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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Nov 24. 2024

새로운 시작과 공황발작

음식물 쓰레기통 옆에서 멈춘 시간

회사를 퇴사한 후, 남편과 나는 가진 돈으로 생활을 이어가며 강사 교육에 몰두했다. 프로젝터와 스크린, 필요한 모든 장비를 들고 다니며 공간을 원데이로 빌려 교육을 진행했다. 그 절박함 속에서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전념했고, 우리의 노력은 곧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청년창업제도를 이용해 보증금을 마련했고, 한정적인 자금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하며 우리의 공간을 직접 오픈했다. 떠돌이처럼 여기저기 공간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는 안정감은 큰 위안이 되었다. 레슨과 원데이 교육을 진행하며 조금씩 우리의 일상을 되찾아갔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도자반 교육을 하러 가던 어느 아침이었다. 집에서 센터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늘 하던 대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지만, 센터까지 100미터도 남기지 않은 거리에서 갑자기 몸이 굳어갔다.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답답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틈도 없이 길가에 쓰러졌다. 주변은 음식물 쓰레기통 냄새로 가득했고, 그 냄새는 점점 나를 옥죄는 것처럼 느껴졌다. 불안감은 온몸을 휘감으며 나를 마비시켰고,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버렸다.


몸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단순히 숨이 차오르는 것 이상의 공포였다. 공황발작은 내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길 한가운데, 쓰러져 있는 나 자신은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늘 비상약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가방 속, 주머니 속 어디에나 약이 있어야만 마음이 놓였다. 약을 들고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공황발작은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알 수 없었다. 강의 도중에도, 길을 걷다가도, 심지어 혼자 있을 때도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불안감에 몸은 긴장으로 굳어지고 숨이 막히곤 했다. 


하지만 약을 삼키고 나면 몇 분 안에 증상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 몇 분은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지만, 나는 약 덕분에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


비상약에 의지하며 버티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것이 완전한 해결은 아니었지만, 내 일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버팀목이었다. 약을 들고 다니는 동안, 나는 마치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나를 보호하는 방패를 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약에 의존하는 나 자신을 바라볼 때면, 어디까지 이 상태가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끊이지 않았다. 약이 없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 불안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날그날을 살아내는 것이었고, 나는 그 힘듦을 견뎌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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