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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Apr 02. 2018

같이 의논하고 한 명이 결정한다

#직장을 즐겁게 #10

위임(Empowerment)은 모든 의사결정의 근간이며,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개념이다.


1.  위임은 무엇이고, 왜 필요하게 되었나?


위임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업무의 결정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다. 위임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 만약 어려운 이슈가 발생하면 위임을 준 사람에게 의견을 물은 후 결정하게 된다. 위임을 처음 도입하게 되면, 일정 시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경우에는 시간이 지날 수록 혼성은 잦아들고 적시에 빠른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업무 효율성이 증가하게 된다.


왜 그냥 대표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가?


첫째,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결정 권한이 한 명에게 집중되면 그 사람에게 업무의 과부하가 걸린다. 타이밍이 생명인 업계에서는 적시에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매우 큰 위험을 초래한다.


둘째, 위임을 함으로써 상위 조직장은 좀더 어려운 결정에 자신의 리소스를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반복적인 의사결정이나 어느 정도 케이스가 정리되어 있는 경우 개별적인 사안의 결정은 팀원에게 맡기고, 자신은 그러한 업무가 반복되는 원인 자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셋째, 어떤 결정은 위임을 받은 사람이 자신보다 더 잘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모든 영역에서 최고일 수는 없다. 모든 약점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각각의 분야에서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고, 필요한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것이 낫다. 리더에게는 그러한 사람을 알아보고 자신의 팀 혹은 회사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자질이 더 필요한 것이다.


2. 각자가 스스로 결정하는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


위임을 받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1) 자신이 결정한다

2) 위임을 준 사람에게 물어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1번의 비율이 2번보다 훨씬 더 높아야 한다. 위임을 주었는데 매번 자신에게 확인을 요청한다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위임받은 사람의 이해수준 혹은 역량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위임을 한 '나'의 결정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위임받은 사람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비율이 높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비율이 점점 높아져야 정상이다.


3. 위임의 핵심은 권위 혹은 신뢰가 아니라, 회사의 '방향'이다


회사의 방향, 가치, 원칙. 어떤 용어라도 상관없다. 회사가 무엇을 지향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가 확실해야 위임을 받은 사람들이 각각의 순간에서 제대로 된 결정을 효과적으로 내릴 수 있다.


위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회사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

2)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크다

3) 자신을 대신하여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에게 위임권한을 주지 않는다


회사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면 위임은 의미가 없다. 매번 다른 결정이 내려지고, 그래서 어차피 매번 물어봐야 한다면 굳이 위임이라는 프로세스를 도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한 위협도 문제인데, 9번 성공하고 1번 실패했을 때 그 한 번의 실패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다면 9할타자를 팀에서 내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반복된 실패를 경계해야 하고, 그 실패를 통해 앞으로의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무엇보다 위임은 자기 대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프로세스이다. 매번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묻는 사람을 자신에게 코드를 맞추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위임은 엉망진창이 된다.


반대로, 위임을 받은 사람들은 회사의 방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매 건을 독립적인 결정으로 보지 않고, 일련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통해 다음 번에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판단을 내리면 되는지를 정리하고, 만약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그 의사결정의 배경 및 방향성에 대해 위임을 준 사람의 의견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회사가 알아서 정리해주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 과정이 부담스럽다면 조직장을 내려놓고 위임자가 다른 사람을 배정할 수 있도록 위임권한을 돌려드려야 한다.


4. 수평문화는 모두가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위임권한을 받은 사람이 자기 혼자 생각해서 자기 혼자 결정할 수도 있다. 이것이 꼭 잘못된 것도 아니고, 이렇게 일하는 것이 분명히 더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1층에 불이난 것처럼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긴급회의를 하고 모두의 의견을 듣는 것은 정신나간 짓이다. 상황을 확인했으면 바로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의견청취 과정에서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때가 많다. 다양한 관점을 듣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미리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억지로 모두를 불러모을 필요도 없고, 참석한 모두가 하나 이상씩의 의견을 강제로 내게 할 필요도 없다. 참여하고 싶은 사람만 오고, 온 사람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조직장이 가장 마지막까지 말을 아낄 필요도 없다. 대략 이런 조언은 조직장이 먼저 결론을 내면 다른 팀원들은 반대되는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맥락에서 사용되는데, 어차피 그럴 팀원들이라면 조직장이 가장 나중에 의견을 내더라도 '팀장의 의중은 무엇일까'에만 골몰하고 눈치를 보기 때문에 참고할 가치가 없다. 팀장이든 팀원이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급을 떼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으면 된다.


이것이 수평문화의 기본이다.


모두에게 자유롭게 발언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회사가 직원을 배려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듣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반대로 이해하는 순간, 어설픈 수평문화를 도입한 회사는 배를 끌고 산으로 가게 된다.


5. 결정은 한 명이 한다

 

가능한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나서 결정은 한 명이 한다. 만장일치도 아니고, 다수결도 아니다. 이럴 바에는 그냥 의견을 듣지 않고 처음부터 결정하면 되지 않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에게는 조직장을 시키거나 위임권한을 주어서는 안된다. 이건 불치병이나 다름 없어서 어지간한 교육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게 리소스를 쏟을 바에는 위임-토론-결정 프로세스를 잘 이해할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낫다.


왜 결정을 한 명이 해야할까?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다. 모두가 같이 결정하게 하면, 사람들은 (서로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주지 않는) 안전한 방향으로만 결정을 하게 된다. 결정의 순간에 이렇게 망설이면 일은 엉망진창이 된다. 그러나, 책임을 지운다는 것은 좀더 큰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바로,


 -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 실행 권한을 그 사람에게 준다는 것

- 의미있는 실패를 인정한다는 것

- 반복된 실패를 하는 사람을 위임권한에서 배제한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책임과 권한이 부여되고, 이러한 스트레스를 감당하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이 가장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누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6. 그 한 명은 누구인가?


회사에서 결정은 보통 아래의 두 중 한 명이 한다.


- 가장 직급이 높은 사람

- 그 사람이 해당 업무를 위임한 사람


그 뿐이다. 유능한 리더일수록 자신이 결정할 부분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부분을 잘 판단한다. 특히 자신보다 해당 영역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 회의에 참석한 경우, 그에게 위임하는 것이 좋다. 단, 사업적인 판단이 필요하고 큰 책임을 요하는 일인 경우에는 그 사람의 의견을 들은 후 자신이 판단해야 할 수도 있다.


가능하다면 회의 초반, 늦어도 중반 이내에 이 사안의 결정을 누가 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 자신이 책임지고 이끌 사람과 그냥 의견을 내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리 위임을 받았다 하더라도 정말로 중요한 사안, 혹은 위임자가 직접 상황을 확인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위임을 준 사람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어떨 때 묻지 않고 본인이 적시에 판단하여 진행하고, 어떨 때 위임자의 의견을 확인해야 하는가? 물론 이에 대한 답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의문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된다면 자신이 받은 위임권한을 반납해야 한다.


7. 위임은 언제라도 회수될 수 있다


위임을 받은 사람은 천하를 얻은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위임은 언제라도 회수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사안이 정말로 중요해졌을 때

- 위임을 받은 사람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위임은 언제라도 회수될 수 있다.


단, 위임회수를 남발하면 사람들이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의 무게를 잃어버린다. 반대로 빠른 조치가 필요할 때 위임회수를 망설이면 회사가 골로 간다. 따라서 본인이 결정할 것인가, 위임을 줄 것인가, 그리고 부여한 위임을 회수할 것인가의 판단을 리더가 얼마나 잘 하는지가 성패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는 회사다.


이것을 부정적인 뜻으로 이해하는가, 아니면 최선의 판단을 위해 언제라도 자신을 내려놓는 기준으로 삼는가는 바로 직장인 자신에게 달렸다.

일러스트 ehan  http://bit.ly/illust_e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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