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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Dec 27. 2017

갑을 아닌 파트너

#직딩에세이 #26

페이스북에서는 광고주와 만나는 세일즈를 Client Partner라고 부른다. 좁게 이야기하면 페이스북의 광고상품(페이스북 앱을 열고 뉴스피드를 살피다보면, 5개 정도의 포스트마다 페이지 이름 아래 sponsored라고 작게 표시된 아이들이 있는데 이것이 광고다)을 광고주에게 설명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좀더 본질적으로 이야기하면 광고주의 상황과 캠페인 목적을 이해하고, 페이스북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Client Partner도 결국 세일즈이긴 한데, 그래도 '파트너'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단, 여기서부터의 Partner의 의미는 페이스북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내가 이해한 의미에서의 Partner 개념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일반적으로 세일즈는 '뭔가를 파는' 사람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무엇이든지 팔아오는 사람'의 이미지가 좀더 강하다. 좀더 심하게 이야기하면,


어떤 상품이든지, 상대방이 누구이든지 팔아오는 사람을 의미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흐뭇하고 유능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그 물건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맞지 않은 물건을 (어쩌다보니) 구매하게 되었을 경우 이보다 곤란한 것이 따로 없다. 특히 광고예산이 매우 크고 새로 뜨고 있다는 매체가 효과가 있나 없나 하고 편한 마음으로 살피는 대형 광고주의 경우라면 상관없겠지만, 갓 시작한 스타트업이라거나 돈이 돌고 돌아야 하는 퍼포먼스 광고주의 경우에는 한 번의 실패가 바로 죽음의 계곡(호환마마보다 스타트업들에게 더 무섭다는 Death Valley)으로 이어진다는 절박함 속에서 페이스북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어떠한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세일즈에 가까울 수록 '매체'의 입장에서 광고주를 만나게 된다. 광고주의 이야기를 듣고 페이스북의 다양한 상품과 솔루션, 그리고 캠페인 운영방식을 이야기하되, 광고주가 (세일즈가 목표 달성에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예산을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유능한 세일즈일수록 상품의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 결정은 언제나 '광고주'가 하는 것으로, 세일즈는 그 선택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예산을 집행한 광고주가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마음 속 깊이 기대하지만(그래야 또 재구매가 일어날 수 있으니), 그렇지 않아도 할 수 없다. 결과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겠고.


파트너라면 완전히 다르게 접근하게 된다. '변형된 역지사지'의 입장을 취하게 되는데, 상대방(광고주)의 관점에서 어느 만큼의 예산으로 어떻게 캠페인을 진행해야 좋은지를 고민하게 된다. 여기서 '변형된'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상대방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내가 만약 광고주에 소속되어 있다면 어떤 결정을 할까?'의 의미에 가깝기 때문이다. 단순히 광고주 담당자의 상황이나 어려움, 목적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주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관심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오지랖이다. 특히, 캠페인 결과에 대해서 실질적인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만큼 광고주의 캠페인 결과에 관심이 많고 (자신이 제안한 캠페인 방식의 진행 사항 및 결과에 대해) 파트너로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세일즈와 파트너의 관점은 분명히 충돌한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강하게 충돌한다. 매체의 관점에서 광고주를 만나는지, 아니면 광고주의 관점에서 페이스북을 바라보는 지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낳게 된다.


어느 방식을 택할 것인지는 정답이 없는 이야기고, 사람마다 혹은 광고주마다 선호하는 방식은 다르다. 파트너 포지션을 취하고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깊숙히 들어와서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해 '오, 이 사람은 우리 회사에 대해 관심이 많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광고주도 있지만, '내가 이 사람한테(까지) 왜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라고 불쾌감을 표시하는 광고주도 있다. 어느 정도는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약 '자신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최대한 어느 쪽을 선택하려고 할 것인가?


가령, 광고주로부터 '절대로 책임을 묻지 않겠으니 정말로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의 질문을 받았고, 해당 분기에 딱 그 만큼의 금액이 목표에 미달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각자의 판단일 수는 있겠지만, '광고주가 잘 되면 광고예산은 알아서 늘어난다(쓰지 말라고 해도 증가한다)'는 것이 좀더 페이스북 다운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위 질문에서라면 '해당 분기에 부족한 매출'은 의사결정에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좋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세일즈로서 매출을 맞추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관대한 조직은 없다. 성과를 중시하는 페이스북이라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애초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담당하는 다른 모든 광고주 캠페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지게 된다.


파트너로서 만나 같이 성과를 냈던 광고주 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블랭크TV라는 이름의 스타트업이었다. 아마도 업계 관계자가 아니면 이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사용자 중, 블랭크TV에서 나온 제품을 뉴스피드에서 접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회사 설립 후 아직 채 2년이 되지 않았으나 사실상 한국에서 페이스북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회사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블랭크TV의 사례를 통해 파트너로서의 페이스북과 광고주 간의 관계를 좀더 살펴보기로 하자.


1. 상황적 배경


블랭크TV의 대표(이하 '대광님')를 처음 만난 것은 약 2년 전이다. 그 당시에는 아직 회사를 차리기 전이었고 다른 스타트업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해당 스타트업과 '미디어 커머스'로서의 페이스북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던 때였다.  지금이야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활용한 퍼포먼스 광고(광고비 집행금액이 바로 매출로 이어져야 하는 캠페인)가 많지만, 당시에는 '퍼포먼스 광고는 이미지가 더 효과적이고, 동영상 광고는 브랭딩 목적 위주로 집행'되던 시기였다. 페이스북은 본사 차원에서 어떻게든 '동영상도 퍼포먼스 광고(페이스북에서는 Direct Resoponse 광고, 즉 DR캠페인이라고 부른다)에 효과적이다'라는 메세지를 시장에 던지고 싶어했으나,


데이터를 뽑아보면 퍼포먼스 목적의 캠페인에서 동영상 광고의 효과는 심각한 저효율을 겪고 있었다.


반면 이미지 대비 동영상을 밀어주려는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알고리즘의 영향, 전세계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통신망이 발달한(어떻게 보면 통신망만 발달한) 한국의 인프라,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모바일 동영상의 포맷과 느낌(그루브?)을 만들어내는 제작자의 능력, 이렇게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며 '브랜딩 목적'에서는 페이스북이 모바일 동영상 광고에서 이미 굉장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재미있는 모바일 동영상을 만드는 회사들의 수익구조가 굉장히 심각하게 좋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모바일이라고 해도 일정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는데, 동영상 제작사가 이를 의뢰한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은 제작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신 자신이 가진 페이지의 팬수가 늘어나긴 했지만 (페이스북이 계속해서 페이지에서의 오가닉 비율을 낮췄고, 당시만해도 페이지에서 돈을 받고 포스팅을 올리는 것이 가이드 위반이었기 때문에) 늘어난 팬수는 동영상 제작사 겸 페이지 소유주 회사의 수익으로 이어지는데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러 광고주의 캠페인을 살펴보다보니(페이스북 직원들은 모든 광고주 캠페인에 대한 View 권한이 주어진다), 유독 한국에서 '특정 업종'에 대해서는 동영상 광고가 이미지 광고 대비 나쁘지 않은 성과를 보이는 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뷰티 업종이었는데 좀더 좁게 정의를 하면 '기능성 뷰티' 업종이었다. 먼저, 패션과 뷰티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공통점: 페이스북의 핵심 사용자층인 18-29의 여성들이 매우 관심이 있다.  

차이점: 옷은 아무도 입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반대로 뷰티는 화장을 마친 모습에 관심이 없다.


결국 패션은 (컷 바이 컷) 이미지에 최적화되고, 기능성 뷰티는 동영상을 통해 그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화장품은 믿을 수 있는 백화점에 가서 사는 여성 분들이 많지만, 페이스북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반응(좋아요/댓글/공유/태그)을 확인할 수 있고, 가격도 2-3만원대의 화장품은 '한 번 구매해볼까'의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따라서, 모바일 동영상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대상을 브랜딩에서 '미디어 커머스'로 누가 빨리, 효과적으로 실행하는가에 굉장히 관심이 컸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아서 설득하는 중이었다. 아쉽게도 당시에 대광님이 소속된 스타트업은 브랜딩에서 퍼포먼스로 방향을 선회하기에는 굉장히 많은 내부 갈등을 겪는 듯 했고, 페이스북에서의 모바일 커머스 가능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한 대광님은 아예 회사를 나와 블랭크TV 란 이름의 소수정예 스타트업을 세우게 되었다. 


2. 성장기: Focus on Impact


블랭크TV의 영상 퀄리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들이 꽤 많다. 블랭크TV보다 영상을 더 멋있고 찰지게 만들 수 있는 회사는 한국에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도 굉장히 많은 동영상 퍼포먼스 캠페인 사례를 보았으나,


블랭크TV만큼 빠른 시간에, 효율적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사용자 반응에 맞춰 필요한 부분을 편집 수정한 뒤, 이렇게 확인된 영상을 대규모 광고예산을 태워 스케일있게 진행하는 회사는 보지 못했다.


모바일 동영상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영상의 퀄리티가 아니라 '제품 그 자체'와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다. 일단 제품이 기본빵 이상에 가격이 적절해야 하고(대광님 표현으로는 '가성비'가 맞아야 한다), 그 제품이 왜 당신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관심을 찰나의 순간에 불러 일으켜야 한다. 이것은 비밀이 아니다. 아마 한국의 스타트업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는 언제나 망설인다. 퀄리티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뭔가를 기획하고 제작, 완료하는데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TV나 케이블TV에서 잔뼈가 굵은 제작자일수록, 자신이 커왔던 제작환경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블랭크TV와 초반에 가장 많은 이야기를 했던 부분은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하는 점이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는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에 철처하게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협의를 했던 부분은,


페이스북의 광고플랫폼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대광님만큼 페이스북의 광고플랫폼의 동작 원리에 관심이 많은 파트너는 없었다. 다른 광고주의 경우, 페이스북 광고플랫폼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해 (나 혼자) 신나게 설명하면 관심이 없어 하다가, '그래서 뭘 하면 되는지'의 결과 부분에만 관심을 둔 반면, 대광님의 경우 이러한 설명 자체를 굉장히 재미있어했고 빠르게 이해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좋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지금은 상식이 되었지만, 당시로서는 아직 많은 광고주들이 페이스북 픽셀 설치를 귀찮아하거나 망설이고 있을 시기였다. 페이스북 광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블랭크TV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필요한 사전 작업을 마쳤고, 캠페인 구조를 단순화하고, 페이스북 리포팅의 수많은 지표 중에 ROAS(광고비 집행 시 어느 만큼의 매출이 발생하는가) 확인을 위해 필요한 핵심 지표 위주로 간결하되 철저하게 분석하는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페이스북 광고플랫폼에 맡길 부분과, 블랭크TV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부분(제품 개발 및 컨텐츠 제작, 그리고 이 둘 간의 균형)을 철저히 분리하고 블랭크TV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던 것이다.


당시 페이스북은 검색광고의 살인적인 PPC  증가를 버티다 못한 퍼포먼스 광고주들의 피난처 역할을 했었다. 사용자 각자의 취향과 반응을 고려한 컨텐츠와 광고 배치 알고리즘의 결과로 인하여, 제대로 광고 캠페인을 세팅하고 효과적인 크리에이티브를 사용할 경우 광고비에 따라 눈으로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규모로 매출 증가가 쉽게 일어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동영상으로 제품의 핵심들을 설명해가는 퍼포먼스 목적의 미디어 커머스를 가장 본격적인 스케일로 진행했던 블랭크TV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사업 초기부터 흑자를 달성하며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광고예산이 상당히 커졌을 때에도 블랭크TV의 페이스북 캠페인 구조는 놀랍도록 단순했다. 다른 광고주에게 보여줄 수 없어서 안타까웠지만, 너무나 많은 광고주들이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복잡한 타겟팅과 캠페인 설정에 신경을 쏟고 DPA(Dymanic Product AD)와 같이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나간(여전히 효과가 심히 의심스러운) 신규 솔루션을 시도해보려고 노력을 분산할 때,


블랭크TV는 망망대해를 향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이다. 


3. Working Culture에 대한 관심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로 대광님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부분은 Working Culture에 대한 부분이었다. 대광님의 경우 페이스북의 광고 플랫폼 작동 원리에 이어, 페이스북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그러한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다. 당시에 대광님과 나누었던 내용 중 많은 부분들이 곳 브런치에 지금 연재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다른 광고주들이 '페이스북을 잘 활용하는 법'에 대해서만 궁금해할 때, 대광님은 페이스북 그 자체를 알고 싶어했다.


Focus on Impact, Move Fast, Be Bold, Be Open의 개념은 블랭크TV에 어울리는 형태로 하나씩 이식되어 갔다. 가장 단순하게는 호칭에 대한 부분부터(대광님은 '대표' 혹은 '실장' 등의 직함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별도의 임원 공간을 마련하지 않는 부분, 사무실 한 층을 넓게 임대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모두 같은 층에 근무하는 것, 오피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 그리고 무엇보다,


-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방향을 공유하되 위임을 강화하는 것

- 그리고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


이 두 가지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였다. '관리가 필요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필요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했고, 더 놀라웠던 것은 이미 블랭크TV에 속한 직원들 중 상당수를 이와 같은 방향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것에 굉장히 많은 진전을 보였다는 점이다. 


아마 누군가 그 시절 대광님과의 미팅을 옆에서 지켜보았으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하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 매체 세일즈와 스타트업 대표가 만나 캠페인 이야기는 하지 않고, Working Culture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논의를 1-2시간 동안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정작 대광님과 같이 술을 마신 기억은 없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서로를 어느 만큼 믿고 신뢰하는지, 그리고 애초에 서로를 갑과 을이나 혹은 스타트업과 페이스북의 관계가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고 논쟁(Debating)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했기 때문이 아닐까.


당시 페이스북에서는 '너는 블랭크TV 직원인가, 페이스북 직원인가'의 농담이 꽤 많이 나왔고, 왜 그렇게 블랭크TV 사례에 집중하는지에 대한 챌린지가 많았다. 여기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누가 페이스북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회사가 생기면, 다른 광고주를 설득하는데 이것만큼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블랭크TV의 성공 사례는 이후 많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었고, 블랭크TV의 방식을 차용하는 광고주들도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블랭크TV가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한 걸음 더 나가게 하는 자극으로 작용했을 뿐 실제로 내부적으로는 자신감이 꽤 강하게 여겨졌는데 그것은,


광고 솔루션으로서의 페이스북을 넘어 페이스북의 문화까지 블랭크TV 방식으로 소화하고 진화해 간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글을 마무리짓기 전에 대광님과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는다면,


- 파트너로서 이야기한다는 공감대가 누구보다 강했고,

- 상대방이 누군지와 관계 없이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에 대한 관심이 컸고,

- 무엇보다 자신이 들은 이야기의 절반을 버린다는 부분이었다.


절반을 버린다. 대신 어느 쪽 절반을 버릴 것인지는 본인이 판단한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하는 상대방이 매우 편해진다. 훨씬 더 자유롭게 가능성을 열어높고 어디까지 꿈을 꿀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신나게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파트너로서 대광님과의 이러한 협업은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스타트업을 이해하고,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는 페이스북 광고플랫폼의 작동 원리를 실증적으로 체감했다는 경험을 내게 가져다 주었다. 항상 그렇듯이, 불필요한 것들을 깔아놓지 않은 상대방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서로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페이스북에서 마크가 생각하는 파트너의 의미는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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