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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Nov 20. 2018

깊게, 그리고 넓게

역량을 키우는 방법

깊게 일할 것인가, 넓게 일할 것인가.


1. 깊게 (Deep)


사람들은 불안할 수록 많은 종류의 일을 한다. 가령, 부족한 매출을 채우기 위해 십시일반, 백시일반으로 조금이라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렇게 일해야 마음이 놓이니까. 그런데, 마음이 놓이려고 일을 하는가?


한 방에 성과를 내는 거요? 그런 거 없어요.


그렇게 서로를 안심시켜 가며 일을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이야기해야 '어떤 매듭부터 풀어야 하는지'를 찾지 못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과는 노력의 양(Quantity)에 비례하지 않는다. 실패한 모든 사람들이 노력을 안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가는 그냥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조건일 뿐이다. 분명히 노력하는 것 같은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중요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을 한다


노력과 성과는 그 자체로는 연관도가 적다.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고, 그것이 세상 잘못만도 아니다. 지금 도화지가 있다면 십자가를 그리고 가로축에는 노력의 양(the required effort), 세로축에는 성과(the expected output)이라고 적자.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하는 업무를 (아무도 보지 않고 있으니) 냉정하게 표시해 보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잘못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한 것을 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필요하지 않은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2) 잘못된 순서로 일을 한다 


청소를 할 때는 위로부터 아래로 해야 한다. 바닥을 먼저 청소하고 천장의 먼지를 털면 다시 바닥을 청소해야 한다. 물이 새고 있는 독에 물을 채우려면 바가지로 물을 풀 것이 아니라, 일단 깨진 부분부터 마감해야 한다. 반면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가 당장 죽을 것 같다면 근본적인 증상을 고치기 전에 먼저 수혈부터 해야 한다. 


서로 영향을 주는 업무를 할 때는 순서가 중요하다.


바둑 용어로는 '수순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있다. 같은 길이라도 순서를 바꾸면 상대가 그 약점을 파고들어 다르게 대응한다. 원래 가려던 방향은 맞았는데... 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3) 잘못된 것에 집중한다


만약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 20층 계단을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노력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분명 건강해질 수도 있고, 맑은 정신으로 공부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으로 수학실력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에이, 그런 사람이 어딨어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에는 이런 사람들이 정말로 많다. 어느 회사를 다녀도 비슷하다. 의외로 사람들은 자신이 일한 것의 결과를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얼마나 노력하는지(20층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얼마나 숨이 차오르는지)를 강조한다. 그러다가 '그런데 왜 성과가 나지 않을까'에 물음이 떠오르면 그것은 세상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것에 필요한 과제를 해야 한다. 그 뿐이다. 


4) 납기를 맞추지 못한다 


납기와 완성도.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예술이라면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죽기 전까지라도 해 내면 좋고, 그렇게 살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생을 마쳐도 모나리자 같은 대작이 된다. 후세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납기(deadline)가 지나면 그냥 0이 되는 일이 많다.


경쟁 PT에 하루 늦게 서류를 제출했다고 치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건 얼마나 좋은 제안을 했던 간에 상관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렇게 당연한 것을 왜 이야기하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실제로 자신의 업무를 할 때는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일을 할 것인가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노력을 많이 한 만큼 납기도 자동으로 연장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정말로 많다. 


5) 자신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서 리뷰하지 않는다.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런 말은 그 사람의 동료나 매니저가 할 수 있는 말이지, 스스로가 자신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도전하고 있는 사람은 성과를 내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의 위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했던 노력 중에 어떤 것이 잘못되었는지, 다음 번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일을 해야 할 것인지를 돌아봐야 한다.


돌아보면 상처가 된다고 해도 이를 악물고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다음 번에 견뎌낼 수 있다.


2. 넓게 (Wide)


아니 '깊게(Focusing)' 일하라면서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라는 거냐고 한탄할 수도 있다. 그런데 믿어지지는 않겠지만 '깊게'와 '넓게'는 그 자체로는 서로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다.


만약 모든 일에 똑같은 리소스를 할당한다면 그 때는 깊게와 넓게가 서로 반대가 될 것이다.


반대로, 중요한 업무 위주로 리소스를 쏟으면서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다른 업무들을 탭핑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설령 당장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다음 번에 다른 일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하나씩 생겨난다. 이것은 일을 함에 있어서 큰 자산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영향을 주는 업무에 집중한다(Focus on impact)는 전제 하에서만 '넓게'의 관점이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기웃거리는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문제를 불러 일으키게 된다. 


책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이나 미술, 자연의 원리와 같은 것에 관심을 갖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나의 업무를 파고들었을 때 오히려 놓치는 부분들이 있다. 고개를 들어 숨을 들이쉬고 관점을 바꾸었을 때 지금껏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완전히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것들이 영감(Inspiration)을 준다. 왜 그런가? 정말로 중요한 진실은 신이 어딘가에 꼭꼭 숨겨놓은 것이 아니라 모두의 눈에 보이는 형태로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이미 있는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 그것을 발견하려면 관점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3. 깊게, 그리고 넓게


이 둘을 같이 달성하려면 어떻게 일해야 할까? 두 가지가 필요하다.


1) 이 둘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스스로 걷어낸다

2) 넓게 다가서되 꽂히면 끝을 낸다


애덤 그랜트가 쓴 오리지널스에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어떤 일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은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것과 '최소한 그 경험 중에 한 가지를 깊숙이 파 보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주는 의미를 이해하는가, 이해하지 못하는가는 굉장한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넓게 접근하는 이유는 고정관념을 깨고 문제를 풀 실마리(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를 찾고, 업무와 업무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잘 알지 못하는 이슈에 대해 처음부터 너무 깊게 접근하면 전체 그림을 놓치게 되고, 마감시한에 쫒기게 된다. 따라서 일단 거리를 유지하며 탭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나하나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보다는 어떤 재료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지를 직관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다.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관심이 가고 파고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이들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다가 하나를 택하면, 그 때는 닥치고 깊게 들어가야 한다. 한 시간을 들어가던 밤을 완전히 세건 간에 간에 일단 파고 들어가서 확인하고, 일단 시작했으면 끝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주 작은 예를 들어 엑셀함수 사용법 하나를 모른다고 하자.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5분도 안되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다음 번에 또 그것을 잊어벼렸다면? 그리고 주위에 그 사람이 없다면? 쉽게 들은 정보는 쉽게 잊혀진다. 패턴이 반복된다 싶으면 행동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모르는 것이 있고 반복된다 생각되면 물어보는 것을 멈추고 구글링을 하건, 혼자서 궁리를 하던, 날밤을 세던 간에 방법을 스스로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쌓은 것은 뼈 속까지 남아 잊혀지지 않는다. 


이런 경험이 쌓여서,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않지만, 그 중 하나라도 들어가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 있어. 이런 확신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신에 대한 학습경험, 성공경험의 시작이다.


'깊게, 그리고 넓게'는 절대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넓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깊게 팔 수 있다. 눈 앞의 아무 것에나 선택하면, 집중하기가 정말로 어렵다.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하면 문제를 풀 수 없고,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집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깊게 파고 들어간 경험이 없이 넓게만 돌아보는 것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된다. 세계 일주 여행을 갖다 왔다고 전 세계 사람들이나 문화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평생 살아온 한국도 모르겠는데...


'깊게, 그리고 넓게'를 강조하는 것은 분명 부작용을 낳는다.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깊게, 그리고 넓게'가 가능하다는 말을 들으면 이전보다 더 늪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단지에 머리를 묻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머리 속에 하늘을 그리고, 자신은 그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독수리 같은 거라고 생각을 하자. 


충분히 높게, 넓게 날면서 바라보다가, 뭔가를 발견하면 최단거리로 비행하며 낚아챈다. 그리고 눈을 떠서 주위를 돌아보고 자신이 현재 진행 중인 업무를 살펴보자. 독서카드도 좋고 포스트잇도 좋다. 키워드를 적고 분류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거리를 두고 바라보자. 머리에 넣은 다음엔 회사 주위라도 한 바퀴 돌아봐도 좋다. 찬 바람도 쐬고 머리도 식히자. 그리고 돌아와서는 일을 하자.


깊게, 그리고 넓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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