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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현호 Mar 02. 2020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자신감이 없는 우리 아이 



F를 만난 것은 어느 겨울방학을 앞둔 12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작은 키에 체구는 작았지만 눈빛은 참 맑았던  F가 상담시간에 유난히 힘이 없고 슬퍼 보였던 이유는 열심히 공부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이었습니다. 학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상담을 하러 오면 보통은 어머님+학생이 오시는데 F는 아버님, 어머님 두 분이 모두 함께 상담을 받으러 오셨습니다. 부모님의 관심과 그리고 걱정이 잘 느껴지는 대목이었죠. 


F가 힘들어하는 과목은 국어였습니다. 이과 분야로 진학을 하기로 결정한 F에게 수학, 과학 과목은 유달리 편안하고 등급도 1-2등급으로 잘 유지가 되었는데 이상하리만치 국어와 영어는 좀처럼 등급이 오르지 않아 고민이었습니다. 시험만 치면 4등급 내로 들어가지를 못했는데 내신에서도 그랬고 모의고사에서도 그랬습니다. 


수학, 과학 과목은 공부한 만큼 성적이 잘 나오고 공부하는 재미도 느껴졌지만 국어와 영어는 공부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자신감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목표로 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국어영역의 점수는 필요했고 또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플랜비 학과를 진학하기 위해서도 국어 영역은 포기할 수 없는 주욕 과목이었으니 더더욱 고민이 많아졌던 것입니다. 


이 경우 우리가 살펴봐야 할 부분은 바로 공부법입니다.


공부의 전체적인 성적은 공부법과 집중력 그리고 시간이란 변수가 유기적으로 함께 작용하여 결정되는데, 학생이 동기부여가 되어있고 목표가 명확하고 이미 절대적 공부시간이 확보되어있다면 문제는 해결하기가 제법 쉽습니다. 


F의 언어영역과 외국어 영역 성적을 향상하기 위해서 어떤 조치가 필요했을까요? 수학, 과학탐구 영역에서 고득점을 받고 있지만 언어영역과 절대평가라 상대적으로 쉽다고 여겨지는 영어영역에 대한 고민으로 진학 대학이 달라지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0. 마인드셋의 변화 


위의 성적 변화 공식을 보면 우리가 점검하고 바꿔야 하는 부분은 공부법, 집중력, 시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데 그에 앞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하는 부분은 마인드셋입니다. 


나는 언어영역을 못해.

나는 외국어영역이 약해.


이러한 마인드셋과 프레임이 자신의 학습태도와 학습 정서를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마인드셋과 프레임이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 -> 실패의 경험이 반복되어 강화된 만큼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 -> 성취의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구조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마인드셋의 변화는 꾸준한 개념학습과 문제풀이를 병행하면서 틀리는 문제를 줄여나가는 성취경험에서 획득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적절한 피드백이 필요합니다. 긍정적인 믿음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순환 루프와 부정적인 믿음이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노시보 효과, 여기서는 노시보 효과를 플라세보 효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죠. 


1. 공부법의 변화 


언어영역과 외국어 영역의 답은 많이 읽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많이 읽는다고 해서 지문을 그냥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많이 읽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수능 문제를 분석해보면 언어영역의 경우 킬러 문항으로 제시되는 비문학 지문들이 내용이 제법 복잡하고 개념을 정리하기에 시간이 걸리는 유형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2020 수능 언어영역 BIS 바젤협약, 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생소하고 평소에 익숙하지 못한 개념을 초긴장 상황에서 만나게 되면 당연히 수험생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데요, 언어영역의 문제는 아무리 복잡해도 비문학의 경우 답이 지문 속에 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학생이 어떤 지문이 나와도 그 지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으려면 글을 능동적으로 읽어내는 연습이 평소 이뤄져야 합니다. 


글을 능동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지문을 읽으면서 내용을 스스로 시각화, 도표화하며 개념을 단순화시키고 분류시켜내는 능력을 바탕으로 지문의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정의하는 능력입니다. 그저 수동적으로 글을 읽어 내려가면 지문에 수록된 내용이 많을수록 학생들이 지문과 문제를 반복해서 읽으면서 시간을 다 사용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되면 시험시간에서는 해당 문제를 맞힐 수가 없게 됩니다. 능동적으로 읽는 습관은 언어영역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사실, 공부를 하는 전반에 다른 모든 과목의 개념 공부를 할 때 교과서를 읽거나 지문을 읽을 때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며, 대학공부에서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문학작품에 대한 대비와 비문학 작품에 대한 대비 전략이 조금은 달라야 하는데요 어려운 부분은 출제의 범위가 광범위해서 어디서 어떤 지문이 출제될지 모르는 비문학 부분입니다. 능동적 읽기를 평소 준비하고 체화해둔다면 어떤 지문이 나와도 자신감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외국어 영역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절대평가로 전환되어 상대적으로 등급컷 관리, 최소 등급 맞추기가 용이하다고 하는 외국어영역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친구들도 제법 많습니다. 내신 성적이야 교과서를 외워서 치르면 서술형과 객관식 문제를 어느 정도 커버해낼 수 있는데 모의고사 문제나 수능 대비를 위한 시험에서는 맥을 못 추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대다수의 경우 이러한 학생들의 문제점은 영어 지문을 꾸준히 읽는데도 반복되는 현상입니다. 사실 여기서도 능동적 읽기의 중요성이 드러나는데 여기서 능동적 읽기는 지문을 감으로 맞추기 전에 지문에 쓰인 단어와 모르는 문장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누적시켜나가는 학습법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어공부의 이미지 스노볼


처음에 공부를 할 때 학생이 모르는 단어와 문장 구문을 대충 하게 되면 비슷한 단어와 구문이 나와도 정답을 맞힐 확률이 떨어집니다. 반면 애매하거나 어려웠던 단어와 구문을 학습 초기부터 명확히 하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반복 출제되는 패턴의 문제들에 대한 정답률이 올라가게 되고 결국 떨어지지 않는 콘크리트 성적으로 외국어영역이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2. 집중력 


학습을 하는 과정에서의 몰입은 올바른 방법과 목표의식에서 비롯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능동적인 지문 읽기를 공부하는 기간 동안 반복한다면 수험생들이 공부하는 동안 집중력이 유지되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입니다. 능동적 읽기를 하면서는 집중이 분산될 수가 없기에 수동적 읽기에 비해서 집중력을 향상하고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방법도 모르고 목적도 없이 하는 공부가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주된 원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결국 다시 공부의 뿌리는 목적 있는 공부에서 만나는 지문에 대한 능동적 태도로 귀결된다는 점을 생각해 수 있겠죠.



3. 시간

도시의 시차가 존재하는 것처럼 우등생과 열등생에도 시차가 존재합니다


각 도시를 아이들의 정신이 머무는 장소로 비유해볼까요?


우리는 모두 같은 현재를 살고 있지만 어느 도시는 밤이고 어느 도시는 낮이 됩니다. 그리고 그 낮과 밤에 일어나는 일은 도시마다 다르지요. 똑같이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아이들에게 시간은 바로 그런 정도의 상대성을 가집니다. 


어떤 학생은 오늘의 공부가 자신의 학습에서 어떤 파트이고 어떤 목적으로 이뤄지는지 이해를 하고 밝은 대낮에 풍경을 즐기면서 공부를 하고 어떤 학생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친구들이 하니깐, 남이 하니깐 끌려가는 기분으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아무런 방향도 없이 망망대해를 떠도는 기분으로 공부를 합니다. 이게 비단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요? 대학에 들어가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주변의 공무원 시험, 공기업 시험 대열에 합류하는 수많은 청년들의 상대적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모두는 같은 현재를 살고 있지만 그 현재를 느끼는 방식에는 시차가 존재합니다. 


F를 지도하면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부분은 공부법이었습니다.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의 비효율적이었던 기조의 공부법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바꾸자 해당 과목의 등급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고 공부 그 자체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이 올라간 것은 물론입니다.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지만 집중력이 없는 아이, 

집중은 하고 있지만 시간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아이, 

공부법을 몰라 오르지 않는 성적으로 자신감마저 하락한 아이. 


포기하지 않을 이유가 포기할 이유보다 더 많습니다. 


내 아이에 맞는 적절한 공부법과 집중 전략 그리고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시간이 아닌 탈진하고 방전되기 전에 계획적으로 휴식하는 버퍼 시간을 슬기롭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수험생활 기간이 삶의 실패 경험이 아니라 뿌듯한 성취의 추억으로 남길 기대하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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