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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의 미' 강박을 내려놓는 이완의 향기

나에게 건네는 부드러운 허락

by 이지현

많은 사람들이 송년회와 새해 계획으로 들떠 있는 이 시기, 우리 초민감자(HSP)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묵직한 돌덩이가 얹힌 듯한 답답함이 자리 잡고 있을지 모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걸 다 끝내야 하는데", "아직 정리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은데"라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남은 시간은 겨우 72시간 남짓인데, 마음속 해야 할 일 목록은 여전히 한 달 치 분량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오히려 마지막 순간을 즐기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어버린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종종 한 해의 마무리가 완벽해야만 그 해가 의미 있게 기억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해결 된 과제들을 남겨둔 채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왠지 찜찜하고,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속도가 아니라, 멈춤과 이완일 수 있습니다. "다 못 해도 괜찮아", "나머지는 내년에 해도 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너그러움이 필요합니다. 이때, 관대하고 풍성한 꽃향기들은 우리의 굳어버린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네롤리의 진정, 로즈의 위로, 자스민의 낙관은 이성적인 강박을 잠재우고 감성적인 여유를 되찾아 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남은 3일 동안, 무엇을 더 하는 대신 무엇을 내려놓을지, 그리고 그 빈 공간을 어떤 향기로 채울지 함께 알아보려 합니다.




왜 우리는 마지막 3일에 이토록 집착할까?

자이가르닉 효과와 미완성의 불안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끝내지 못한 일을 더 잘 기억하고 신경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합니다. 정보를 깊이 처리하는 초민감자의 뇌에서 이 효과는 더욱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해가 바뀐다는 것은 거대한 챕터가 넘어가는 것과 같은데, 이전 챕터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는 사실이 뇌에 지속적인 긴장 신호를 보낼 수 있습니다. 마치 열려 있는 문을 닫지 않고 외출하는 것과 같은 불안감을 느끼기에, 어떻게든 문을 닫으려(일을 끝내려) 애쓰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검열과 성취에 대한 압박

연말은 자연스럽게 지난 시간을 회고하게 만드는 시기입니다. HSP는 자기 성찰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성취한 것보다 부족했던 점을 더 크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올해 나는 무엇을 했나?"라는 질문 앞에서 스스로를 엄격하게 평가하고,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남은 3일 동안이라도 무언가를 더 해내야 한다는 보상 심리가 작동할 수 있습니다. 이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나 자신의 높은 기준을 만족시키려는 내면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새 출발에 대한 순결주의

새해는 새하얀 도화지처럼 깨끗하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보았을 것입니다. 묵은 짐을 새해로 가져가고 싶지 않다는 새 출발에 대한 순결주의적 태도가 연말의 강박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1월 1일은 완벽하게 정돈된 상태여야 한다는 믿음이, 12월의 마지막을 정리와 마감의 전쟁터로 만들어버리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삶은 칼로 무 자르듯 나뉘는 것이 아니며, 올해의 미완성이 내년의 거름이 될 수도 있다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이완과 수용을 돕는 뇌과학적 원리

부교감신경계의 활성화를 통한 멈춤

강박적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상태는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전투 모드와 같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뇌가 쉴 새 없이 "해야 해, 빨리 해"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꽃향기, 특히 에스테르 성분이 풍부한 향기들은 부교감신경계를 자극하여 브레이크를 밟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신경계가 이완되면 쫓기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꼭 지금 하지 않아도 큰일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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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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