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보면 청소년이 보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는 미취업 청년들 중 일정 조건을 갖춘 청년들이 상담을 받으면 30만 원을 받는 청년 수당제, 상담 연결형이란 좋은 정책이 있답니다. 하루는 제게 전화가 왔어요. 지역에서 다양한 창업 경험과 교육업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센터에서 창업 상담 멘토로 상담을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의미 있는 일이었기에 흔쾌히 함께 하게 되어 청년 상담소에서 청년 창업 파트 상담을 두 해째 이어오고 있어요. 상담을 하며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면서 저는 2가지 온몸을 휘어 감는 현타(현실 타격)를 받게 되었죠.
(1) 청년 실업률
(2) 청년 무기력감
(1) 번과 (2) 번은 결코 떨어져 있는 단어가 아니었어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청년 실업률을 보이는 곳이 대구 경북이라고 하는데 그 비율은 다소 오르락, 내리락하는 부분이 있지만 14% 대 입니다. 하지만 실상 체감 실업률은 20%에 육박하죠. 옆집, 앞집, 밑집 그리고 윗집 청년들 중 1명의 청년은 비자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셈이거든요. 만약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등등의 정기적이고 지속 가능성이 낮은 일자리들을 포함한다면 그 수치는 훨씬 심각할 텐데요, 상담소에서 청년들을 상담하며 저는 청년 실업의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더욱 충격적인 부분은 이 청년들이 결코 낮은 학력이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지역의 좋은 대학, 심지어 서울의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청년 실업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었죠. 대학이 안정적인 사회 진입을 보장하는 시기가 지났다는 것, 그것이 제가 현장에서 느낀 1 번째 현실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1번째와 연결됩니다. 부모님이 좋은 대학에 가면 된다고 하셔서 열심히 공부했고, 좋은 대학에 입학해서 또 열심히 공기업, 대기업, 공무원 준비를 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공무원 준비 인구가 4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해마다 뽑는 공무원의 숫자는 많아도 5천 명을 넘기기 힘듭니다. 산술적으로 계산을 해보아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낙오하는 숫자가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몇 해째 공무원교육원에서 신규 공무원들분께 나의 삶, 꿈 그리고 열정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강의를 거쳐간 공무원분들의 숫자가 4천여 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교육장에서 신규 임용 공무원분들께 여쭤보면 평균 3-4년의 시험 준비기간을 거쳤다고 합니다. 3-4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어야 공무원이 될 수 있는 상황인데요. 그래도 그 마저도 합격하고 난 뒤에 자신이 생각했던 바와 달라 10% 내외의 신규공무원들이 퇴사를 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인 마틴 샐리그먼은 긍정심리학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일전에 우리 사회에서도 많은 회자가 되었던 물컵에 물이 반틈이나 있네?! 반 밖에 없네?! 두 가지 반응의 차이점에 대해서 심리학적으로 풀어낸 것인데요, 사람들이 부정적인 수준이 아니라 어떤 자극에도 결국 무기력하게 되는 궁극적인 원인이 "자신이 노력을 해도 외부의 환경을 컨트롤할 수 없음을 깨달을 때"라고 그는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상태를 무기력이라고 셀리그먼은 정의합니다. 우리 청년들이 무기력증에 걸려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현실은 바로 이러한 최선을 다한 노력 뒤에 온 방전과 좌절감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근데 그 최선을 다한 시기라는 게 단순히 대학에 들어온 시간만이 아니라 청소년기 대입시험 준비시기부터 장기화된 것이라면 그 시기가 결코 짧지 않죠? 네 그렇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고 믿었고 열심히 준비하면 된다고 했는데 분명 그렇게 듣고 수능을 향해 달려왔고 수능을 치러 대학에 왔는데 이게 대학에 입학한 다수의 청년들이 맞닥뜨린 현실입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무엇부터 다시 점검해야만 하는 걸까요?
(1) 대학이 사회 안전망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스카이 졸업장이 성공을 보장하던 시기였습니다.
대학에만 들어가면 대학 졸업 후 학과 사무실에는 대기업 원서가 줄지어 놓여 있었고 대기업에 들어가 착실히 회사에 헌신하면 사회적 성공도 보장되던 시기가 있었죠. 대한민국이 고도 성장기를 지나던 1970년대, 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 초반까지의 이야기입니다.
(2) 시대가 변했습니다. 스카이 졸업장이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해주는 시기가 지났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고 안 가고는 이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왔어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기술과 재능으로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광범위한 정보의 바다에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이 중요한 시기가 왔습니다. 이러한 능력이 명문대학의 학위보다 중요한 시기가 왔습니다. 사실 명문대학에 입학해 우리가 배우길 원했던 것이 바로 (1)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재능과 기술 (2)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글로벌 인재로의 성장 (3) 리더로서의 의사결정 능력, 이런 것들이었을 텐데요. 분명 대학에서 이러한 것들을 배울 수도 있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러한 것들을 대학 내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세상이 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에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지역들이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대구에도 교육 프리미엄 지역이라 불리는 수성구라는 곳이 있습니다. 올해도 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입시 성적을 비관한 한 젊은 학생의 비관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해마다 있는 일이지만 마음이 무겁습니다. 사회의 변화를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변화의 큰 물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저는 10여 년간 지역에서 교육서비스업과 출판업을 운영했던 경험과 서울과 대구에서 학업을 마친 경험 그리고 4대륙에서 교환학생을 비롯한 다양한 학업과정을 이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시대 혼란스러운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에게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볼 부분들을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에 오랜만에 노트북을 폈습니다. 앞으로 두어 달 동안 틈틈이 관련 내용들을 글로써 풀어보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콰타드림랩이라고 하는 에듀테크 소셜벤처를 운영하고 있는 추현호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은 청소년들의 진로교육 프로그램과 교구재를 만들어 교육청과 지역의 관공서 등에 프로그램과 포럼 등의 형태로 제공하기도 하고 스터디 다이어리와 단행본 책을 만들어 출판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지역에서 7년째 자그마한 골목카페를 대구 경북대 인근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이 골목카페는 대구의 청년 응원 카페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해마다 수백 명의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다양한 특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작은 사랑방 같은 곳이지요.
청년들을 현장에서 만나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해본 적이 없고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른 체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청소년기 시기에 진정성을 가지고 고민을 할 기회도, 시간도 없었습니다. 국영수를 공부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이 전부라 생각했고 대학에 입학하기만 하면 그다음은 좀 더 수월할 줄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구의 가장 사교육이 활발한 곳에서 대학 너머를 생각하는 교육을 한번 해보자라는 미션을 가지고 힘센 거북이 학원을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무작정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하루를 주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도록 돕고, 수동적으로 앉아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공부하며 질문을 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꿈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서 공부를 수단으로 해나가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공부에 끌려다니는 곳이 아니라 공부의 이유와 목적을 고민하고 공부를 수단으로 이용하고 활용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곳 말이지요. 자기 주도 학습, 문해력, 대학 입학이 목표가 아닌 대학 너머를 생각하며 공부하는 법에 대해 공부하고 자신의 문제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신을 넘어선 문제를 바라보고 이기적인 이유에서가 아닌 이타적인 이유에서 공부하는 곳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소셜벤처라는 어감에서도 느꼈겠지만 그렇습니다. 저희는 바람직한 교육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다양한 일들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더 나은 지역을 만들기 위한 큰 움직임 속에 우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나아갈 세상이 어둡기만 한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번 연재 글을 쓰게 된 구체적 이유는 이러합니다.
“대한민국 사교육 현장의 중심” 에서 다양한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을 만나며 코칭과 상담 그리고 멘토링을 진행하며 공통적으로 여쭤오시는 질문들의 패턴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래 질문들인 거죠.
-학부모님-
"우리 아이가 공부를 안 해요."
"아이 성적이 오르지 않아 걱정이에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학교 때까지는 우등생이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 성적이 너무 많이 떨어졌어요."
"내신 준비가 너무 힘들어요."
"모의고사만 치면 평소보다 성적이 안 좋아요."
"저렇게 해서 대학이나 갈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학생-
"선생님 저는 유튜버가 되고 싶은데 공부를 꼭 해야 하나요?"
"선생님 공부가 너무 재미없어요. 어서 빨리 수능을 쳤으면 좋겠어요."
"수학이 너무 어려워요. 이과를 포기할까 봐요."
"처음엔 의대가 목표였고 지난해까지는 치대였는데 지금은 약대라도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분명 열심히 앉아 있는데 성적이 안 올라요."
"엄마는 나 때문에 산다고 하는데 성적이 자꾸 떨어져서 엄마에게 미안해서 성적을 보여드릴 수가 없어요."
참 다양한 질문들과 고민을 마주 앉아 듣다 보면 저는 어느덧 청년센터의 다양한 청년들의 고민과 이 청소년들의 고민이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디서 많이 느낀 감정인데.."
-청년-
"선생님 제가 하고 싶은 건 따로 있는데 돈을 벌어야 하니깐 일단 취업해야 하니깐, 토익을 해야 해요. 근데 재미가 없어요"
"선생님 공부가 너무 재미없어요. 어서 빨리 취업이나 되었으면 좋겠어요."
"학과 공부가 너무 재미없어요. 대학을 포기하고 싶어요."
"처음엔 대기업이 목표였는데, 중견기업에도 합격하질 못해요. 어디라도 들어갈 수 만 있다면 좋겠어요."
"여전히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분명 하루 종일 열심히 앉아 있는데 시험에 합격할 자신은 없어요."
"부모님 노후도 불안정한데 취업이 자꾸 안돼서 너무 힘들어요."
...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인생에서 가장 꽃다운 나이인 우리 청소년과 청년기에 왜 우리는 희망과 도전 대신 좌절과 절망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4차 산업이라고 불리는 큰 변화의 물결 앞에 그냥 이렇게만 이어나가도 괜찮은 걸까요? 청년 상담소에서 이 시대 고민이 많은 청년들에게 나누었던 질문의 꼬리를 이제 청소년기로 돌려보려 합니다.
학령기 우리 아이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공부 지옥에서 벗어나 공부를 끌고 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