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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Mar 25. 2018

내겐 너무나 어려운 그들

#직장을즐겁게 #08

직장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서 직장인을 가장 힘들게 하는 주범은 바로 '팀장'과 '사수'다. 어느 쪽이 더 어렵냐고 하면 한참을 생각해야 하는데, 가끔은 이 둘이 한 사람이어서 고민을 줄여주기도 한다.


사수는 자신에게 ‘업무를 주는’ 사람이다. 가령 처음 회사에 들어가면 대리 혹은 과장이 신입을 데려다가 일을 가르친다. 팀장이 사수일 수도 있고, 반대로 신입이나 다름없는 사람이 바로 뒤 신입을 데리고 일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사수는 그 사람의 업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업무를 지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타의 동료나 (직장에서의 연착율을  돕는) 버디와는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1. 사수와 팀장 중에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가?


팀장이 업무 방향을 명확히 하고, 이를 사수가 잘 파악하여 업무를 줄 때는 상관이 없다. 이런 경우에 문제가 있다면 그 방향에 문제가 있는지를 같이 검토하거나 아니면 업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면 된다. 문제는 사수와 팀장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르킬 때 발생한다. 사수는 왼쪽으로, 팀장은 오른쪽으로 가라고 했을 때 누구의 장단에 따라야 하는가?


물론 직장마다, 상황마다, 개인마다 케바케일 수 있겠지만, 잘 모르겠을 때는 일단 '사수'에 맞추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자신의 사수를 무시하거나, 높은 사람이 지시했다고 바로 자신의 사수를 제끼는 것은 당신의 안녕한 직장생활을 위해 위험천만한 일이다. 단,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수와 '그 방향의 다름'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 (최소한 초기에는) 평가권이 있는 팀장보다 사수의 의견을 더 따라야할까. 그것은 1) 당신이 팀장이 말한 의도를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2) 사수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되 결정은 사수의 말을 따르고, 대신 일의 진행상황을 확인하며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사람의 방식을 따랐을 때 일이 더 쉽게 풀린다면 제대로 된 사수를 만난 것이다.


만약, 그 반대의 상황이 지속되면 이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


충분히 오랫동안(물론, 이 '오랫동안'의 기간은 개인마다 다르다) 사수를 관찰했는데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팀장과의 면담을 고민할 시간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팀장이 당신의 사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점이다. 팀장으로부터 사수가 신뢰를 받는 상황이라면, 팀장과 면담하며 당신의 사수를 까는 행위는 짚을 들고 불을 향해 뛰어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만약 팀장과 사수가 (당신이 관찰한 대로)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태라면, 팀장에게 '당신이라면 이 업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의미가 있다.


이것은 사수에 대한 배신도 아니고, 하극상도 아니다. 오히려 당신이 회사의 방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수의 말만 듣고 계속 열심히만 업무를 하는 것이, '그래서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더 직장인으로서의 가치와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수에 맞추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 팀장과 면담하면 된다.


단, 팁이 하나 있다면 당신의 사수가 '당신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는데 팀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헛짓을 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판단에 큰 도움이 된다. 그 사수는 당신을 위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다. 사수에게 있어 팀장은 자신의 사수이기도 하다. 자신의 사수와 합을 맞추지 못하는 사수는 이미 절반은 실패한 상황이다. 이 때, 이를 어떻게든 해결하려 노력하는 대신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는 것은 마지막 절반도 놓아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사수는 정말 괜찮은데 팀장 때문에 고민이에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은 깨어날 필요가 있다.


2. 최소한 한 번은 전력을 다해 사수와 팀장을 설득해 봐야 한다


당신의 사수 혹은 팀장이 아무리 싫고 무능력해 보인다고 해도, 이 두 사람은 직장에서의 당신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분명히 장담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롤 따위는 잊어버리자. 당신의 사수와 팀장이 스크루지가 변했던 것처럼 어느 날 아침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출근할 가능성은 없다. 차라리 그 둘 중 어느 하나가(특히 사수와 팀장이 끝없는 반목을 해왔다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줄 가능성이 더 높겠다. 그러나 기대도 잠시,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조직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면 새로 온 사람은 더 답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윗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바뀔 가능성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저 사람은 내가 맞춰보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미친듯이 엄친아 상사도 잘 없는 것처럼, 세상에 그 어느 하나도 배울 것 없는 상사도 잘 없다. 아무리 무능력한 상사도 좋은 점 한 두 가지는 있고, 정 안되면 그 사람이 하는 '실수' 속에서 당신이 배울 수도 있다. 아예 작정하고 노력한다면 둘 중 하나를 알게 될 것이다.


1) 당신의 상사가 생각보다 괜찮은 점이 많다

2) 이 사람들은 정말로 답이 없다


그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당신이 전력으로 부딪혀 봤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당신이 제대로 충분한 시간동안 노력했다면 당신의 진심은 전해진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당신은 미련없이 어떤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수와 팀장과 합을 맞추는 것은 (회사의 이익보다는 개인 혹은 그룹의 이익을 쫓는) '정치'와는 다르다. 직장에서 자신의 직속 보고라인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설득하고, 그리고 그 결과를 관찰하며 직장인으로서의 마지막 판단을 내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자,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자신의 장점을 알아봐주고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상사는 부모와는 다르다. 어렵지만 그들에 맞춰줄수도, 더 좋은 상사를 찾으러 떠나갈 수도 있다. 답답할수도, 불평할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매번 제비뽑기를 하듯 확률에 몸을 기대기엔 그들의 존재가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좋은 상사는 만나는 것이 아니라 반쯤은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일러스트 ehan  http://bit.ly/illust_e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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