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통찰과 위로의 향기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독특한 향기를 지닌 클라리세이지는 꿀풀과 세이지 속(Salvia)에 속하는 허브이다. 흔히 요리에 쓰이는 커먼 세이지(Common Sage)와는 달리, 클라리세이지는 훨씬 더 큰 잎과 화려한 꽃을 피우며, 역사적으로 의학적 용도뿐만 아니라 주류 산업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그 이름 속에 담긴 맑음(Clear)이라는 의미는 이 식물이 고대부터 눈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또한, 중세 유럽에서는 그리스도의 눈(Oculus Christi)이라 불리며 신체적인 시력뿐만 아니라 영적인 통찰력을 맑게 하는 신성한 식물로 숭배받기도 했다. 이번 글에서는 클라리세이지라는 이름의 언어학적 기원을 추적하고, 고대 의학자들의 처방과 중세 수도원의 기록을 통해 이 식물이 인류의 삶 속에서 어떠한 치유와 위로의 역할을 수행했는지 그 역사를 상세히 알아본다.
클라리(Clary)라는 영어 이름은 라틴어 클라루스(Clarus)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는 맑은(Clear) 또는 밝은(Bright)이라는 뜻을 가진다. 중세 영어에서는 Clarie 또는 Clear-eye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러한 이름이 붙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클라리세이지 씨앗의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씨앗을 물에 불리면 끈적끈적한 점액질(Mucilage)이 형성되는데, 고대인들은 이를 눈에 들어간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눈의 피로를 풀어 시야를 맑게 하는 데 사용했다.
린네가 명명한 학명 Salvia sclarea의 종명인 스클라레아(Sclarea)는 그리스어 스클레로스(Skleros)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스클레로스는 단단한이라는 뜻인데, 이는 클라리세이지 꽃잎의 끝부분이 뻣뻣하고 단단한 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앞서 언급한 클라루스(Clarus)의 변형으로 보기도 한다. 이 학명은 중세 약초서에서도 널리 통용되며 식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클라리세이지가 속한 살비아(Salvia)라는 속명은 라틴어 살바레(Salvare)에서 파생되었다. 이는 구원하다또는 치유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세이지 종류가 만병을 통치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세이지가 자라는 집에 아픈 사람이 있겠는가?"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였다. 클라리세이지 역시 이러한 구원과 치유의 가문 일원으로서, 육체적인 질병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까지 덜어주는 광범위한 치유 식물로 대접받았다.
서양 약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1세기 그리스 의사 디오스코리데스는 그의 저서 『약물지(De Materia Medica)』에서 클라리세이지(당시 명칭은 Horminum 등으로 추정됨)에 대해 기술했다. 그는 이 식물이 눈의 통증을 완화하고 눈꼽이 끼는 것을 막아준다고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은 클라리세이지가 고대부터 안과 및 외과적 처치에 사용된 중요한 약재였음을 증명한다. 디오스코리데스의 처방은 이후 중세 유럽의 수도원 의학으로 계승되어 오랫동안 권위를 가졌다.
로마인들은 클라리세이지를 소화 불량을 해결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약초로 사용했다. 기름지거나 무거운 식사 후에 클라리세이지 잎을 우려낸 차를 마시거나, 와인에 담가 식후주로 즐겼다. 이는 클라리세이지의 쌉싸름한 맛과 따뜻한 성질이 위장의 운동을 돕고 가스를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경험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의 약초학자들과 수도사들은 클라리세이지를 그리스도의 눈이라고 불렀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씨앗의 점액질이 눈을 치료한다는 의학적 효능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더 깊게는 이 식물이 영적인 눈을 뜨게 해 준다는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수도사들은 클라리세이지가 육체의 시력뿐만 아니라 마음의 눈을 맑게 하여 진리를 보게 하고, 영적인 통찰력을 높여준다고 믿었다. 기도를 하기 전 클라리세이지 차를 마시거나 향을 맡는 것이 수행의 일부로 여겨지기도 했다.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 대제(Charlemagne)는 812년경 반포한 관재령(Capitulare de villis)을 통해 제국 내의 정원과 수도원에서 반드시 재배해야 할 약초 목록을 지정했다. 이 목록에 클라리세이지(Sclarea)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당시 클라리세이지가 국가적으로 장려할 만큼 중요한 필수 약용 작물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이다. 수도원 정원에서는 클라리세이지를 체계적으로 재배하여 약제, 차, 그리고 요리 재료로 활용했으며, 이를 통해 민간으로 그 효능과 재배법이 널리 퍼져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중세의 민간요법과 수도원 의학에서 클라리세이지는 여성의 건강을 돕는 중요한 허브로 다루어졌다. 생리통을 완화하고 생리 불순을 조절하며, 특히 난산일 때 출산을 돕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산파들은 산모의 고통을 덜어주고 자궁의 수축을 돕기 위해 클라리세이지를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현대 아로마테라피에서 클라리세이지가 자궁 강장제로 분류되고, 에스트로겐 유사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중세 유럽, 특히 독일과 영국에서는 맥주를 양조할 때 홉 대신 다양한 허브 혼합물인 그루트(Gruit)를 사용했는데, 클라리세이지는 이 그루트의 주요 성분 중 하나였다. 클라리세이지는 맥주에 쌉싸름한 맛과 독특한 풍미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여 술이 상하는 것을 방지했다. 홉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클라리세이지는 양조업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작물이었다. 사람들은 클라리세이지가 들어간 맥주가 더 깊은 맛을 내고 건강에도 유익하다고 여겼다.
독일에서는 클라리세이지를 무스카텔잘바이(Muskatellersalbei)라고 부르는데, 이는 무스카텔 와인(Muscatel wine)의 세이지라는 뜻이다. 당시 라인강 유역의 와인 생산자들은 저렴한 와인에 클라리세이지와 엘더플라워를 넣어, 값비싼 무스카텔 와인의 달콤하고 향긋한 풍미를 모방하곤 했다. 클라리세이지의 향기는 포도주 특유의 과일 향과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맛을 냈기 때문이다.
클라리세이지가 들어간 술은 일반 술보다 사람을 더 빨리, 그리고 더 심하게 취하게 만든다는 속설이 있었다. 실제로 클라리세이지는 알코올의 효과를 증폭시키고, 몽환적인 기분이나 심한 숙취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의 주정뱅이들은 적은 돈으로 빨리 취하기 위해 클라리세이지가 든 맥주를 찾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클라리세이지의 사용을 규제하기도 했으나, 그 강력한 진정 및 이완 효과는 스트레스가 많은 중세인들에게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 주는 위로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맑음이라는 이름에서 시작된 클라리세이지의 역사는, 고대인의 눈을 씻어주는 치료제에서 중세인의 영혼을 위로하는 성스러운 허브로, 그리고 노동자들의 시름을 달래주는 술의 재료로 끊임없이 변모해 왔다. 척박한 땅에서도 화려한 꽃을 피우는 이 강인한 식물은, 인류의 곁에서 육체의 고통을 덜어주고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치유의 동반자였다. 오늘날 우리가 아로마테라피를 통해 경험하는 클라리세이지의 몽환적이고 깊은 향기 속에는, 수천 년 전 수도원의 정원에서 기도와 함께 자라나던 그 신성하고 맑은 치유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