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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Apr 25. 2018

조직의 적신호, 이렇게 확인하라

#직장을즐겁게 #16

성공 방정식은 회사마다 모두 다르다. 그러나 조직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나는 현상은 대체로 비슷한 것 같다. 당장 문제가 터지느냐 아니면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곪아서 터지는가의 이슈일 뿐.


1. 사람들이 입을 닫는다


모든 회사에는 문제가 있다. 우리 회사는 왜 이렇게 문제가 많지, 이렇게 생각한다면 '지극히 정상입니다!'라고 답해주고 싶다. 다른 회사는 안 그렇다던데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이 다 행복해 보이지요? 그거랑 같은 거에요.


완벽한 회사같은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불만에 가득 차 있거나, 아니면 취해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든 정상은 아니고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결국은 몸과 마음을 해치게 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회사가 다 망하지는 않는다. 이건 우리 몸을 떠올리면 된다. 100% 건강한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는 어딘가 조금씩은 아픈데가 있다. 바로 인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도 있고, 된통 감기에 걸려서 40도까지 열이 올라가기도 한다. 멀쩡히 잘 살고 있었는데 정기검진을 하러 갔다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우리 몸은 병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병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회사도 항상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항체를 키우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사람들이 입을 닫는다는 것은 몸 안의 백혈구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모든 조직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히 사실이지만 '원래 회사는 그런 거라고' 말해버리면 사람들은 입을 닫는다. 생각해보자. 항체의 역할은 몸에 발생한 문제들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상처도 더 심해지고 열도 난다. 그런데 누가 와서 '원래 몸에는 병이 있는 거라고, 그만 좀 부산떨라고'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일이 반복되면 병이 나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회사에서는 문제가 발생해도 입을 닫게 되는 것이다.


2. 회의 시간에 No가 사라진다


물론 너무나 좋은 생각이라 모두가 기립박수를 치는 일이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런데 모든 회의가 그렇게 진행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메일로 공유해도 될 것을 회의실로 굳이 사람들을 모았거나, 뭔가 문제가 있는데 아무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럴까?


- 그 사람을 공격하는 느낌이 들어서

-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알고 있으니까

- 회의가 끝나고 따로 가서 말해주려고

- 어차피 말해도 안 바꿀 거니까

- 회의에서 빨리 나가서 내 일이나 잘 하려고


우리 조직은 그렇지 않아요.


만약 이렇게 생각하는 리더가 있다면 한 가지 테스트를 해보자. 다음 번 회의에서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 된다. 가령, 접어야 하는 1순위 제품(서비스)를 찍은 후에 최근 뉴스에서 본 이슈와 연계해서 '여기에 기회가 있으니, 한 번 리소스를 집중해보자!'라고 말해보면 된다.


건강한 회사라면 누가 이상한 제안을 하면 말을 한다. 직급과는 관계없다. 왜냐하면 누구나 일시적으로 잘못 생각할 수는 있는 법이니까. 


그런데 만약 반대하는 사람이 없거나, 한 마디에 바로 입장을 다시 바꾼다면 조직엔 이미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만약 그 회의가 끝나고 여러 명이 따로 찾아와서 '우려'를 표현한다면? 


맞아요, 지금 조직엔 문제가 있는 거에요. 아니, 항체가 약해졌다고 할까요.


3. 회의 시간에 결정된 것들이 진행되지 않는다


회의 시간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것보다 더 중증의 상태는 '하기로 결정한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하지 않는가? 자신은 동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회의에서는 반대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물으면 사람들은 직장생활 처음 해보냐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꽤 오랫 동안의 직장생활을 거치고 나서의 결론은 굉장히 명확하다. 회의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그 사람의 성향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 결과는 각자가 스스로 안고 가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직원이라 하더라도,


너희들은 실컷 논의해. 나는 따르지 않을 테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조직에서 내보내야 한다.


하기로 한 것은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프로젝트 때에는 잘못 결정하는 일이 없도록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게 된다. 상대방이 회사의 CEO든 임원이든 팀장이든 누구든 간에, 회의에 참석한 이상 '발언'에 있어서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결정된 일은 해야 한다. 본인이 반대했던 일이라고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열심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 사람의 말에 더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4. 실패를 두려워한다


어떠한 실패도 하지 않으려는 것만큼 더 확실하게 망하는 것은 없다. 왜 그럴까?


- 불필요한 장표들이 많아진다.

- 시작도 하기 전에 사람들이 지쳐버린다

- 타이밍을 놓친다

- 안전하고 밋밋한(어중간한) 선택을 하게 된다

- 다른 경쟁사는 이미 실행하고 있다


A를 선택하는가, B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회사가 지향하는 바는 큰 폭으로 바뀐다. 그러나, 만약 '성공에 미치는 요인'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A와 B중 무엇을 선택해도 상관없는 경우도 많다. 가령 박리다매로 갈 것인가, 프리미엄 전략으로 갈 것인가의 경우에는 선택과 관계없이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회사에는 한 가지 결정, 한 가지 프로젝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 결정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면 시너지는 제로가 된다. 따라서 실패를 해도 된다는 것이, 각자가 아무렇게나 결정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쉽게 생각해보자. 1+1 이벤트를 남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있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방향이 일관된다는 것을 전제로 실행할 때는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5. 반복된 실패가 발생한다


'실패해도 된다'와 '실패를 반복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하는가, 그렇지 못하는가에 따라 그 조직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패해도 된다는 것은 '모든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인식에서 시작한다. 만약 어떤 VC한테 10건의 투자를 하는데 단 하나의 프로젝트에서도 투자금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모르겠으나 설령 가능하다 해도 그 10건의 투자처 중에 유니콘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는 없다. 다만 실행할 때는 성공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어야 하고, 실패를 통해서도 배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돈은 어떻게 버는가? 성공한 몇 개의 프로젝트가 실패한 프로젝트에 들어간 비용만큼을 모두 감당하고도 이익을 낼만큼 충분히 성공해야 한다. 


반대로, 실패는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두 번 실패하면 아웃이라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원인을 찾고 다음 번 실행에서 개선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실패는 범위를 좁히고 답을 찾는 과정이다.


앞서 경험한 실패를 통해 다음 번 도전 때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한다. 모든 도전이 Random 확률분포를 따르는 사람에게 프로젝트를 맡기면, 잘 하는 사람들이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된다.


6.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


회사의 방향이 공유되면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애매하거나 위험도가 큰 것들은 의사결정을 받고, 그 의사결정의 패턴을 확인한 후 자신이 갖고 있는 의사결정 알고리즘을 수정하게 된다.


그런데 회사가 나가는 방향을 알 수 없고,

물어볼 수도 없고,

그래서 매 건을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조직의 효율성은 급감하게 된다. 사실 '조직'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회사의 방향을 모르겠네'하고 푸념을 하고 있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극히 건강한 조직에서도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모든 구성원이 회사의 방향을 항상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산주의나 로봇군단이 아닌 이상 이런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궁금한 것은 스스로 물어보면 된다. 반대로 회사는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자리를 마련하고, 솔직하게 답변해주면 된다. 실패하는 조직은 정확히 반대다. 사람들은 궁금해하는 것이 없고, 조직은 사람들이 곤란한 질문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7. A급인재가 회사를 떠난다


모든 회사의 로망은 '직원들이 빠져도 흔들리지 않는 조직'을 만드는 것 같다.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는 이해가 되는데, A급인재들은 '자신이 없어도 잘 굴러가는 회사'에 관심이 적다. 그 결과는?


A급인재가 떠나고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채우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생각하면 된다. 거리에 개성을 더한 특색있는 가게들이 빠져나가고 프랜차이즈로 채워진다고 해서 바로 그 거리가 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떤 가게가 들어오더라도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세팅하고 싶다는 것은 건물주의 욕심일 뿐이다. A급인재가 만들어 놓은 효율적인 프로세스는 그들이 없다고 바로 무너지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거리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빛은 계속해서 감소한다. 매출이 좋을 때는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물론 A급인재가 떠나도 계속해서 잘 되는 회사도 있다. 여전히 그 회사의 핵심적인 A급인재가 남아있고, 떠난 사람들의  업무를 프로세스화하는데 성공한 회사다. 컨베이어 벨트에서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계속 찍어내게 된다. 운영의 승리(Operational Excellance)로 포지셔닝된다. 하지만 모르겠다. 사람들이 그 안에서 일을 하며 가슴이 뛸 수 있을 지 말이다.


A급인재는 같이 일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A급인재의 이탈은 A급인재의 이탈을 가속화한다. 그리고나서 폐허가 되는지, 아니면 공장화에 성공하는지는 그 다음의 이슈인 것 같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 문제가 많다. 이렇게 생각하는 직장인이 많다. 이럴 때,


- 회사란게 그렇죠

-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에요

- 정 힘들면 그만두세요

- 저도 힘들어요

- 월급받는 만큼 일하면 되요

- 일이나 똑바로 하세요

- 그럼 나가시든지


이러한 말과 위로, 채찍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나서서 해결해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다. 문제를 더 이상 문제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순간 내 안의 세포는 죽어버린다. 월급의 노예가 되고, 더 이상 즐겁지 않게 된다. 직장 밖에서 아무리 즐거운 세컨드 라이프가 있다고 해도, 받은 월급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삶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다니고 있는 조직의 건강성을 측정하는 목적은 공감과 위로에 있지 않고, 해결에 있다.

 

일러스트 ehan  http://bit.ly/illust_e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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