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끝까지 마시되, 나눠마실 수도 있고 더 맛있는 차를 섞어 마실 수도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일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소은, 폴인 인터뷰 중-
10-20대 때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로, 30대 때는 미국의 변호사로, 그리고 40대를 앞두고는 책을 출간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 이소은님의 인터뷰를 보았다.
가수로도 꽤 인기를 얻었고, 변호사로도 인정 받았으며, 작가로도 성공한 사람이라 일을 굉장히 이성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 같았지만, 위 한 문장만으로도 이 분이 일을 얼마나 따뜻하고 유연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문장을 보고, 일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어떠한가 되돌아보았다.
20대 때의 나는 '일=회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회사를 옮기고 직무를 바꿀 때면 왠지 모르게 중도에 포기해버린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저 '회사'를 옮겼을 뿐인데 한 회사에 오래 있지 못하는 것에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고,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한다는 자책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30대에 들어서면서 나는 '일'을 좀 더 넓은 개념으로 보기 시작했다.
일이 곧 회사가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이 회사든 저 회사든, 회사든 회사가 아니든, 나를 성장시키고 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게 바로 내 '일'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회사를 옮겼다는 것이, 혹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것이 곧 '일'을 그만두었다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버겁고 감당할 수 없는데 꾸역꾸역 버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의 여유와 변화와 시도를 통해서 어떤 형태로든 내가 정의한 '일'을 이어가면 되는 것 아닐까?
결국 일이란, 인생 대부분을 함께 보내야 하는 삶의 동반자이기에 끝까지 해보되, 유연하게 나눠마시기도 하고 섞어마시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과 함께 마시기도 해야 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태어났으니 어떤 형태로든 죽는 날까지 열심히 살되, 쉬어도 보고 되돌아도 가보고 다른 이들에게 기대어도 보면서 유연하게 삶을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
여유롭게 차 한 잔 마시는 것처럼, 우리의 일도 삶도 조금은 덜 빡빡하게, 조금은 더 여유를 갖고 바라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