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를 지키려다 왼팔에 깁스를 했다.

'을'이라 목소리 한번 제대로 못 낸 탓일까?

by 나림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이 있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다. 하지만 이 말을 직역한다면 고생을 굳이 사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 본론은 이렇다.

이사를 할 때는 이사 갈 곳을 청소하고 난 후 입주하는 게 맞다. 회사 안에서 의상실을 옮겨 주면서 새로 간 곳은 몇 년 창고처럼 쓰이던 곳이다.

골목에 가건물처럼 지어진 곳으로 생각하면 된다. 벽면에 유리벽을 둘러 사무실을 만들어 작가실로 쓰였는데 프로그램이 없어지면서 방치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은 2층은 행사장으로 쓰이는 곳이라 소음도 많고 사무실 위치로는 부적합 곳이다.

코로나를 핑계로 이곳으로 사무실을 옮겼지만 하루하루가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없다고는 못하겠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했을 때 청소는 해주시겠지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미화원 이모님들은 바닥과 쓰레기통만 비워주는 게 본인들 일이라 벽면 청소는 불가능이라고 하셨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선을 그어 나의 일과 나의 일이 아닌 것으로 나누다 보니 편한 것도 있지만 불편한 사항도 생기는 게 사실이다.

예전에는 상대가 바쁘면 내가 돕고 내가 바쁘면 상대가 눈치껏 도와주는 문화였다면 지금은 선을 넘지 않는 게 문화로 잡혀있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내가 머물게 될 사무실 청소를 내가 해야만 했다.

의자 다리 4개 중 2개는 바퀴가 달려있고 두 개는 그냥 일반다리의 의자 위에 올라가 유리벽을 청소하다 키가 작아 까치발을 세우면서 의자의 흔들림에 버티려다 그만 의자에서 떨어지면서 잘 못 짚는 바람에 왼팔에 깁스를 하게 되었다.

먼지가 많아 이 먼지를 다 먹으면 나의 폐와 기도가 다칠까 봐 청소를 하다 왼팔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한 달 깁스하고 다녔다. 그 후 1년이 될 때쯤 팔이 아파오길래 날씨 탓을 했건만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아파오기 시작했고 버티다 금요일 밤이 되고 토요일 새벽엔 잠을 설치고 나서야 결국 정형외과에 갔다.

인대가 다친 왼팔에 물이차고 염증으로 인해 신경을 누르고 있단다. "참고 있었다는 것에 상을 줘야 할지 미련하다고 얘길 해야 할지"라며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사실 둘 다 맞는 말씀이시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게 싫어 모든 눈에 띄면 내가 먼저 하는 성격 탓에 손해 보는 것도 많다.

그런 성격 탓에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은 조금 더 깨끗한 곳에서 생활하지만 고마워할지는 의문이다.

내가 안 하면 다른 사람이 하던지 아니면 그 먼지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거기다 옷 먼지까지 ~~ 팔이 아파 2주는 파스에 압박붕대로 다녔더니

팔이 매일 아픈 것 같다며 걱정인지 핀잔인지 애매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단지 깨끗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었을 뿐이다.

내 팔이 다치지 않았으면 나도 건강하게 일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팔은 다쳤고 나는 다친 팔로 앞으로도 계속 일해야 하고 아무리 잘 관리해도 예전 아프지 않았던 시기로 돌아가지 못한다. 왜 다쳤냐고요? '회사에서 할 일을 미루신 바람에 제가 다쳤네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을'이라 목소리도 크게 못 내고 고스란히 제 몫이 된 겁니다. 제게 고마워 하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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