이 있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낫다. 날씨 얘기도 하고 주말에 뭐했는지 요즘 뭐 고민이 있는지 하는 것을 한참 빙빙 돌리고 있으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나' 혹은 '그냥 뜸들이지 말고 속시원하게 말해줬으면...'하는 때가 더 많다.


가장 기분이 안 좋은 경우는 뭔가 말을 들었는데 하도 꽈배기처럼 꼬아서 지금 그래서 잘하고 있다는 건지, 아닌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경우다. 


그래서 할 말이 있다면 속시원히 말해주었으며 하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


근데 질문을 바꿔서 사람들에게 또 물어본다.


누군가에게 어떤 할 말이 있다면 1) 그냥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좋을까요, 2) 아니면 그 사람이 그 메세지를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을 할 타이밍과 표정과 목소리톤을 신경써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 무슨 그런 말 같지 않은 질문을?'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어떤 사람들은 몰래카메라인가? 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 질문 자체에 뭔가 함정이 있는 건가 의심을 한다. 그런 것 없다고, 그냥 당신의 의견을 묻는 거라고 하면,


당연히 2번이죠. 그건 사람으로서, 동료로서 예의가 아닌가요? 라고 말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할 때, 특히 그 말을 들었을 때 상대방이 기분이 안 좋거나 화를 내거나 우울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자체보다 그 얘기를 어떻게 전하는 것이 좋을지를 굉장히 오래 생각한다.


--


들을 때는 상대방이 빙빙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주었으면 한다.

말할 때는 상대방이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어떻게든 신경을 쓴다.


이상한데,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한다.


솔직함은 종종 무례함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사실 상대방이 솔직함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의 그릇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 사람에 대한 무례함이 아닐까. 


신뢰하는 사람일 수록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말을 아낀다. 그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