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민감자의 창의성을 높혀주는 아로마테라피

'빈 페이지 증후군'을 극복하는 향기 솔루션

by 이지현

눈앞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하얀 화면, 혹은 텅 빈 종이가 놓여 있습니다. 깜빡이는 커서는 마치 재촉하는 심장 박동처럼 느껴지고, 주변의 모든 소음이 사라진 그 고요함은 오히려 거대한 압박감으로 다가옵니다. 글을 써야 할 때,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할 때, 혹은 그저 무언가를 시작해야만 할 때. 우리는 종종 이처럼 텅 빈 시작점 앞에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깊은 막막함에 빠지곤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빈 페이지 증후군(Blank Page Syndrome)' 또는 '작가의 벽(Writer's Block)'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막막함 속에서 우리는 어김없이 스스로를 탓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재능이 없나 봐', '왜 이렇게 게으를까?', '다른 사람들은 쉽게만 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시작 앞에서 얼어붙는 것은 당신의 의지나 재능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텅 빈 공간'은 무한한 가능성의 장이 아닌, 실패할 수 있는 무한한 위험의 공간으로 먼저 인식됩니다.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실패라는 고통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하려는 뇌의 절박하고 강력한 방어기제가 작동한 결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처럼 우리를 시작선 앞에 주저앉히는 '빈 페이지 증후군'의 정체를 깊이 탐색하고, 이 단단하게 얼어붙은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줄 '창작 아로마테라피'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빈 페이지 증후군'의 정체: 왜 나는 하얀 화면이 두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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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첫 문장이라는 신기루

초민감자의 내면에는 종종 '완벽'이라는 이름의 가혹한 심판관이 살고 있습니다. 이 심판관은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첫 문장이 완벽해야만 이 글은 가치가 있어.", "첫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지 않으면 시작할 필요도 없어." 이처럼 '완벽한 시작'에 대한 강박은, 우리가 불완전하지만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의 씨앗을 싹 틔우는 것 자체를 막아 버립니다. 우리는 머릿속에서 수십, 수백 개의 '완벽한' 문장을 상상하지만, 그 어떤 것도 감히 하얀 화면 위로 옮기지 못합니다. 현실의 불완전함이 상상 속의 완벽함을 망가뜨릴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완벽이라는 신기루를 좇다가, 우리는 시작이라는 현실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무르게 됩니다.


실패의 가능성을 보는 '깊은 정보 처리'

초민감자의 핵심 특성인 '깊은 정보 처리(Depth of Processing)'는 우리가 어떤 과제를 시작하기 전, 그 일의 모든 잠재적 위험과 실패 가능성을 남들보다 더 깊고 생생하게 시뮬레이션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단순히 '글을 쓴다'는 행위를 넘어, '만약 내 글이 비판받으면 어떡하지?', '아무도 내 아이디어에 공감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실패작으로 남으면 어떡하지?'와 같은 수많은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미리 경험합니다. 우리의 뇌는 실제 일어난 일과 생생하게 상상한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상상 속의 실패는 실제 실패와 똑같은 고통과 두려움을 유발합니다. 이 압도적인 실패의 공포가 바로, 우리가 시작 버튼을 누르는 것을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내면의 비판자와의 조우

텅 빈 하얀 화면은 외부의 자극이 없는, 오롯이 나와 마주해야 하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 고요한 공간에서 가장 먼저 우리를 찾아오는 것은, 다름 아닌 '내면의 비판자'입니다. 다른 활동으로 분주할 때는 잠시 잊고 있던 그 목소리가, 하얀 화면 앞에서는 더욱 크고 명료하게 들려옵니다. "네 실력으로 과연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지난번에도 실패했잖아.", "너는 재능이 없어." 이 가혹한 목소리는 우리의 자신감을 갉아먹고, 창작 행위 자체를 고통스러운 자기 시험의 과정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결국 우리는 글을 쓰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행위를 통해 내면의 비판자와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그 만남 자체를 회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뇌과학으로 본 창작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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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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