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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Dec 30. 2017

직장생활 불변의 법칙

#직딩에세이 #29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류시화, 1998).


1. 상황은 늘 더 안 좋아진다


아, 예전엔 좋았었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회사가 변했어. 옮길 때가 되었나봐.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몇 가지가 있는데,


- 변화를 잘 따라가지 못한다

- 그러다보니, 변화 자체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 상황을 개선할 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야 하고 서로를 위로한다

- 생각보다 잘 그만두지 않는다


특히 작은 회사가 커질수록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몇 명이 모여 오손도손 모든 업무를 공유하고 동료에 대한 온갖 개인사를 다 알던 시절에서, 조직이 커지고 회사에서 자신이 모르는(사실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일이 많아질수록 소외감을 느끼고 (정말 더 좋았었는지 의심스러운) 과거에 대한 향수를 떠올린다. 그러면 또 누군가 나서서 '우리는 더 이상 작은 회사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대기업 벤치마킹 코스프레를 하기 시작하는데, 대기업 프로세스의 장점은 어딘가 팔아먹은 채로,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잔뜩 주어지고 모든 업무를 마이크로매니징하는 악폐만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가져오게 된다. 대기업에서 온 고리타분한 양반이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최악은 대기업을 다녀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어설프게 벤치마킹을 할 때 이러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지금 할 수 없는 일은 앞으로도 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훨씬 낫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고민하고, 이슈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대안을 모색하고, 그리고 결국 해결되지 않으면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판단한 후 이러한 변화를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회사를 떠날 것인지 결정하면 된다.


(해결방법에 대한 고민 없이)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굉장히 싫어하는 상사가 갑자기 다른 회사의 오퍼를 받고 떠나는 로또(!)를 맞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자리는 보통 그보다 더한 사람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이럴 바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것이 낫다. 반드시 혼자일 필요도 없고,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동료를 찾아도 괜찮다. 다만, 중요한 이슈일수록 공개적으로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언제나 가장 효율적이다.


2. 프리라이더(Free Rider)를 잡으려는 노력은 대부분 실패한다


모든 조직엔 프리라이더(숟가락 얹는 사람)가 있다. 얼마나 많은지의 비율이 다를 뿐이다. 이상적으로는 프리라이더를 내보내고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채우면 좋겠지만 프리라이더를 제거하려는 노력들은 대부분,


- 프리라이더는 그대로 있고 A급 인재가 회사를 떠나게 되거나,

- 프리라이더 한 명을 내보내는데는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명의 A급 인재가 회사를 떠나게 된다.


프리라이더를 내보내는데 성공했냐, 실패했냐보다는 이 과정에서 A급 인재가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것이 더 문제가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첫째, 프리라이더는 생존력이 강하다

둘째, '관리를 위한 관리'가 강화되면 자율성을 좋아하며 헛짓을 싫어하는 A급 인재에 악영향을 준다

셋째, 프리라이더를 제거하기 위해 A급 인재가 투입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심지어 잘 못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프리라이더보다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 위주로 업무에 집중하면 된다. 사실 A급 인재들은 (자신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 한) 프리라이더의 존재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부분 이외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프리라이더는 채용인원(TO) 하나를 날려버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HR담당자와 회사의 리더는 해당 프리라이더가 채용되었던 상황을 리뷰하고 채용과정에서 어떤 부분들을 놓쳤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이미 들어온 프리라이더를 억지로 내보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프리라이더가 들어올 확률을 줄이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이다.


3. 가고 싶은 사람은 보내주자


평가는 매니저의 고유 권한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참고하겠지만, 매니저는 자신의 팀원 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나의 매니저가 나를 평가하는 것을 나는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느 직장이든) 직장생활을 계속 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는지 생각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런데, 평가가 매니저의 고유 권한인 것 만큼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피평가자(평가를 받은 사람)는 매니저의 평가에 대해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1) 평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개선점을 찾는다 (아마 이것이 모든 매니저의 꿈이겠다)

2) 이해가 되지 않아 매니저와 상담을 한다 (이것까지는 충분히 고려되고, 장려될 만한 일이다)

3)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른 부서로 가는 것을 신청한다 (어느 부서로 갈 지는 그 사람이 찾으면 된다)

4) 회사를 떠난다


매니저 중에 3번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왜 평가결과에 수긍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어한다. 그런데, 평가가 매니저의 고유 권한인 만큼 '평가에 대한 판단'은 피평가자의 고유 권한이다. 만약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에 충분한 공감대가 있었다면 1, 2번 중 하나로 되었을 것이다. 일단 3번 이상의 단계로 들어간 경우에 매니저가 자신의 뜻대로 상황을 무리하게 통제하려는 것은 4번 상황을 야기한다. 만약 A급 인재를 타 부서에 놓치는 것이 싫어서 그 사람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면, 이것은 회사 차원에서 굉장히 큰 손실이고 그 사람은 매니저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억지로 잡은 사람들이 성과를 내는 경우는 정말로 드물다. TO가 없어진다는 이유로 타부서 전배를 막는 것은 죄악이나 다름없다. 가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한 번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 후, 그래도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편하게 보내주자.  


4. 100% 안전하게 가려고 하면 반드시 망한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오는 과정에서 정말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절대 실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할 수록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은 급격히 낮아진다.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원인은 1) 가능성이 낮은 것들에 대한 신경을 쓰다가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칠 확률이 늘어난다는 점과, 2)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들은 이미 많은 컬럼 등에서 소개하고 있는 만큼 여기서는 굳이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겠다.


직장생활을 야구와 비유하자면,


- 당연히 매 타석 홈런을 기대할 수는 없다

- 10번 중 3번 이상만 쳐도 최고 수준의 선수이다

- 아웃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야구를 하면 업무에 흥미를 잃는다

- 공을 끝까지 보는데만 집중하면 공은 어느새 글러브 안에 들어가 있다

- 그렇다고 한 번의 실수로 선수생명이 끝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 승부조작, 음주운전)


간단히 요약하면, 실패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되,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패들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5. 죽을 것 같으면 도망쳐라


업무를 버티고 어떻게 해서라도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는 지식과 경험들은 피에 섞여 들어가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잊혀지지도 않는다. 설령 잊어버렸다 해도 조금의 노력을 기울이면 금방 되살아난다.


난관은 분명 그 사람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자극이 된다. 물론 좋은 멘토와 체계적인 교육, 그리고 능력있는 선배와 동료들의 일하는 방식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겠지만,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바로 자신 안에 있고, 틀을 깨고 나오기 위해서는 극한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겪는 과정은 굉장히 고통스럽다. '위플래쉬'가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노력의 과정이 생략된 '라라랜드'는 훨씬 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본질적으로 두 영화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같다)


그런데, 죽으면 다 소용 없다.


정말로 노력하되, 죽을 것 같으면 도망치자. (작가 김보통의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드립니다)


6. '작고 강한 팀'은 정말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회사의 비효율을 경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4명이 할 수 있는 일을 7명에게 배분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사람이 많아진다고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기에 프리라이더가 한 명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 되어갈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겠으나, 사람이 너무 적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아니,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사람은 많은데 업무를 믿고 맡길 사람이 없다'고 생각되면 망한 것이다(거의 모든 회사에서 이 말을 들었다). 능력 있는 1명이 할 수 있는 업무를 그보다 쉽게 채용할 수 있는 2-3명을 통해 진행할 때의 문제점은 정말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작고 강한 팀'에 필요한 것은 인원 충원이 아니라, '재능 충원'이다. 단순히 1명을 충원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을 유발할 수 있다. 충원에 필요한 것은 '업무를 나누어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팀 안에 부족한 역할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다.


'작고 강한 팀'의 정의상 팀장도 실무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중간관리자인 팀장이 조직의 오버헤드(관리를 위한 관리자)가 되는 것을 막는다는 점은 굉장히 의미있는 보너스이기도 하다.   


7. 답은 조직 안에 있다.


컨설팅은 '조직이 모르는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누구나 알고 있으나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에 더 가깝다.


일반적으로 회사 내에는 많은 문제들이 서로 얽혀 있다. '많다'와 '얽혀있다'가 Key Point로, '인지하고 있지 못한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일은 생각보다 적다. 현상에 영향을 준 중요한 문제나 해결방법은 이미 조직 내의 누군가가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너무 지쳐있고, 이슈를 제기해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현상이나 엉뚱한 '나비효과 현상'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 일을 잘 하는 동료들이 지쳐 떠나면 상황을 악화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레거시(히스토리, 과거의 사연 따위의 이름들)'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사면권'을 일단 내리고, 이 시점부터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지금부터 무엇을 하면 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필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관점'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와 해결방법은 이미 그 조직 안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위에서 설명한 것 외에 더 많은 '법칙'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법칙 자체나 개수는 큰 의미가 없다. 위의 이슈들은 모두 한 가지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10개, 20개의 법칙이 추가되도 변하는 것은 없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정말로 해결하고 싶은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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