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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ikun Apr 11. 2018

대학원 일기3 - 연구 빼고 다 잘하는 대학원생

지긋하게 앉아서 하기 어려운 연구

연구 빼고 다 잘하는 대학원생


슬프게도 나는 연구 빼고 다 잘하는 대학원생으로 불린다. 이쯤 되면 연구가 내 진로는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또, 그만큼 대학원에서는 연구 외적으로 다양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연구를 한다는 것' 이 대충 어떤 것인지 알았지만, 순전히 모든 시간을 연구에 쏟을 수는 없었다. 학과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행사며, 연구실 단위에서 진행하는 외부 프로젝트, 개인적인 약속들(주로 현실 도피성) 등 한 가지에 몰두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물론 책상 앞에 앉아있기만 해서 연구 주제가 떠오르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이벤트들은 대학원 생활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혹은 이렇게 위로해보기로 한다) 금전적으로든, 경험적으로든 이도 사회생활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저번 겨울에는 약 스무 명 가까이 되는 학과 학생들과, 국내에서 제법 크게 열리는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처음으로 학과 단위로 워크숍을 참가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나는 덜컥 중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담당자가 되어 학회 참가 준비하랴, 발표 준비하랴 더욱 혼이 났다. 하루에도 여러 번 메일을 주고받고, 행사 담당자와 통화를 해야 했으며 진행상황을 공유해야 했다. (답답한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에 진저리가 나기도 했다.) 게다가 학생들의 문의까지 한꺼번에 받아줘야 했으니 스스로도 참 고생이 많았구나 싶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학회에 참석했다. 처음으로 부스를 운영하기로 한 탓에 부스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하루하루의 일정이며 숙박이며 여러 가지를 도맡아야 했다. 게다가 준비과정에서 교수님과 의논한 몇 가지 준비물을 빼먹었다. 겨우 숨 돌리면서 키노트를 듣고 있던 와중에 전화를 받고 뛰쳐나갔다. 그리고 내 멘탈도 나가버렸다. 완전히.


그 이후에 무슨 바람이 들어서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갔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정된 여행기간과 제주의 폭설 기간이 정확하게 맞물리면서 참 고생도 많았다. 하루는 아침 일찍 교수님께 전화가 걸려와서 어떻게 말해야 하나 애먹었다. 내가 연구는 뒤로하고 놀러 간 학생인 것은 사실이나 이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고심 끝에 약간의 거짓말을 섞게 됐지만 교수님은 왠지 그 사실을 아시는 듯싶었다. 다행히 나중에 별 일은 없었다. 그저 내 마음속에 덜 소화된 듯 찝찝한 기분만 남았을 뿐.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할걸.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설 연휴를 보내고 선배들의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하는 선배들을 보니 나도 얼른 졸업논문을 쓰고 이곳에서 벗어나야지 하는 의욕과, 어떻게 하면 이상적인 논문을 완성시킬까 하는 걱정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며칠 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내가 신입생으로 한참 쫄아서 입학했을 때가 얼마 전인데, 벌써 두 번째 신입생을 맞이하다니.. 역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교수님의 연락을 받았다. 당장 내일모레 작은 학술대회를 해야 하니 포스터와 자료집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아주 당황스럽고 화가 나야 마땅하지만 이런 일들에 익숙해져서 인지, 무덤덤하게 연구실에 나와 작업을 했다. 뭐, 주말에 할 일 없이 누워있는 것보단 '나와서 뭐 하나라도 하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다. 그렇게 정신없이 개강을 맞았다.


사실은 의욕적으로 이곳에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여러 가지 일을 핑계로 쉬고 있다. 아니 그보단 전보다 다양 소재의 글감을 찾기가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나는 보통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오면 IT 관련 기사를 찾아 읽거나,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이 담긴 글을 찾는다. 이는 나 같은 사람에게 시간을 보내고 글감을 찾아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만, 어떤 연구 주제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써보는 것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고, 마음 한편을 안정되게 한다. 그래서 글쓰기에 빠지나 보다. 다시 펜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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