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을 잡는 土 무르익는 포용

오렌지가 증명하는 토(土)의 중용

by 이지현

왜 우리는 과일의 껍질 향을 찾는가

머릿속이 복잡해 무언가를 결정하기 힘들 때, 혹은 붕 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싶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익숙한 달콤함을 찾곤 한다. 손끝에 닿는 오렌지의 울퉁불퉁한 질감, 껍질을 벗길 때 톡 하고 터져 나오는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는 불안한 마음을 어머니의 품처럼 둥글게 감싸 안아 준다.


오행(五行)의 순환에서 토(土)는 중재하는 에너지다. 치솟는 여름의 열기를 식혀 가을의 결실로 연결하듯,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는 환절기의 힘을 상징한다. 오행아로마 향기로 세우는 삶의 축, 그 세 번째 여정은 단단한 껍질 속에 달콤한 과육을 품어내는 결실의 열매, 오렌지(Orange)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가색(稼穡), 심고 거두는 땅의 정직함

동양 철학에서 흙의 성질을 가색(稼穡)이라 표현한다. 심을 가와 거둘 색이 합쳐진 이 말은, 만물을 낳아 기르고 마침내 거두어들이는 포용과 결실의 생명력을 의미한다.


오렌지가 익어가는 과정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뜨거운 태양과 거친 비바람을 견디며 초록의 열매는 서서히 황금빛으로 물든다.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속도대로 당도를 채우며, 둥근 형태를 갖춰가는 오렌지는 모난 곳 없이 만물을 수용하는 대지의 넉넉함을 닮았다.


이러한 생존 방식은 오렌지의 향기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첫 향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상큼함으로 다가오지만, 그 끝에는 긴장을 풀어주는 따뜻하고 달콤한 안정감이 자리한다. 풍요로움이란 남들보다 많이 가지려는 욕심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단단히 채워 주변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여유임을, 오렌지는 그 향기로 묵묵히 증명해 보인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지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19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1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3화사방으로 퍼지는 火 확산하는 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