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패턴
E의 학부모님이 저희에게 찾아온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성적이 중위권에서 정체되어있어 고민이 많았던 부모님과 학생은 첫 미팅에서 공부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해 보였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수업시간에 도통 집중을 못하고 많이 졸고 전혀 집중을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학생을 만나면 저희는 학생이 하루를 보내는 일과를 먼저 분석합니다. 규칙적인 수면 패턴, 식사패턴을 비롯해서 공부 외적인 부분들을 먼저 물어보며 래포를 형성하고 점차로 핵심으로 들어갑니다.
대개 생활 리듬이 불규칙적인 학생의 경우 부모님이 바쁜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적 제약과 관리를 하실 수가 없는 환경으로 대다수 학생들이 방과 후 시간과 아침시간을 규칙으로 보내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E의 경우는 아침을 매일 거르고 있었고 밤마다 수면시간이 1시를 넘겨 잠이 드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1시를 넘겨서 까지 문제와 씨름하며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고 요즘 청소년들이 아주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의 이곳저곳을 탐험하는 시간이었죠. 수면 패턴이 불규칙적이면 대개 늦잠을 자기 마련이고 아침시간이 급해져서 아침을 거르게 됩니다.
멍한 상태로 학교에 도착하면 주어지는 0교시부터 마지막 교시까지 몸이 졸리고 천근만근입니다. 아침을 먹지 않았기에 오전 시간 집중도가 떨어지고 점심시간에는 배가 고파 과식을 하게 되고 오후 시간에는 졸리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수업시간에 많이 졸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내신 준비에 가장 결정적인 정작 수업시간에는 거의 집중을 못하고 있는 경우로 성적 향상이 힘든 케이스입니다.
저는 그간의 무수히 많은 청년과 청소년을 상담하고 인터뷰하며 느낀 점들을 바탕으로 회사의 디자이너팀과 함께 데일리 플랜 표, 위클리, 먼쓸리 플랜 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바로 위의 테이블 표가 데일리 플랜 표입니다.
왼쪽의 하루 일과표를 시간선에 따라 기입을 하다 보면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다수 성적 정체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하고 있다는 인지는 하고 있지만 자신이 얼마나 공부를 안 하고 있는지는 객관적으로 잘 느끼지를 못합니다. 불안하고 초조한데 그 실체를 한 발짝 떨어져서 전체를 조망하는 메타인지로 바라보지 못하니 문제를 제대로 분석하지도 솔루션을 만들어내지도 못하는 상태에 매몰됩니다.
새고 있는 시간, 하루 종일 무기력한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바꾸려면 먼저 잡아야 하는 것은 수면 패턴과 아침식사입니다. E에게 가장 먼저 11시 30분과 12시 30분 사이에는 잠이 들면 좋고 가능하면 11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고 권유를 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것이 쉽지 않겠죠. 그리고 그러한 습관이 들도록 습관이 형성될 때까지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관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학부모님의 많은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죠. 무엇보다도 아이가 이 부분에서 공감을 형성해야 합니다. 이 시간에 잠이 들어야 하고 그래야 본인의 생활패턴이 규칙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납득해야 하지요.
수능에서 탁월한 성적을 보인 입시생 30여 명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 ""1등은 당신처럼 공부하지 않았다"에서는 70%의 성적 우수자가 12시 30분 이전에 취침에 들었고, 오전 7시 전후로 70% 이상의 최상위권 성적 보유자들이 기상한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루 7시간을 자되 가능하면 11시-1시 사이에 잠이 드는 것이 가장 좋은 패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간혹 상담을 하다 보면 새벽 3시까지 공부하고 잠이 들고 자신은 밤에 공부하는 것이 훨씬 편안하다고 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체질적으로 밤 시간에 아주 집중이 잘 되는 경우도 있지만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학교생활과 시험 환경을 고려하면 오전과 오후 시간에 두뇌가 최적화될 수 있도록 조금 훈련을 통해 생활패턴도 가다듬는 것이 좋습니다.
E는 이후로 아침에는 시리얼이라도 먹기 시작했고 수면시간을 점점 앞당겨 11시에 잠이 드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가장 효과가 극대화되는 지점은 바로 학교 생활입니다. 내신이 중요한 현 입시 상황에서는 학교 생활과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할 수가 없기에 학교 생활에 충실한 것만으로도 입시 준비의 많은 고민을 덜 수가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들어둬야 복습의 양도 줄어들고 복습의 효율도 올라갑니다. E는 8월부터 이러한 습관을 형성 하는 훈련을 시작했고 10월의 중간고사에서 평균 15점 향상을 이루며 등수를 4등급(중등부를 고등부로 환산하자면)이었던 석차를 1.5등급으로 올릴 수 있었습니다. 자신감이 올라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만약 지금처럼만 잘 유지한다면 고등학교 3년 동안도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험생에게 공부를 하는 시간이 하루 8시간이라면 나머지 16시간은 그 8시간의 공부를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수면 패턴과 규칙적인 식사를 반드시 정립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공부가 바빠서 밥도 거르고 건강을 헤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안쓰럽고 마음이 뭉클합니다. 건강을 해치면서 하는 공부는 결과가 좋을 수 없습니다. 공부는 마라톤과 같고 건강해야 오래 할 수 있습니다. 집중력도 건강에 비례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규칙적인 식사습관과 수면 패턴으로 건강한 수험생활을 이어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