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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Jan 13. 2019

백종원이 주는 솔루션이란?

#백종원의골목식당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솔루션'이란 것이 있다.


어떤 요리에 대한 비밀 레서피로서, 이것만 받으면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처음부터 주지는 않고 해당 가게 주인이 충분히 고민하고 노력했다고 판단되었을 때 백종원이 마지막에 알려준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아무런 노력 없이 솔루션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노력 없이 솔루션을 받아도 필요 없어요.

방송 나가고 처음에만 잠깐 손님이 늘고 곧 제자리로 돌아가요.


아무리 백종원이 이렇게 말해도 (노력은 하지 않고) 솔루션을 받는 데에만 목을 맨다. 시청자는 분노하고 그런 사람에게는 백종원이 솔루션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열심히 노력하는 영세 상인을 위하는 골목식당의 취지에 위반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시험으로 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솔루션은 '답안지'이다.


그렇다면 골목식당은 열심히 노력한 학생에게 답안지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인가? 노력하지도 않은 학생이 답안지를 갖는 것은 분명 열받는 일이다. 그런데, 충분히 노력했다고 해서 학생에게 답안지를 보여주는 것은 괜찮은가?


애초에 이런 프로그램에 백종원은 왜 나오는 것일까? 자기 사업을 알리기 위해서???


음... 설마 그럴리가.

사업을 위해서라면 그 시간에 사업을 더 하는 것이 낫다. 사업하는 방법을 모르는 분도 아니고.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은 '솔루션'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다. 솔루션은 '상(prize)'이 아니다. 식당 주인이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보답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솔루션을 얻기 위해 자신의 가게의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식당 주인의 삶을 바꾸는 경험인 것이다.


백종원은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식당 주인들이 답을 찾는 과정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비밀 레서피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까.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준다는 조리법 이야기는 잊어버리는 것이 낫다.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유투브만 몇 시간 봐도 세계 고수들이 비법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답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답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노력 자체는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 방향을 잘못 잡은 상태로, 더 심하게는 행동(input)과 결과(output)를 리뷰하면서 방향을 수정하지 않는 상태로 '그냥 노력만 하는 것'은 성공에 이를 확률을 낮추고, 몸이 축날 확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솔루션은 일종의 '미끼'와 다름이 없다.


솔루션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아, 이렇게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솔루션이구나'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면, 더 이상 레서피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인천 텐동집처럼 몇 마디 단서에 바로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고, 시청자의 뒷목을 잡으며 한달 내내 걸리는 사람도 있을 뿐이다.


백종원이 솔루션을 주고 나서 늘 하는 말이 있다. 지금 드린 솔루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부분이다. 조금씩 더 연구해서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해서 한다.


얼핏 안주하지 말고 계속해서 노력하라는 의미로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솔루션은 '만고 불변의 레서피'가 아니라 '손님의 반응을 보면서 레서피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라는 의미를 던지는 것이다.


이제 좀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다. 만약 솔루션이 '비밀 레서피 그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솔루션은 식당 주인만 갖게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골목식당을 본 모든 사람에게 사실상 같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물론 백종원과 같은 사람이 옆에 지켜보고 있다면 좀더 좋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주위를 잘 돌아보면 백종원과 같은 존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학교에서, 페이스북에서 만나볼 수도 있고, 혹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서점의 책일 수도 있고, 유투브 동영상일 수도 있다.


다만, 백종원만큼 친절하게 대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장담하건데, 카메라가 없었다면 천하의 백종원도 그렇게 '참을 인'자를 가슴에 새기지는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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