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챙겨야만 하는 우리 아이
F는 한눈에도 선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어요. 친구들에게는 인기가 짱이었고 늘 무리의 중심에 있었죠. 옷도 얼마나 잘 입고 패션감각도 좋은지 공부를 하러 오면서도 늘 멋을 내고 오는 그런 친구였어요. F가 저희를 찾아온 것은 비장한 각오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F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친구였어요. 의대 진학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등급에 비해 국어와 영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죠. 등급을 최소 2-3등급을 끌어올려야 했는데 다행히 수학과 과학은 평소 흥미를 느끼고 좋아하던 터라 1등급을 유지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 보였어요.
국어와 영어의 등급을 올리기 위한 학습법의 변화와 학습 상태의 점검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너무 인기가 많아서 학습에 교우관계로 인해 분산이 심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 부분들을 함께 점검하고 조금의 변화를 주는 게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가. 너무 착해 탈인 경우
F는 공부를 하다가도 휴대폰을 옆에서 물러두질 못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저희에게 왔을 때는 공부를 하는 시간 동안은 폰을 사물함에 넣어둬야 해서 폰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평소에 폰을 아주 자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자신의 생활패턴에 대해서 스스로가 문제점이라고 느끼고 있는 부분이었죠. 주로 폰을 체크하는 이유는 친구들과의 연락 때문인데 SNS, 카카오톡 등 그 채널도 얼마나 다양하고 친구관계도 넓은지 폰을 다시 켤 때마다 수십 개의 신규 메시지가 와 있을 정도였죠. 친구 한 명 한 명에게 문자 답신을 하다 보면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는 것이 F의 고민이었어요. 그리고 스스로 이야기하기로는 자신은 1명인데 친구들은 수십 명이 연락이 오다 보니 수십 개의 답을 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거예요.
F는 친구들에게 지나치게 인기?! 가 많았고 그걸 즐기는 듯이 보였어요^^. 한편으로는 그걸 뿌듯해하고 보람차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생활패턴과 이러한 관계 속에서 학년이 올라가고 성적이 지체되고 방해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죠.
F는 너무 착해 탈이 난 경우네요.
나. 금메달리스트 1등의 공통적인 특징
얼마 전 경북대학교 학습지원센터의 초청으로 경북대학교에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강연의 주제는 대학생들을 위한 학습전략에 대한 부분이었는데요, 저는 강연 스튜디오에서 학습주제에 대한 몰입을 설명하는 장에서 1권의 책을 소개하였습니다. "최후의 몰입"이라는 책인데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마인드셋과 전략에 대해서 다양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인터뷰하여 내용을 정리한 책이에요.
우리 학생들이 공부할 때 어떤 부분에 몰입을 할 때 좋은 비유를 바로 이렇게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최고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태도, 전략에 대해 다룬 책들에서 발견할 수 있어요.
제가 당시에 F에게 해주었던 조언 그리고 이후의 삶의 패턴에서 함께 훈련했던 부분이 바로 긍정적으로 이기적이 되자는 것이었어요.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을 챙겨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에게 지나친 피해를 주면서까지 타인을 챙기는 것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인생에서 아주 소수에게 허락되는 올림픽 현장에서 자신의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철저하게 오랜 시간 절제하고 훈련을 하죠. 그런데 그런 훈련기간 동안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거의 많은 부분을 잘라내고 몰입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금메달리스트는 절대적인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어요. 그런데 이 부분에서 갈등을 느끼게 되는 거죠. 하나에 에너지를 몰입하다 보면 다른 부분에 에너지가 소홀해 지기 마련이니깐 그 소흘 해진 부분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다수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인터뷰한 이 책에서 두 저자는 금메달리스트들이 극단적으로 목표 지향을 위해서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간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자기 중심성이 이기적인 부분으로 묘사될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하나의 목표에 몰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사업이든, 작품을 만드는 것이든, 무엇이든 극한의 자기 중심성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아요. 착한 1등은 없다. 이 부분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인터뷰하고 분석하며 두 저자가 내린 결론이었어요.
다. 친구들에게 소외될까 봐 두려운 마음
다수의 고등학생은 대학 입학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자기가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모르는 친구들도 우선은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죠. 다수의 고등학생에게 대학교 입학은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죠. 그런데 이왕이면 갈 것이라면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학과에 가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좋은 대학, 좋은 학과는 경쟁이 치열한 것이고, 올림픽에 비유하자면 수능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내신에서 지속적인 성적을 입증할 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에요.
그러면 그 과정에서 다양한 다른 부분들에 대한 "우선순위"조정이 필요하죠.
F의 마음 한편으로는 친구들의 관심에서 멀어질까 봐,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까 봐에 대한
불안함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우리는 함께 이러한 마인드 프레임이 본인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몇 차례의 세션으로 재정립하고 수험생활에 필요한 절대적 몰입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F는 목표가 명확했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는 너무 착했던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2년간의 수험생활이 끝나고 자신이 목표한 대학에 합격한 F는 현재 더 좋은 대인관 계속에서 행복한 캠퍼스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많은 고민과 어려움들. 사실 수험생들과 함께 하는 여러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콘텐츠 자체의 중요성과 수험생을 둘러싼 환경의 다양한 변수에 놀라곤 합니다. "야, 너 왜 공부에 집중을 못하냐"? 그래서 대학에 가겠어?!"가 아닌 아이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진짜 고민이 뭔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에 결핍을 느끼고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그 마음을 공감하는 일들이 또한 필요한 이유입니다. 몰입은 버리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챙기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순 없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죠. 그런 것들을 우리 아이들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또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