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에세이 #25
암초는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뭔지 모르게 자신의 힘을 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과는 처음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1. 편을 가르는 사람들
회의를 팀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PC방에서는 진실일지 모르겠으나, 회사에서는 이것만큼 골치아픈 것이 없다. 회사가 위기일수록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어쩌면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회사가 위기에 빠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니 편 내 편'이 있는 사람들은 회의 내용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 '누가 말하고 있는지'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여당, 야당의 모습과 비슷하다. 뚜렷한 방향의 두 정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집권당과 그렇지 못한 당이 있을 뿐이어서, 같은 정책을 여당일 때는 찬성하고 야당일 때는 반대하고 뭐 이런 식이다. 직장으로 돌아오면 '우리 팀'이란 생각이 너무 강해서 '우리 회사'란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이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상대방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알아도 여전히 노선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인데 첫 번째는 자신의 편이 아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싫기' 때문이다. 이건 미친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지 설득하기도 힘든데, 설득이 되도 받아들이기 싫다면 회의의 목적은 무엇인가.
2. 상대에 따라 말이 바뀌는 사람들
말이나 생각의 일관성이 없는 사람들이다. 특히 상사를 대할 때와 동료나 팀원을 대할 때 말이 180도 달라지는 사람들이 많다. 상대방의 직급이 높을 수록 말이 없어지거나 이 차이가 더 심해진다.
이런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회의를 빨리 끝내고 1:1로 만나서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회의에서 모두에게 공식적으로 말해버리면 이 전략을 취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본래 회의에서는 말을 최대한 아끼거나 대부분의 사람의 의견에 '아, 좋은 생각이네요' 시리즈를 무한 재생한다. 어려운 질문에 몰리면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라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번다. 회의가 끝나면 참석한 사람들을 하나씩 붙잡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담배를 피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점심 약속을 잡기도 한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회사에 불만이 많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으로 그 불만의 대상이 눈앞에 있으면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특히 상사의 상사가 잘못된 결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부장이든, 상무든, 부사장이든, 대표든 그게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가. 회사를 떠나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아닌가(물론, 같은 아파트에 살 가능성이 매우 낮기는 하다).
그 사람을 직접 마주보고 할 수 없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백번 양보해서 사람에 따라 '표현을 달리 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바뀌면 정말 같이 일하기 쉽지 않다.
3.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들
이건 그 사람의 잘못인지 사회의 잘못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평생 부모님이나 연인으로부터 대접을 받고 살아왔는데 회사에 들어왔다고 이것을 한 번에 고쳐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러면 다른 동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들의 특징은 1) 굉장히 잘해주는 때와 2) 이유없이 화를 내는 때의 변화가 찰나의 순간에 교차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의 경우 이러한 변화의 징조를 사전에 포착하고 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논쟁을 하다가 갑자기 감정을 폭발하는(Burst) 사람을 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이건 비단 남성 혹은 여성 어느 한 쪽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능하다면 이런 사람들과는 1:1로 미팅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자신과 성별이 다른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쩔 수 없이 1:1을 하는 자리라면 회의실 말고 카페테리아 같이 '열린' 공간에서 하는 것이 더 낫다. 근처에 누군가 있다가 증언을 해 줄 수도 있고, 아니면 CCTV라도 틀어보면 되니까.
4. 하겠다고 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
회사에서 굉장히 아름다운 순간은 누군가 결연히 일어나 (심지어 싫은 내색도 없이) '제가 하겠습니다!'를 외치는 순간이다. 물론, 하겠다고 하고 하지 않는 것만큼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일은 없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그리고,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는 일이지만),
하지 않을 업무는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눈 앞에 CEO가 앉아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내용으로,
하지 않을 업무를 본인 스스로 제안하면 안된다.
이건 정말 미치는 일이다. 특히 회사 내부도 아니고 광고주처럼 회사 밖의 사람들과 하는 미팅에서 제안을 한 뒤에 그 일을 하지 않아 버리면, 그 미팅에 같이 참여한 다른 동료의 마음은 씨꺼멓게 타들어간다. '저런 제안을 왜 하지?'라고 듣고 있다가 상대방에게 약속한 일자가 되어도 답이 없는 경우에, 메일이나 메신저로 환기를 시키면 처음에는 미안해하다가 나중에는 화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맡았을 때의 심정은 이해라도 가는데, (분명히) 하지 않을 업무를 스스로 제안하는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중에 물어보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혹은 '좋은 생각인 것 같아서'라는 답을 듣는데 회사는 여기는 회사고, 회사에선 자신이 뱉은 말은 지켜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간혹 재미있는('짜증나는'의 의미이다)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어떤 의견을 말하고는 '네가 하는 것이 좋겠어요!'를 외치는 사람들이다. 물론,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내려놓고 회사를 위해서 어떤 업무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다. 이럴 때에는 (누가 그 업무를 할 것인지를 정해놓지 않고) 가장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을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가 깔려있지 않은 일반적인 회의 시간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본인이 하지 않을 제안을 계속 남발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한 가지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그럼 네가 해보든가?'라고 했을 때, '그러죠, 뭐'라고 받을(Take) 수 있는 제안이면 언제든 해도 괜찮다.
5.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들
독심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것은 연애 시절에 '먹고 싶은 것 있어?'라고 물을 때와 비슷하다. 보통 '아무거나 괜찮아'라는 답변이 오는데, 이것이 정말로 '아무거나' 일 때는 드물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맞춰봐'의 의미를 가질 때가 더 많다. '아니, 그것만 빼고'란 말을 들으면 위험신호가 커진다. 차라리 스무 고개라면 낫겠는데, 세 번 이상 틀리면 밥을 먹지 못하거나 (이유없이) 화가 난 상대방을 보게 된다. 아, 그거 먹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은 10년쯤 뒤에 알게 되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를 설득해야 하는 사람이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생각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어떻게 말해요. 말해도 안 들어줄 거잖아요. 말하고 싶겠어요? 더 일이 커지기만 하죠. 글쎄요...
(정상적인) 회사는 대체로 바쁜 곳이다.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꼭 말해야 아나요?'라고 묻는다면 '그렇다'. 잘못된 의사결정이 내려지고 있으면 말을 해야 한다. 말을 하지 않고 뒤에 '거봐, 이렇게 될 줄 알았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나 충분한 일이다.
그리고, 어떤 회의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했다면 '그 때 내려진 결정'은 그냥 갔으면 한다. 어지간히 회사를 말아먹을 결정이 아니라면 그냥 가면 된다. 그래야 다음 번에는 '이번에는 내가 꼭 의견을 말해야지'라는 다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6. 날짜와 숫자를 부르지 못하는 사람들
언제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분기에 매출이 얼마로 끝날 것 같아요? 이런 질문에 답을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보통 대답은,
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 물어본 질문에 대한 대답 빼고 장황한 설명을 하거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 그런게 아니고 언제까지 끝나고, 어느 숫자로 떨어질 것 같은지를 다시 물어보면,
다시 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 혹은 이 경우와 저 경우가 있고 다른 경우가 또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이렇게 될 가능성과 저렇게 될 가능성이...
그런데 직장 생활의 묘한 점은 이런 사람들이 매니저로 승진하는 경우도 꽤 있다는 것이다. 그 결정을 한 사람의 머리 속을 뜯어보고 싶지만, 날짜와 숫자를 부르지 못하는 사람을 매니저로 둔 팀원들은 죽었다고 보면 된다.
그냥 간단하게 정리하면, 질문을 하면 답을 하는 것이 좋다.
7.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사람들
아...
일반적으로 세 가지 특성 중 하나를 보인다. 1) 무기력하거나, 2) 방어적(Defensive)이거나, 3) 둘 다 이거나.
이렇게 일곱가지 유형을 알아보았다.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