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끌 Jun 12. 2021

그러라 그래

지나가듯 들었던 이 한마디가 얼마나 허무하리만큼 간단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다. 사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불행과 잘못들은 내 탓으로 돌리는 게 제일 쉽고 편하다.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저 내 탓하고 말지 뭐, 하곤 했었다.


이 좋지 않은 습관을 고쳐줄 수 있는 말, 그러라 그래. 내 탓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가볍게 이 문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말이다. 얼마나 간단한가, 이 쉬운 걸 하지 못해서 이때껏 나를 갉아먹고 병들게 하고 있었던 걸까. 흔들리며 난감해하는 나를 꼭 잡아줄 수 있는 말인걸 깨달은 이후에 줄곧 마음속으로 되뇌곤 한다. 그러라 그래. 그러라 그래. 그러라 그래.


내 탓이 아닌 누군가의 탓도 하고 싶지 않다. 우리 모두 다 다른 사람이고 어쩔 수 없는 일도 무수히 많기 때문에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겨야 할 때도 분명한 것이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그저 그러라 그래.



작가의 이전글 해야만 하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