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glow-연
어릴 적 인연이 그리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연은 사람 사이의 관계 맺음으로 그곳엔 타인만이 아닌 그 시절 “나” 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순수하던,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몰두했던 스스로를 그리워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한때 연을 가지고 집 근처 언덕에서 뛰어다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연이 하늘을 나는 모습은 저로 하여금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뛰는 속도에 맞춰 활공하는 연을 보면 줄로 이어진 저도 같이 하늘을 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땐 마치 구름빵을 먹은 아이들처럼, 동화 속 주인공처럼 행복한 꿈을 꾸었습니다. 당시 꾸었던 꿈과 편견 없는 바람, 순수한 소망은 정말 “순애”라 할만합니다. 시간은 많이 지났고 어느새 연을 본 지도 오래됐지만 하늘은 유난히 파랬고 바람은 너무나도 선선했던 그 시절을 항상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동화가 되어버린 그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실낱같이 얇은 기억의 줄을 단지 꼭 잡고 있을 뿐입니다.
살아오면서 많은 인연을 놓아준 것 같습니다. 보내기 싫었던 첫사랑, 유년 시절, 학창 시절의 친구들, 한때 원했던 꿈이나 소망들을 하나둘씩 잊어가며 세상살이에 적응해 왔습니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이제 진짜 돈을 주면 하늘을 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가끔은 외로움을 느낍니다. 떠나보낸 많은 것들의 빈자리가 갑자기 느껴질 때면 어쩐지 슬프기도 합니다.
잊지 않겠다던 어릴 적 저와의 약속, 그 시절의 소원이 생각나면 기억은 없고 희망이라는 감정으로만 남아있는 그 모든 것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인연이 남기고 간 빈자리, 연이 떠난 하늘만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걸까요. 연을 띄우던 바람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그럴 때면 기억의 줄을 당겨봅니다. 비록 잠시 현실이라는 해를 가리더라도, 보이지 않은 광활한 하늘에, 가슴 깊숙한 곳에 잊힌 인연을 다시 떠올리면서라도 그들과 함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필히 어딘가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바람으로 하늘로 추억으로 스스로를 돌려보내고자 하는 우리는 움직이 않는 세월에게 돌아오라고 말합니다. 하늘로 난 연이 돌아올 순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 마음속에 남아 달라는 바람일까요
이제 날아보기로 합니다. 연이 있는 곳까지 우리가 가야 할, 어쩌면 돌아가야 할 삶과 하늘의 끝에 닿을 때까지 말입니다.
HG-Afterglow 中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