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도둑맞고 받은 편지에 적힌 글
타지에서 빈털터리가 되고 깨달은 것
하와이 해변가에서 자동차, 현금, 카드, 핸드폰 모두 도둑맞은 날 경찰서에서 든 생각은
‘지금 당장 숙소에 어떻게 가지?’ 였다.
경찰도, 영사관도 딱히 도움을 줄 것 같지 않았다.
우연히 Visitor Aloha Society of Hawaii(이하 VASH) 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고, 그들은 그 어떤 연도 없는 이방인인 우리를 위해 아래와 같은 모든 지원을 해주기 시작했다.
1. 안전하게 숙소로 돌아갈 수 있는 차량
2.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물, 식량
3. 긴급 시 사용할 현금 25$
4. 영사관의 잘못된 정보로 예정된 출국 비행기를 놓치며 추가로 며칠을 더 지내게 되자 그에 필요한 현금 체크 카드 및 마트 기프트 카드
5. 출국 공항 이동 차량
VASH는 사고를 당한 관광객들이 하와이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지워주기 위해 도움을 주는 자원 봉사 단체이다. 대표 제시카는 첫날부터 자기 일처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도움을 주었다. 사고 당일 숙소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제시카는 기사님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 식량을 사서 우리에게 건네주려 하는데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저희는 다 잘 먹어서 뭐든지 괜찮아요” 하고 아내가 말했다.
그러자 제시카는
“편하게 알려주세요, 햄버거? 치킨 샌드위치? 라이스? 말 안 해주는 게 더 불편해요”
그냥 아무거나 빨리 살 수 있을 텐데 못 먹는 음식이 있는지, 특별히 좋아하는 메뉴가 있는지 재차 물어보는 모습에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이분은 과연 어떤 사명감으로 이 일을 할까?’
그녀에게는 분명 일반인이 생각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삶 깊숙이 있을 것이다.
사고 다음 날 오전 11시에 전화를 달라 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날 우리는 하와이안 뉴스에서 일하는 케니를 소개받아 케니의 도움을 받아 절차를 재확인하기 위해 공항에 다녀왔다. 그리고 저녁에 숙소에 돌아오니 시큐리티에서 한 통의 편지를 건넨다.
“현호, 빛날윤미, 연락할 길이 없어 호텔에 왔는데 방에 아무도 없어서 놓고 가요. 카드는 밑에 마트에서 식량을 살 수 있고, 체크 카드는 남은 기간 식당 같은 곳에서 자유롭게 밥을 먹을 수 있어요. 걱정되니 호텔에 돌아오면 연락해줘요.”
카드를 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타지에서 모든 걸 도난당하면 우리의 생각보다 실제 상황은 더욱 처절하다. 범인은 신용 카드를 펑펑 쓰고 있는데도 카드 분실 신고를 할 휴대폰도 없고, 당장 숙소로 돌아갈 차비도 없다. 밖에 나갈 때 신을 신발도 없고, 추운데 걸칠 옷도 없다.
호텔 에어비앤비 주인인 안젤라는 우리의 사정을 듣고 그냥 하루 더 묶을 수 있게 도움을 주었고, 전직 하와이안 에어라인 직원으로서 여권 없이 출국하는데 항공사 매니저에 직접 전화를 해주는 등 수많은 도움을 주었다.
가족도, 지인도 없는 타지에서 이렇게까지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우리는 분명 많은 것을 잃고 또 앞으로도 큰 손해를 보겠지만 그만큼 더 많은 것을 받았다. 뼈저리게 배웠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의 방향을 인지할 수 있었다.
도난 사고의 여파는 생각보다 크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잃은 만큼 다시 채울 수 있다.
받은 친절만큼 다시 베풀 수 있다.
나는 늘 돈 없이 여행하며 지난 45개국을 다녔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 잃을 것이 없었고, 실제로 잃은 적도 없다.
반대로 이번 여행은 가장 좋은 숙소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장 좋은 차를 렌트하고 심지어 Cessna 172 경비행기까지 빌려서 직접 마우이 섬에도 다녀왔다. 그리고 마지막 날 모든 것을 잃었다.
대신 하와이에서 진짜 부자의 행동 습관을 배웠다.
진짜 부자는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더 줄 게 많은 이들이라는 사실
VASH interview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