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 목록에 압도당한 아침

초민감자에게 시작할 용기를 주는 아로마테라피

by 이지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때, 우리는 오히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무기력의 늪'에 빠지곤 합니다. 아침에 캘린더나 '오늘 할 일' 목록을 보는 순간, 해야할 일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머릿속을 덮칩니다. 'A 보고서 마무리하기', 'B에게 중요한 전화 걸기', 'C 프로젝트 자료 조사', '저녁 장보기', '밀린 집안일'... 목록은 끝이 없고, 그 무게에 짓눌려 몸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합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지쳐버린 느낌. 결국,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의미 없는 스마트폰 스크롤로 소중한 아침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이러한 아침의 무기력을 경험하며, 우리는 종종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왜 나는 시작을 못할까?"라며 스스로를 탓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당신의 의지나 성실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의 뇌가 너무나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서, 그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모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다가 과부하에 걸려 멈춰버린 것입니다. 이를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라고 합니다. 특히, 모든 정보를 깊이 처리하고, 높은 기준을 가진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아침의 '할 일 목록'은 종종 감당할 수 없는 위협처럼 다가와, 뇌를 '얼어붙음(Freeze)' 상태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번 글에서는 초민감자를 아침의 무기력 속에 가두는 '압도감'의 정체를 깊이 탐색하고, 이 멈춰버린 엔진에 부드럽지만 강력하게 시동을 걸어줄 '아로마테라피'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거대한 산 전체를 하루 만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오늘의 첫 삽'을 뜰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것입니다. 향기는 당신의 복잡한 생각의 안개를 걷어내고, "괜찮아, 딱 하나만 하면 돼"라는 명료한 메시지를 뇌에 전달하여, 당신의 하루를 시작하게 만드는 가장 향기로운 열쇠가 되어줄 것입니다.




왜 당신의 아침은 '할 일 목록'에 무너지는가?: HSP의 뇌

'깊은 정보 처리'와 과제의 무게

초민감자의 뇌는 단순한 '할 일 목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깊은 정보 처리(Depth of Processing)' 뇌는 목록의 각 항목을 수많은 하위 작업과 잠재적 문제점, 그리고 감정적 무게와 연결시킵니다. 'B에게 전화 걸기'라는 단순한 항목은, '그가 바쁘면 어떡하지?', '어떤 단어로 시작해야 오해가 없을까?', '만약 거절당하면 상처받을 거야'와 같은 수십 개의 복잡한 시뮬레이션으로 확장됩니다. 이처럼 모든 과제의 무게를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무겁게 느끼기 때문에, 아침에 그 목록 전체를 마주하는 것은, 뇌에게 감당할 수 없는 인지적 부하를 안겨주는 것입니다.


완벽주의의 함정: '모든 것'을 '완벽하게'

우리의 내면에는 종종 '완벽'이라는 이름의 가혹한 심판관이 살고 있습니다. 이 심판관은 우리에게 "이 모든 일을, 오늘 안에, 그것도 완벽하게 해내야만 너는 가치 있다"고 속삭입니다. '모 아니면 도'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우리가 "완벽하게 다 해낼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겠다"는 극단적인 선택, 즉 '미루기'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당히', '그럭저럭'을 허용하지 못하는 이 완벽주의적 성향은, 시작의 문턱을 에베레스트산처럼 높게 만들어, 우리가 첫걸음을 떼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분석 마비'와 뇌의 '얼어붙음(Freeze)' 반응

감당할 수 없는 과제의 무게와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우리의 뇌에서 감정의 경보 시스템인 편도체를 활성화시킵니다. 편도체는 이 '할 일 목록'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닌, 생존을 위협하는 '포식자'처럼 인식하고 뇌 전체에 비상경보를 울립니다. 이 경보가 울리면, 이성적 사고와 계획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은 급격히 저하됩니다. 이 상태가 바로 '분석 마비'이며, 뇌가 싸울 수도, 도망칠 수도 없어,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 버리는(Freeze) 것입니다. 아침의 무기력은 바로 이 '얼어붙음' 반응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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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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