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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Mar 21. 2018

신입사원을 위한 메일쓰기

#직장을즐겁게 #07

최근에는 직장에서 메일을 쓰는 비중이 예전에 비해 확실히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회사에서 메일이 사용되고 있고, 특히 회사와 회사 간의 공식적인 의사소통은 메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메신저에서 채팅하듯 메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 생각지 않은 오해를 낳을 수 있는데,


최소한 아직까지는 (특히 신입사원이라면) 회사에서의 메일쓰기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1. 인사로 시작하고 감사로 끝내자


친한 사람과의 사적인 메일이 아니라면, '안녕하세요'로 시작하고 '감사합니다'로 끝내는 것이 안전하다. 정말 '안녕한지', 특별히 '감사’해서도 아니다. 이 둘을 생략하면 상사가 팀원에게 보내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직급이 올라갈수록 메일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불필요한 오해는 피하는게 상책이다.


2. 메일은 짧을 수록 좋다


필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메일은 짧을 수록 좋다. 최악은 엄청 길게 썼는데 본인도 뭔 말인가 하는 경우다. 메일을 받는 회수가 줄어드는 것에 비해, 횡설수설 메일의 비중은 오히려 늘어나는 느낌이다.


직장에서의 메일은 연애편지가 아니다. 특히 수신인에 ‘누군가’가 포함되어 있다면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그 분들은 매우 바쁘고, 시력이 좋지 않다. 무슨 말 하는지 알 수 없는 메일에 대한 인내심도 짧다. 특별히 이 분들과 썸을 타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짧게 쓰는 훈련을 하고,

그 안에 필요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자.


3. TO/CC/BCC를 제발 구분하자


의외로 TO(수신), CC(참조), BCC(비밀참조: Blind Carbon Copy)를 구분하지 않고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1) TO(수신)


메일이 단순 공유 혹은 보고가 아니라 ‘회신’처럼 누군가의 Action을 필요로 한다면,


그 행동을 할 사람이 TO이다.


메일을 쓸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실수가 TO와 CC를 구분하지 않고 다 TO로 넣는 것이다. 특히 특정인을 지정하지 않고, 그룹메일주소(가령 팀원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메일주소)를 TO에 넣고 메일을 보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 어떻게 될까?


TO로 받지 않은 메일은 원칙적으로 회신의 의무가 없다. TO로 메일을 받은 경우에도 여러명이 동시에 TO로 지정되어 있고, 메일 내용에 특별히 자신이 회신해야 하는 설명이 없는 경우에는,


회신하지 않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다.


따라서, 회신을 해야 할 사람(TO)과 그냥 참고만 할 사람(CC)은 반드시 구분하고, TO는 최소한으로 명확히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 CC(참조)


참조는 '이런 일이 있으니 알고 있으십시요~'하는 의미이다. 단, 심하게 얘기하면 안 읽어도 그만이다. CC로 보내놓고 '왜 회신을 안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오른쪽 사람을 바라보며 자기 머리 뒤에 있는 사람에게 불평하는 것과 같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받는 메일량이 급격히 많아진다. 반면 메일 홍수 속에서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는 기술 또한 (그 사람이 연차 값을 한다면) 개선되는데, CC보다는 TO로 받은 메일에 좀더 많은 시간을 쏟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CC에는 좀더 '미묘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CC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다른 부서의 실무자와 둘이서 메일을 주고받는 경우와 자신의 팀장을 CC로 추가하는 것은 의미가 꽤 다르다. 특히, 임원을 CC로 넣는 경우에는 '이 만큼 중요한 건이다'라는 의미가 포함된다. 반면, CC에 누가 포함되는지에 따라 상대방도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회신을 하게 된다. 무턱대고 아무나 CC로 추가하면 생각지 않은 부작용을 갖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CC를 넣어야 하는 순간에 빼버리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업무의 진행사항을 공유하지 못하게 된다.


이 둘의 구분은 센스에 가까운데 잘 모르겠으면 자신의 매니저에게 물어보자.


3) BCC(비밀참조)


BCC는 TO나 CC로 메일을 받는 사람들 모르게 누군가에게 메일을 같이 보내고 싶을 때 사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로는 '임원'을 BCC로 포함하는 경우이다. 만약 당신이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뭔가 일이 꼬여가고 있다고 하자. 이럴 때 기존에 없던 메일 쓰레드에 임원을 CC로 넣는 것과 BCC로 넣는 것은 큰 의미적 차이를 보이게 된다.


BCC로 메일을 보내는 것과 가장 유사한 방법은 이미 보낸 메일을 포워드해서 별도 메일로 BCC로 보내고 싶었던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받는 사람 입장에서 TO로 메일이 수신되기 때문에, 원래대로 BCC로 보내는 것이 더 낫다.


BCC로 메일을 보냈을 때는 TO나 CC로 메일을 받은 사람이 전체회신을 하더라도 BCC에 있던 사람에게는 그 메일이 가지 않는다. 따라서 계속 상황공유거 필요한 경우, 다시 전체 회신을 보내면서 BCC를 추가하면 된더. 다만, 이렇게 BCC가 추가되어 있다는 것을 TO나 CC로 받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굉장히 기분이 안 좋을 수 있다. 회의 때 메일을 꺼내놓고 보여주거나 하면서 '자백'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반대로 BCC로 메일을 받았을 경우에는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BCC로 받은 메일은 절대로 '전체회신'하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 그냥 보낸 사람에게만 개별회신하면 된다.


4. 개별회신, 전체회신, 포워드


메일을 받았을 때 가장 일반적인 회신 방법은 '전체회신'이다. 상대방이 TO, CC를 정확히 지정해서 보낸 경우(BCC는 수신자는 알 수 없으므로 제외),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전체회신을 하면 된다. 다만, 메일을 회신하면서 TO와 CC를 다시 재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이 부분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회신은 보낸 사람에게만 회신하는 옵션이다. 주로 전체회신하기 전에 그 사람에게 뭔가를 따로 묻고 싶을 때 많이 사용한다. 회신을 받으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맨 처음에 왔던 메일에 전체회신을 해서 답신을 하게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개별회신을 했던 메일에 굳이 TO와 CC를 다시 적어서 전체회신으로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개별회신으로 조언을 주었던 사람과는 원수가 된다.


또한, 전체회신으로 보내야 할 때 개별회신을 해 버리면 TO와 CC로 메일을 받았던 다른 사람들은 진행사항을 알지 못하게 되고, 별도의 회신을 하면서 메일쓰레드가 분리되게 된다. 따라서 전체회신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수신/참조를 조정하면서, 개별회신은 제한적인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포워드(Forward)는 말 그대로 받은 메일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개별회신이나 전체회신과 다른 점은 원래 메일에 담겨있던 첨부파일을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단, 전체회신을 해야 할 때 포워드를 해 버리면 메일 쓰레드가 분리된다. 이렇게 되면 같은 안건에 대해 서로 다른 메일 쓰레드가 돌아다니게 되어 굉장한 혼선을 주게 된다. 따라서, 포워드는 일회성으로 메일을 전달할 때에만 사용하고, 만약 그 사람이 계속 기존 메일 쓰레드에 포함되어야 하는 경우 파일만 포워드로 따로 보내고, 전체회신에 그 사람을 추가하는 것이 낫다.


5. 수신/참조/비밀참조 추가 제외 표시


전체 회신을 하면서 TO와 CC 등을 변경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 새로운 사람을 추가하고 싶은 경우나, 반대로 더 이상 해당 메일을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 싶을 때이다. 이럴 때는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변경된 사람을 표시해주는 것이 좋다.


(+홍길동, 개똥이)

(-칠복이) (BCC to 칠복이)


'+'는 어떤 사람이 추가되었다는 의미이다. 굳이 TO와 CC를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누가 추가되었다는 사실만 알면 받는 사람이 확인할 수 있으므로). 그런데 '-' 혹은 'BCC to'는 좀더 재미있다. 기존의 TO나 CC로 메일을 받은 사람을 BCC로 이동하고 위와 같이 적으면,


'칠복이'는 요번 메일까지만 받고 앞으로는 메일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다. 불필요한 메일은 최대한 안 받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외로 요 기능이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가 있다(특히 이슈가 해결되어 메일에 참조된 임원을 제외하는 것이 더 필요할 때).


6. Follow-up이 필요한 내용을 명확히 분리


메일을 받은 사람이 뭔가 행동을 취해야 한다면, TO 지정 외에도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본문에 명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메일이 조금이라도 길어졌거나, 행동을 취해야 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고 각각 다른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Action이 필요한 내용은 메일 말미에 따로 단락을 빼서 적고, Bold 혹은 색깔을 주는 등 메일을 정독하지 않고 쓱 훑어보더라도 대략 그곳에 중요한 부분이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7. 메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메일을 보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메일을 보내지 않고 해결하는 것이 필요할 때를 아는 것이다. 메일로 의미없는 핑퐁이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 들 때는,


그냥 만나서 얘기하자.


전화를 해도 되고, 메신저를 해도 된다. 여러 명과 상의해야 한다면 회의를 잡으면 된다. 메일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데 수많은 수신, 참조인을 데리고 전체회신 배틀(RE:RE:RE:RE:RE:)을 일으키는 것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또한, 메일을 보낸 후 상대방이 메일을 받았다고 확신하지 말자. 이것은 수신확인 기능을 통해 그 사람이 메일을 이미 열어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메일은 우연히라도 잘못 열어봤을 수도 있고(대표적으로, 첫 커서가 첫 메일에 가 있는 경우 '읽음'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열어보았는데 받은 사람이 깜박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메일이라면 메일을 먼저 보낸 후에 전화 혹은 메신저로 '중요한 메일을 보냈으니 확인을 부탁드린다'는 것을 보내두는 것이 필요하고, 특정 시간까지 회신이 없을 경우에는 그 사람에게 리마인드를 주는 것이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의도적으로 회신을 안 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일을 정말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러한 확인작업들은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게 된다.


메일을 예술(Art)의 경지로 끌어올릴 필요는 없다. 메일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더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을 쓰면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그리고 일단 보이기 시작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메일을 쓸 때 자연스레 습관처럼 손에 익는다.


일단 손에 익으면 더 이상 예전처럼 메일을 보낼 수 없게 된다.

일러스트 ehan  http://bit.ly/illust_e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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