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의 끝을 버티는 아로마테라피

카페인의 각성 대신 ‘부드러운 뒷심

by 이지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쏟아지는 업무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면, 금요일 아침은 유독 몸이 무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알람 소리에 겨우 눈을 뜨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안개가 낀 듯 뿌옇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큰 과제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강력한 한 방을 찾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진한 커피 한 잔입니다. 카페인의 힘을 빌려 억지로라도 뇌를 깨우고, 지친 몸을 일으켜 세워야만 오늘 하루를, 그리고 이번 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평소보다 더 진하게 내린 에스프레소나 샷을 추가한 아메리카노를 손에 쥐어야만 비로소 안심이 되고,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이 너무 진한 커피는 때로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일주일간의 자극으로 인해 신경계가 한껏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서, 고농도의 카페인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과도한 각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자극적인 에너지가 아니라,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부드러운 뒷심일지도 모릅니다. 향기는 카페인처럼 신경계를 강제로 흔들지 않으면서도, 뇌의 감각을 깨우고 정체된 기분을 환기시키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자몽이나 로즈마리와 같은 향기는 자연스러운 활력을 불어넣어, 우리가 지치지 않고 금요일의 마지막 업무까지 차분하게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카페인의 부작용 없이 뇌를 깨우고, 한 주의 끝을 건강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아로마테라피의 세계를 함께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금요일 아침의 딜레마: 피로와 카페인 사이

누적된 피로의 무게

금요일 아침의 피로는 단순히 전날 잠을 설쳤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지난 4일 동안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며 처리해 온 수많은 정보와 감정의 찌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낸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초민감자의 뇌는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자극들을 깊이 처리하느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회의 시간의 긴장감, 동료의 미묘한 표정 변화, 사무실의 소음과 조명 등 일상의 모든 요소가 우리에게는 에너지를 요구하는 과제였을 것입니다. 금요일이 되면 이 누적된 피로가 정점에 달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습관적으로 찾는 진한 커피

몸이 무거울수록 우리는 더 강력한 외부의 자극을 원하게 됩니다. 피로를 잊게 해 줄 무언가가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금요일 아침에는 평소보다 더 진한 커피, 혹은 카페인 함량이 높은 에너지 드링크를 찾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히 맛을 즐기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선택에 가깝습니다. 카페인이 뇌의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하여 졸음을 쫓고 일시적인 각성 효과를 준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몽롱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습관적으로 카페인에 손을 뻗게 됩니다. "이거라도 마셔야 버티지"라는 마음으로 마시는 커피는, 일종의 비상연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카페인이 주는 가짜 에너지의 함정

하지만 카페인이 주는 에너지는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낸 진짜 에너지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것은 피로를 느끼게 하는 신호를 잠시 차단하여, 마치 피로가 사라진 것처럼 느끼게 하는 일종의 착각일 수 있습니다. 피로는 우리 몸이 휴식이 필요하다고 보내는 신호인데, 카페인으로 이 신호를 강제로 끄고 계속해서 달린다면, 결국 우리 몸은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릅니다. 금요일 오후가 되어 카페인 효과가 떨어지면, 억눌려 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걷잡을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지거나, 주말 내내 앓아누워야 할 수도 있습니다. 카페인에 의존하는 것은 미래의 에너지를 대출받아 쓰는 것과 같아서, 언젠가는 그 빚을 갚아야 하는 순간이 오게 마련입니다.




초민감자와 카페인의 관계: 왜 우리에겐 독이 될까?

신경계 과각성과 카페인

초민감자의 신경계는 선천적으로 예민하게 세팅되어 있어,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합니다. 이미 일상적인 자극들로 인해 신경계가 어느 정도 흥분 상태, 즉 과각성(Hyper-arousal)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중추신경 흥분제인 카페인이 들어오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인에게는 적당한 활력이 될 수 있는 양의 카페인이라도, 초민감자에게는 과도한 자극이 되어 신경계를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을 더 세게 당기는 것과 같아서, 자칫하면 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질 위험이 있습니다.


코르티솔 수치와 만성 피로

카페인은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당한 코르티솔은 아침에 우리를 깨우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이미 스트레스에 취약한 초민감자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주중 내내 쌓인 스트레스로 인해 이미 코르티솔 수치가 높은 상태일 수 있는데, 여기에 카페인이 더해져 코르티솔 수치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우리 몸은 만성적인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부신(Adrenal Gland)에 부담을 주어 결국 만성 피로 증후군이나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피로를 풀려고 마신 커피가 오히려 피로를 고착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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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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