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바람이 불고
적당한 해님이 얼굴을 살짝 건드리던
가을이 익어가는 10월의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예쁜 기자와 점심을 수제 햄버거로 맛있게 입맛을 돋우고
향이 짙은 커피와 마주 앉아 얘기하던 중
계절이 계절인지라 화장품 이야기가 나왔다.
여자들의 로망 중 하나는
예쁜 화장대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화려했던 화장대는 사라졌다.
"화장품 요즘 어떤 거 쓰세요?"
잠시 앞이 캄캄해지면서 내가 화장품을 뭐 쓰고 있지?
왜 기억이 없지?
그 많던 온갖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들도 사라지고
지금은 책꽂이 한편에 수분크림과 바디로션 그리고 영양크림, 내가 좋아하는 향수한병이 자리하고 있다.
2019년 2월 초에 미국에서 개한테 입술을 물린 후 나의 일상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남들과 시선을 잘 맞추지 못한다.
입을 어떻게 할지 몰라 불안하다
상대의 눈이 내 입술에 오기 전에 상황을 얘기한다.
그리고 아침에 매일 하던 화장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햇수로 3년이 되었고 두 달 뒤면 4년이 되어간다.
화장대 위에 자리가 없어 두 개씩 겹쳐 놓았던 그런 날도 있었는데 말이다.
사라진 게 화장대뿐만은 아니다
나름 허리도 있었는데 나의 허리는 그날 이후로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누군는 마스크 때문에 화장이 불편하다고 얘기하지만
오히려 불편해도 화장해보고 싶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용기 생길지는 나는 모른다.
하지만 용기를 계속 충전 중이다,
화장하고 마스크 벗고 나의 일그러진 입술로 당당히 맞설 세상을 위해서.....
출처: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