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Netflix를 꿈꾸며...
중국은 지금 "태양의 후예" 열풍이다.
2013년 "별에서 온 그대"를 방영했던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爱奇艺)를 통해 독점으로 제공 중으로 이미 8억 뷰를 넘어섰다는 기사와 함께 관심의 초점은 "별에서 온 그대"가 세운 한국 드라마 조회수 최고 기록(20억 뷰)을 경신할 수 있을지에 맞춰져 있다. 또 한번 중국 내 한류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태양의 후예"는 이전 "별그대"와는 좀 다른 모습이다.
"태양의 후예"의 경우는 중국의 화처미디어그룹이 2대 주주로 있는 NEW엔터가 제작한 드라마다. 2014년 535억 원을 투자하여 지분 13%를 얻은 화처미디어는 그 이후에도 한국 드라마와 연예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윤시윤(해피 누들), 채림(신취타금지)과 같은 배우를 자사 드라마에 출연시켰으며, 2015년 10월에는 화처미디어와 NEW엔터가 JV로 만든 화책합신은 "마녀", "더 폰", "뷰티 인사이드"의 한국 영화 3편에 대한 중국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이 많은 화처미디어는 이번 "태양의 후예"를 중국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에 독점 공급함은 물론 회당 150만 위안이라는 최고의 판권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별그대"의 회당 판권료가 18만 5000위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수준이다. 또한,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2014년 비 주연의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회당 130만 위안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사실 이런 결과의 이면에는 화처미디어와 아이치이의 협력관계가 있었다. 2014년 8월 화처와 아이치이가 공동 출자한 화처아이치이영상공사를 설립하고 드라마, 예능, 영화 제작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결국, 화처미디어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수익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며 한국 드라마의 중국 내 판권 확보와 배급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아이치이의 경우, 한국의 좋은 컨텐츠를 독점적으로 공급받음에 따라 유료 회원의 확대와 광고 수익 및 극 중 상품의 인터넷 판매를 통한 수입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컨텐츠와 채널을 안정적으로 확보, 서로 윈윈하고 있는 것이다.
小米 : 샤오미, 百度 : 바이두, 华策影视 : 화처미디어, 爱奇艺 :아이치이
여기에 특이할 만한 점은 바이두와 샤오미다.
컨텐츠에 관심이 많았던 두 회사 모두 화처미디어와 아이치이에 각각 투자를 하게 된다. 바이두의 경우, 컨텐츠 확보를 위해 아이치이를 인수하였으며 화처미디어와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 샤오미의 경우도 자신들의 생태계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컨텐츠에 일찍부터 관심이 많았다. 2014년 10월 샤오미 CEO 레이쥔은 샤오미 산하 베이징와리문화미디어를 통해 화처미디어에 투자하였으며, 아이치이에도 역시 18억 위안을 투자하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이미 중국 내 다수의 컨텐츠 IP를 확보하고 있는 LeECO의 모습이 연상된다.
창업 초기부터 컨텐츠 판권 확보와 배급에 관심이 많았던 Le는 2013년 이후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업체 대다수가 적자로 돌아설 때도 안정적 수익원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런 자신들의 컨텐츠 보급을 좀 더 확대하기 위해 스마트 TV나 스마트폰의 영역까지 확대 중이다.
중국의 이런 전략적 협력관계를 보면 CPND의 기본적 연결관계가 떠오른다. 각기 다른 업체들이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전략적 협력을 하거나 투자와 인수를 통해 그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IT 시장을 보면 C의 컨텐츠와 P의 플랫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정말 지나치지 않을 만큼 핵심중의 핵심이 됐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컨텐츠라는 부분을 재밌고 소비자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도록 잘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 나름의 플랫폼과 엮는 건 보기 어렵다. 아니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될 듯하다. 그저 중국에서의 한류에 환호하고 중국 자본의 대규모 한국 투자에 기뻐할 순간은 아닌 거 같다.
우리만의 플랫폼을 만들고 그 플랫폼과 컨텐츠가 묶여 함께 나가야 좀 더 강력하고 지속될 수 있는 힘을 지닐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단순한 한류 드라마의 수출이 아닌 중국으로 진출하는 한국의 Netflix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