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너무 많아 힘든 당신에게

초민감자의 풍부한 내면세계를 축복으로 만드는 법

by 이지현

하나의 일이 끝나면, 곧바로 그 일에 대한 복기와 평가가 머릿속에서 수십 번씩 재생됩니다.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 사람의 표정이 왜 그랬을까?' 사소한 실수 하나는 밤새 이불을 차게 만드는 거대한 후회로 부풀어 오릅니다. 미래를 계획할 때는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느라, 시작도 전에 이미 지쳐버립니다. 때로는 넘쳐나는 아이디어와 생각의 파도에 휩쓸려, 정작 중요한 일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표류하기도 합니다.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생각'은 종종 멈출 수 없는 컨베이어 벨트와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깊이, 그리고 넓게 처리하도록 설계된 우리의 뇌는, 잠시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분석하고, 연결하고, 시뮬레이션합니다. 이는 통찰력과 창의력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를 '생각의 감옥'에 가두고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주범이 됩니다.

하지만 만약, 이 풍부한 내면세계가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생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방향을 바꾸고, 과열된 뇌에 부드러운 쉼표를 찍어주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요. 이번 글에서는 왜 우리의 생각이 유독 더 많은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이해하고, 이 넘치는 생각의 에너지를 다스려 나의 힘으로 만드는 가장 향기로운 방법을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보 위주로 제안하고자 합니다.




왜 초민감자는 생각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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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좀 그만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와 같은 조언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뇌는 '그만두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작동 방식 자체의 차이입니다. 초민감자 연구의 선구자인 일레인 아론 박사가 제시한 핵심 특성 D.O.E.S. 중 첫 번째인 '깊은 정보 처리(Depth of Processing)'가 바로 그 이유입니다. 우리의 뇌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함께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생각을 억지로 멈추려 할수록, 뇌는 오히려 그 생각에 더 집중하게 되는 '반동 효과'를 일으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인정하고 부드럽게 방향을 바꾸는 기술입니다.


모든 것을 연결하는 '거미줄' 같은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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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민감자의 뇌는 정보를 독립된 섬으로 인식하지 않고, 거대한 거미줄처럼 모든 것을 연결하여 처리합니다. 하나의 정보를 받아들이면, 그와 관련된 과거의 경험, 지식, 감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까지 수많은 연결고리가 동시에 활성화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의 간단한 메시지 "주말에 뭐해?"를 받으면, 우리는 단순히 주말 계획을 묻는 질문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지난번에 내가 바쁘다고 거절했는데, 혹시 서운해서 묻는 걸까?', '어떤 종류의 활동을 제안하려는 걸까?', '내가 어떤 대답을 해야 상대방이 좋아할까?' 등 수많은 가능성을 순식간에 분석합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패턴을 읽어내고 깊은 통찰력을 얻지만, 동시에 사소한 생각 하나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반추 사고(Rumination)'에 빠지기 쉽습니다. 과거의 실수를 곱씹으며 후회하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을 키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완벽한 답을 찾으려는 '탐색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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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모호함을 견디기 어려워하며, 모든 문제에 대해 가장 완벽하고 최선인 단 하나의 답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모든 선택지의 장단점과 잠재적 위험, 그리고 각 선택이 미래에 미칠 영향까지 분석하느라,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에 빠곤 합니다. 예를 들어, 이직을 고민할 때, 단순히 연봉과 직무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회사의 조직 문화, 상사와의 잠재적 관계, 출퇴근 경로의 스트레스 수준, 그리고 이 결정이 5년 후 나의 커리어에 미칠 영향까지 모든 변수를 고려합니다. 이 과정은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시키며, 우리를 결정 장애와 무기력의 늪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과도한 생각의 대가: 에너지 고갈과 번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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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정보 처리'와 '완벽주의적 탐색'은 막대한 양의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의 뇌는 신체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관이며, 초민감자의 뇌는 비초민감자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이는 마치 고사양 컴퓨터가 일반 컴퓨터보다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이 에너지가 무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면, 우리는 극심한 피로감, 집중력 저하, 감정 기복과 같은 번아웃 증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충분히 잠을 자도 피곤하고, 머리가 멍하며,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는 것은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에너지를 모두 소진했다는 명백한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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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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