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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Dec 18. 2017

회사에 꼭 필요한 5가지 유형

#직딩에세이 #16

모든 회사들이 '리더'를 뽑으려고 한다. 물론, 리더는 정말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리더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거나 그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을 뽑는 것이 쉽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이승엽이 좋은 타자라 하더라도 1번부터 9번까지 이승엽으로 채워진 팀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것처럼, 리더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많은 수의 리더를 뽑는 것도 어렵지만, 모든 포지션을 리더로 채우려고 한다거나 일정 경력 이상의 모든 직원을 리더로 어떻게든 전환시키려고 하는 것은 더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먼저, 회사에 꼭 필요한 5가지 유형에 대해 살펴보자. 참고로, '순서'는 의미가 없다.


1. 리더


어린 시절 삼국지를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가 하나 나온다. 그것은 바로 '유비'이다. 전투에도 약하고, 작전도 부실하다. 항상 옳은 판단을 내리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관우, 장비, 제갈공명과 같은 신박템들이 그를 따르고, 심지어 유비를 제대로 만난 적도 없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든다. 이것이 모든 회사들이 그렇게 뽑고 싶어하는 리더의 전형이다.


비슷한 예시로는 (지휘봉을 휘두르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나 (작전을 내리는 역할에 국한되어 보이는) 감독을 떠올릴 수 있다. 연주는 연주자가, 시합은 선수가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1) 엄청나게 유능한 선수를 데려와서 능력없는 감독에 맡기는 것보다는 2)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데려와서 최고의 감독에 맡기는 것이 더 승산이 높은 경우가 많다. 15년이나 지났어도 여전히 히딩크가 한국을 다시 한 번 구원하러 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할 수록 리더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제대로 된, 아니 자신이 좋아하는 리더 밑에서 일할 때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리더 밑에서 일할 때의 업무효율의 차이는 정말로 드라마틱하다. 다만, 여기서 의미하는 리더는 '중간관리자'가 아닌, 실제로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를 의미한다. 언젠가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내 생각에 중간관리자는 리더와는 완전히 다른 유형이다. 회사에 꼭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고.


리더는 아래 다섯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이해력

- 결단력(결정을 못하는 리더는 리더가 아니다. 비록, 그것이 잔인하거나 틀린 결정이라 하더라도)

- 채용과 배치(사람을 보는 눈)

-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카리스마?)

- 결과에 대한 책임


위 내용은 굳이 설명이 필요한 내용은 아니라서 패스. 다만, '전략'이나 '비전'이 왜 빠져 있는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이상하게 들릴 지는 모르지만 리더에게는 전략이나 비전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오히려 리더에게는 좀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가운데에서 '좋은 전략이나 가야할 비전'을 찾아내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 물론, 스티브잡스, 앨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처럼 전략이나 비전까지 만들어내는 훌륭한 리더도 있겠지만, 이것은 리더의 필수요건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스스로 물어보자. 자신에게는 리더의 자질이 있는가? 혹시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아래 네 가지 유형을 더 살펴보자.


2. 책사


삼국지로 비유하자면 제갈공명에 해당하는 역할이다.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 위주로 일을 할 때, 책사는 전체를 보고 '판을 짠다'. 직장을 다니며 늘 느끼는 것은 '부분의 총합'이 전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 더하기 1은 2가 될 수도 있지만, 1이나 (심지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고, 화학작용과 함께 10 이상으로 포텐을 터뜨리기도 한다. 책사는 회사에서 각 부문의 역할과 문제점들, 경쟁사와 우리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해당 시점에서의 최선'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설정한다.


책사의 이야기를 반드시 리더가 채택하는 것도 아니다. 가령 삼국지에서 보더라도 제갈공명의 전략을 유비가 늘 따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엔 '아, 그냥 좀 제갈공명 말대로 좀 하지'하고 아쉬워한 적도 많았지만, 나이를 먹고 직장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유비의 선택은 이유가 있었다는 점이다. 분명 그 시점에서는 실패할 것을 알고 있지만 필요한 결정이란 것이 있다. 이 미묘한 차이와 상황적 판단을 리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책사는 좀더 뚜렷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리더에게 전달할 수 있다.


책사는 아래와 같은 자질을 필요로 한다.


- (치우치지 않고) 전체를 보는 능력

- 논리력

- 상상력 (서로 다른 업무 사이의 관계를 알아채는 것)

- 집요함 (해결될 때까지 생각하는 것)

- 리더를 알아보는 능력


책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상황에 맞는 가장 필요한 방법을 제시하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일시적으로 굉장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잔인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어제와 같은 방식을 똑같이 하면서 오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변화는 일반적으로 '좀더 열심히'가 아니라 '같은 일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데서 온다. 책사는 자신의 제안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왜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이해력,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결단력, 그리고 동시에 사람들을 안정시키고 끌고갈 수 있는 조직적 영향력을 갖는 리더를 찾게 된다.


3. 장수(세일즈)


장수는 21세기로 환원하면 '세일즈'다. 쉽게 이야기하면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사람이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한 포지션이다. 그런데 한국의 회사에서는 세일즈가 이상할만큼 대접을 받지 못한다. 심지어 회사 밖에서도 그렇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 100명을 물어보고 '마케팅할래요, 세일즈할래요?'하고 물으면 대부분 마케팅을 선택한다(어쩌면, 요즘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가장 놀랐던 것이 '세일즈에 대한 회사의 가치부여'였다. 이전 직장에서 받아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환대를 받았다. 물론, 페이스북의 가장 핵심적인 자원은 여전히 '개발자'이긴 하지만, 이건 뭐 다음 생애에서나 해결할 문제이고 여러 회사를 다녔지만 페이스북만큼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세일즈에 대해 인정해주는 조직을 보지 못했다. 그냥 말로만 하는 립서비스가 아니라, 세일즈의 의견을 듣고 서비스나 광고상품의 개발 방향을 어떻게 변경할 것인지를 귀담아 듣고 적극적으로 묻는다. 세일즈는 1선에서 광고주와 만나면서 시장의 의견을 듣는 핵심창구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국의 회사에서는 세일즈에 대해 '너네가 잘해서 그 매출이 나오는 것이 아니야', '서비스가 좋아서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면 세일즈는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럼 너네가 가서 팔아보든가', 이렇게 되면 그냥 서로 콩가루 집안이 되는 것이다.


세일즈의 자질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확하다.


- 리스닝 (상대방이 뭘 말하고 있는지 듣는 것)

- 스피킹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

- 이해력 (자신이 파는 상품을 이해해야 하고, 리스닝과 스피킹이 랜덤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다)

- 자신감과 실행력 (일단 부딪히고 해결)

- 고객의 니즈와 회사의 이익이 상충될 때의 결단력


마지막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세일즈의 능력과 같다. 고객의 니즈와 회사의 이익이 상충될 때가 문제가 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이 특급 세일즈와 일반 세일즈를 구분하는 잣대가 아닐까 한다.  


4. 장인(기술자)


리더가 있고, 책사가 있고, 뭐든지 팔아올 수 있는 세일즈가 있어도 '팔아야 하는 제품'이 꽝이면 말짱 도루묵이다. 바야흐로 '만들지 못한 아이디어는 떨이로 취급되는' 세상이다. 아이디어냐 실행이냐의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 생각해볼 이슈이겠으나, 최소한 지금 현실에선 '실제로 그것을 만들어 낼 사람'이 없으면 아무 것도 시작할 수 없다. 현실의 회사에서 장인(기술자)의 대표적인 두 가지 이름은 '개발자'와 '디자이너'이다.


개발자는 주로 화성에서 오고, 디자이너는 금성에서 온다. 가끔 슈퍼 하이브리드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둘은 업무 방식이나 대화방식, 하다못해 옷 입는 스타일까지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머글(마법을 부리지 못하는 일반인)이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설득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데, 개발자를 설득할 때와 디자이너를 설득할 때는 사용하는 두뇌 영역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억울하면 다음 생애에는 뭔가를 (진짜로)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장인(기술자)에게 필요한 자질을 설명하는 것은 생략한다. 만약 본인이 이 유형을 지원하고 있다면, 어줍짢은 설명을 듣는 것보다는 이 분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신, 이런 사람들을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서만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어떤 일을 왜 하는지 묻는다 (Why)

- 그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다 (프로젝트 초기에 잡음도 많다)

- 일단 그 사람이 OK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 여기 아니어도 갈 곳이 많다

- 지루해할 때가 많고, 이상하게 진행되는 일을 참지 못한다 (해결하는데 드는 리소스가 더 큰 경우 제외)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장인(기술자)를 가지지 못한 채 마케팅이나 6시그마(마른 행주 짜내기)에만 열을 올리는 회사에는 지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이 하는 일도 알고리즘이 대신하는 세상이다. 잘 만든 제품이 늘 다 잘 판매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 가치를 가지지 못한 제품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은 없다. 그만큼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할 것이다. 


5. 범퍼(유연한 사람들)


마지막 유형인 '범퍼'는 이름 짓기가 매우 어렵다. 더 좋은 이름을 찾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만큼 정의하기가 어렵고 회사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유형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범퍼를 가진 회사는 굉장히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고, 어지간한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일단, 범퍼에 대해서 좀더 알아보자.


범퍼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유연하다 (특별히 잘하는 업무는 없지만, 어느 업무를 맡겨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한다)

- 긍정적이고, 자존감이 높다 

- 눈썰미가 있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 따뜻하다

- 커뮤니케이션을 참 잘한다


리더를 제외한 책사, 장수, 장인은 대체로 한 가지 측면이 유난히 발달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이 잘 하는 부분들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넓은 범위의 업무'를 커버하는 것에는 약점을 보인다. 무엇보다 성격이 뚜렷하고 의견이 강한 사람들이 많아서 조직 안에 긴장(Tension)이 늘 가득할 수 있다. 이러한 긴장은 조직의 성장을 돕기도 하지만, 가끔은 릴렉스도 필요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일을 바로 진행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필요한 업무마다 사람을 배정하다가는 그 조직은 지나치게 비대해지기 마련이다.


그럼 잡다한 것을 다 하는 것이 범퍼인가요? 이렇게 물을 수 있겠다.


물론 아니다. 우선 질문이 틀렸다. 회사에 '잡다한 것'이란 것이 정말로 있는가. 자신이 하기 싫다고 그 업무가 '잡다한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업무가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 지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업무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다. 정말로 필요한 업무라면 '가장 아쉬운' 누군가가 하게 되어 있다. 일단 참지 못하고 누군가 했다면 그 업무는 더 이상 잡다한 업무가 아니다.


범퍼는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고, 조직이 불필요하게 비대해지는 것을 막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다. 주특기가 없다는 것은 이들에게는 단점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어느 업무에나 투입될 수 있는'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한다. 유능한 범퍼를 가진다는 것은 리더에게는 축복이다. 그런데 그만큼 찾기가 쉽지 않다. 묵묵히 자기의 위치에서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범퍼는, 하루 종일 퇴근시계만 바라보면서 주어진 일만 하려고 하는(그리고 그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많은 수동적인 직원들 사이에 묻혀 있다. 어떤 사람이 범퍼인지를 발견하는 경우는 오히려 그 사람이 회사를 떠난 다음이다. 고작 한 명이 빠졌을 뿐인데, 생각지 못한 수 많은 펑크가 나기 시작했다면 그 사람이 바로 '범퍼'인 것이다.


이렇게 회사에 꼭 필요한 5가지 유형을 정리해 보았다.


모든 사람이 리더가 될 수도 없지만, 리더가 될 필요도 없다. 제갈공명이 나이를 더 먹으면 유비가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장인이 갑자기 다른 장인을 관리하는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 단점을 극복하기 보다는 자신의 장점에 집중하고, 도대체 어느 선까지 자신이 가진 장점의 한계를 끌어올릴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책사, 장수, 장인, 범퍼 중 누구라고 시장에서 그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면 리더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회사에 필요한 사람을 데려오고 그 사람이 자신의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그만이다. 리더의 자질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 사람을 평가절하하거나, 굳이 그 사람의 장점을 두고 다른 트랙으로 갈아타게 할 필요도 없다.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제 정말로 중요한 질문 하나. 만약 당신이 회사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면,


당신은 누구인가? 혹은, 어떤 유형의 피를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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