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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Dec 16. 2017

일을 잘 하는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

#직딩에세이 #14

어느 회사에나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도 있고(일 잘하고 성격까지 좋으면 가히 '엄친아'라 할 것이다), 같이 일하기 쉽지 않은 사람도 있다. 혹자는 협업이 어렵다면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잘라 말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반대로 협업에 능하다고 꼭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시종일관 분위기가 좋고 서로를 끊임없이 격려해주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완전한 실패로 결정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먼저 '일을 잘 하는 사람'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자.


일을 잘 하는 사람이란, 

그 사람이 투입되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사람이다.


일종의 Lift Test(다른 변인을 통제하고 하나의 변수 차이를 두고 비교군과 대조군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실험실과 달리 현실에선 어떤 사람을 특정 프로젝트에 넣었다가, 넣지 않았다 하는 부분을 테스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사전적 의미의 Lift Test라기 보다는, '추정에 의한 Lift Test'(Expected Lift Test)라고 할 수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어떤 사람이 프로젝트에 포함되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프로젝트의 성공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일을 잘 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성격이 고약하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형편없던지 간에 상관없다. 정말로 이러한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그 사람을 굳이 프로젝트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회사라면'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프로젝트에 끌어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회사에는 많은 프로젝트가 있고,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포함되면 분명히 성과가 개선될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 사람을 프로젝트에 부르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왜 이런 경우가 발생하는지는 여기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일을 잘 하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1. 그냥 내버려둔다.


주어진 일이 없다면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업무'를 스스로 찾아나선다.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여건이 되는 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 눈에 보이는 이상, 그 문제들을 그냥 지나치기가 매우 어렵다. 가령, 한 겨울에 창문이 열려 있다고 하자. '추위를 극복하는 12가지 방법'이나 '사실은 추운 것이 아니다'라는 정신단련을 하는 대신에,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사무실이 춥다(문제 인지)', '왜 추운 거지?(사고)'의 단계를 거친 후 '창문으로 가서 문을 닫는다(해결)'.


다른 사람들은 왜 그동안 창문을 닫지 않았을까?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애초에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많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러한 의문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창문을 닫지 않은데는 뭔가 사연이 있었을 거야'를 생각하는 순간 창문을 닫지 않고 해결방법을 찾으려는 동료들의 오류에 같이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사람들은 왜 창문을 닫지 않았을까? 


-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알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 어떤 사람들은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것을 사무실의 추위과 연관짓지 못한다

- 창문과 추위를 알아차린 사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문이 저렇게 열려 있는 이유'에 집착한다

- 자신에게 내려온 지시는 추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추위를 극복하고 일하는 것이었다.

- 문제 해결을 위한 12개월짜리 중장기 플랜 준비와 보고에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창문을 그제서야 닫은 것일까?


- 회의실에 붙잡혀 있느라 사무실이 춥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의실 밖으로 나온 순간, 그 추위를 '견디는' 대신 해결할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할 일이 없으면 주위를 둘러본다. 여러가지 문제가 보이면 선입선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문제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갖는다. 어떤 문제는 다른 문제에 영향을 준다. 그 문제는 또 다른 문제에 영향을 준다.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문제 속에서는 어떤 문제부터 푸는 것이 더 선행되어야 하는지의 판단이 매우 중요한데, 이것은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을 구분짓는 굉장히 중요한 특성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말로 중요한 일이 없다면 일을 잘하는 사람은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이다. 


2.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What)를 설명한다. '어떻게(How)'는 없어도 된다.


일을 잘 하는 사람에게 뭔가를 요청할 때에는 '어떤 결과물(Output)을 만들고 싶은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최종적인 상(Output Image)'이 분명할 수록 도움이 되며, 그 결과물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중간단계는 필요하지 않다. 


가령 기획자가 개발자에게 뭔가를 요청한다면, 만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면 된다. '어떤 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설명하는 것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 개발자는 'Input'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기획자가 개발자에게 (의도와 관계없이) 불필요하게 전달한 정보는 오히려 (혹시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하고 생각하는) 개발자에게 방해가 된다.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 외에 개발자에게 뭔가를 전달한다면, 'How'가 아니라 '개발하는데 고려할 중요한 관점이나 요소(Point of View)'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만약 기획자가 디자이너에게 뭔가를 요청한다면, '어떤 색을 넣고, 어떤 효과를 쓰는 것이 좋겠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제발 그만두자. 그것보다는 차라리 비슷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편이 낫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그 프로젝트를 요청한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상황에 있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는지를 전달하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한 부분이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디자인을 의뢰한다면,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갖는 핵심가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더 낫다. '크리에이티브의 성패는 광고주의 수준이 결정한다'라는 말이 있다. 디자인을 의뢰했다면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맡기자.


3. 'Why?'에 답한다.


사실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이 What보다 더 관심을 갖는 것은 Why(왜 그것을 하고 싶어하는가?)이다. 그런데 Why보다 What을 먼저 설명하도록 하는 것은,


What만 들어도 Why를 쉽게 추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바쁜 세상에 굳이 스무고개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고, 이슈가 없으면 바로 단계로 진행하면 된다. 보통 이러한 관계를 '합이 맞는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What'을 들었는데 'Why'가 떠오르지 않거나, 아니면 '수많은 Why'가 헷갈리는 때가 있다. 이 경우,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질문을 하게 된다. 왜 이러한 요청을 하게 되었는지를.


이럴 때는 제발 답을 해주자. 최악의 대답은 '저도 잘 몰라요' 혹은 '위에서 하래요' 같은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쿼크모드(Quirk Mode)에 들어간다. '내가 이 사람과 계속 이야기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요청한 대로 (이해되지 않는 것을) 빨리 해주고 벗어나는 것' 중에 무엇을 택할 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내리든 이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뻘짓이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요청하고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응답하는 과정에서라면, 처음에 요청자가 잘못된 'What'을 요청한 경우에도(의외로 이런 경우가 꽤 많다. 일을 잘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응답자가 'Why'를 묻고 이를 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What'으로 변경된다. 요청한 사람도 What이 바뀌는데에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요청을 받은 사람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재정의하는 것을 돕는다. 잘못된 요청이라고 제대로 요청할 때까지 논의를 중단하지도 않고,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어떻게 접근하면 되는지에 대해서 조정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4. 우선순위(Priority)를 결정하는 것을 돕는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 어떤 일도 진행되지 않거나, 중요한 일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의외로 본인이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그 많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그 많은 업무 중에) 가장 중요한 업무가 무엇인가요? 라고 물었을 때, '잠시만요' 하고 노트북을 연다.


일을 잘 하는 사람 중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지 자랑하는 경우는 없다. 최대한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일 위주로 일을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일을 잘 하는 사람일 수록 어떤 일을 할 지 하지 않을 지, 만약 꼭 해야 한다면 어떤 '순서'로 해야할 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사람들에게 있어 '일이 많다'라는 것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고민거리이다. 보다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데 방해하는 요소로서, 어떻게든 나머지 일들을 효율적으로 걷어내고 본질적인 업무에 온 정신을 다하고 싶어한다. 무엇보다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위주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가 아니라.  


따라서 일을 잘 하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요청할 때에는 최대한 '솔직하게'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설명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당신에겐 그 일이 중요할 수 있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거짓으로 그 일의 중요성을 과대포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 시작단계에서는 그 일의 중요성을 잘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일을 해보면 어느 순간 본능적으로 이 업무가 어느 만큼의 중요도를 갖는 일인지 알게 된다. 따라서, 다음 번에 당신이 뭔가를 요청하게 되면 보다 적은 리소스를 쏟거나, 보다 많은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과정들은 회사 전체의 효율을 매우 떨어뜨린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5. '하고 싶은지?'를 묻는다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이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같이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확인하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지?' 확인하는 부분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그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지 않는다. 원래 회사는 그런 거라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주어진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그 환경 하에서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반면,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어떤 프로젝트의 참여 여부를 굉장히 신중히 결정한다. 중요한 프로젝트일 수록 더욱 그렇다. 일단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성공이든 실패든 간에 끝장을 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하고, 그 진행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을지를 사전에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사람들은 '그 문제를 같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물론, 문제 해결에 실제적으로 도움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최소한 그 문제를 정말로 해결해 보겠다는 사람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일을 잘 하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요청할 때는 그 사람이 그 업무를 하고 싶어하는지를 솔직히 물어보는 것이 좋다. 물어보는 것 만으로도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당신에 대한 그 사람의 가치는 올라간다. 물론, 어떤 대답을 듣더라도 '하지만, 이 일을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면 역효과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일을 잘 하는 사람을 움직이는 다섯 가지 방법을 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인다면,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요한 프로젝트이고 왜 그 일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정말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가 명확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목표가 명확하면 그 사이의 길은 가면서 헤쳐나가면 된다.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식으로 진행하면 분명히 해결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 수학 문제로 치면, 풀이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문제보다는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문제에 더 관심을 보인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어떤 확신을 보이는 것은, 당장의 풀이방법은 몰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것은 장표 혹은 매뉴얼로 정리될 수 없는 영역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일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잘 하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된다.


문제를 풀 방법을 모르는 것은 괜찮다. 기회가 되면 뛰어들고, 뛰어들었다면 끝까지 갈 자신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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