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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Dec 06. 2017

질문해도 되나요?

#직딩에세이 #01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페이스북에서는 Mark's Q&A가 열린다. 마크 저커버그, 쉐릴 샌드버그를 포함하여 상당히 많은 회사 경영진들이 한 시간 동안 페이스북 직원들과 직접 만나 서로 이야기를 한다. 10분 동안 마크는 한 주 동안 있었던 일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안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나머지 50분은 직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을 해 준다.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전세계 페이스북 직원들은 사내 라이브 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보면서 Q&A에 참여할 수 있다.


매주 한다고요? 정말로 아무 질문이나 할 수 있어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었는데, 정말로 그렇다. 올해 들어 (개인적으론 아쉽게) 바뀌긴 했지만, 원래 페이스북의 Mission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Open & Connected'였다. 이것은 비단 페이스북이란 서비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서비스를 만드는 페이스북이라는 공간 안에서 회사의 주요 방향들이 주기적으로 공유되고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모든 사람들을 다 연결하려고 하는 회사가 내부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이것이 마크의 생각이다. 페이스북 직원들이 모인 공간도 마크에게는 하나의 커뮤니티이고, 세상과 소통하기 앞서 마음껏 테스트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실험군이라고나 할까. Mark's Q&A는 이러한 페이스북의 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가장 큰 '상징'이다.


그런데, 이걸 꼭 '어떤 회사'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체념할 필요는 없다. 분명 모든 회사에서 가능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라면 Mark's Q&A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요소를 좀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 매주 한다.


소통은 정기적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일년에 한 번 혹은 분기의 한 번과 같은 단위가 아니라, 되도록이면 매주 혹은 최소한 격주나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이상으로 길어지면, 직원들에게는 '연례행사'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매순간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나 회사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 답을 듣기 어렵다. 자주 하기에는 경영진이나 참여하는 직원의 시간이 아깝다, 이렇게 생각할 바에는 차라리 이런 모임을 갖지 않는 편이 더 낫다. 대신 그만큼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회사의 방향성을 짐작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2. 최고 경영진이 참석한다.


회사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정작 그 소통의 자리에 최고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으면 이것만큼 공허한 것은 없다. 최악은 소통의 자리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받은 후에, 그것을 누군가 정리해서 Top Management에 보고하는 방식이다. 차라리 '우리 회사는 소통보다는 효율성을 더 중시합니다'라고 솔직히 말하고, 회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십시오'라고 이야기하는 편이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정신건강에도 더 좋다.


3. 공유는 10분, 질문은 50분이다. 그 반대가 아니라.


60분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회사의 경영진이 50분의 시간을 사용하고, 나머지 10분이 주어졌을 때 '질문 있으십니까?"라고 말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전달(One-way)'이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이것을 소통으로 커뮤니케이션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10분 공유, 질문 50분'의 또 하나의 장점은 '경영진이 준비할 내용이 적다'라는 점이다. 매주 50분의 공유 거리를 만들려다가는 초가삼간을 태우게 된다. 마크는 Q&A를 위해 단 한 장의 장표도 준비하지 않는다. 평소 생각하는 그대로를 이야기할 뿐이다.


4. 질문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바보같은 질문이라도.


페이스북 직원들이 매번 훌륭한 질문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Q&A에 나오는 질문 중 상당 부분은 이전 Q&A에 나왔던 질문, 도저히 왜 묻는지 모르겠는 개인적인 질문, 일장 연설, 질문자 스스로도 무엇을 묻는지 정리가 되지 않는 질문 등 회사 밖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Q&A 시간낭비론'을 불러일으킬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유롭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중요한 질문'들이 나온다. 마크가 답을 못하고 말문이 막히는 그런 질문 말이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은 공감을 얻고 페이스북의 문화가 발전해 나간다.


5. 질문했다고 끌려가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을 하면 회의가 끝난 뒤 불려가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문제는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의 정의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안전한 질문을 하다보면 질문 자체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질문하기 전에 '질문을 해도 되는지' 누군가에 묻는 것은 코미디나 다름없다. 우리 회사는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쇼(Show)를 할 것이 아니면, Q&A 자리에서는 누구나 걱정 없이 뭔가를 물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6. 다 대답한다. 대신 누설하면 해고한다.


마크의 가장 큰 장점은 '정말로 다 답해준다'라는 점이다. 회사의 기밀이고 뭐고 없다. 본인이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Q&A에 참석한 사람 중 해당 이슈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 '그 자리에서' 바로 답하려고 노력한다. '좋은 질문이군요. 확인 후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영원히 답변받지 못하는 일 같은 것은 없다. 그런데 이렇게 다 얘기하다보면 '모두에게 말해주는 것을 보니 비밀이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지인이나 심지어 신문기자에게 들은 내용을 전달하는 직원들이 있다.  누설(Leak)은 페이스북 문화를 위태롭게 하는 악의 축으로서,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초범(!)이라도 바로 해고될 수 있다. 직원들에게 회사의 기밀을 이야기할 수 없다면, 차라리 소통의 장을 마련하지 않는 것이 낫다.


7. 질문은 실명으로 한다.


페이스북은 로그인 기반 서비스이고,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친구를 맺기 위해서는 본인의 이름을 프로필에 적는다(필명으로 활동하는 공인된 작가나 연예인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 다시 말하지만, 페이스북 사내문화는 페이스북 서비스 본질의 축소판이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본인이 누구인지 밝여야 한다. 누가 대신 질문해주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이슈가 아니다. 본인이 안전하다고 느낀 다음에야 실명으로 질문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그 날은 오지 않는다. 실명으로 뭔가를 회사에 요청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서 익명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더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질문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과, 본인 스스로 용기를 내는 것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이상으로 페이스북에서 진행되는 Mark's Q&A의 특징을 정리해 보았다. 


기본적인 원칙 자체는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체중을 줄이려면 먹는 것을 적게 하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는 것처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렇게 적어보면, 회사에서 왜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지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알고 있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소통이 중요하는 사실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만으로 기업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으로서는 직원을 잃는 것보다는 소통하는 것이 더 낫고, 직원으로서는 이직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뭔가를 개선해나가는 편이 더 좋다. 


질문해도 되나요? 이 말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그 회사의 소통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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