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완주와 단단한 나무의 향기

유독 길게 느껴지는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방법

by 이지현

금요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디디는 것조차 거대한 도전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지난 나흘간의 누적된 피로가 온몸을 짓누르고, 이불 밖으로 나가는 순간 마주해야 할 수많은 업무와 사람들과의 관계가 거대한 벽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잠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며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섬세한 감각을 지닌 이들에게 이 무거움은 단순한 육체적 피로 그 이상의 의미일 수 있습니다. 몸이 느끼는 이 무게감은 당신이 게으르다는 증거가 아니라, 지난 시간 동안 쏟아진 수많은 자극을 처리하느라 감각의 에너지가 이미 한계치까지 소모되었음을 알려주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만 버티면 주말"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를 시작하곤 합니다. 하지만 주말을 위해 현재를 '버텨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설정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더 지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비장한 각오는 무의식중에 어깨와 턱에 힘을 들어가게 하고,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처럼 과도한 긴장 상태를 유발하여 작은 자극에도 마음이 쉽게 상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늘 하루의 목표를 완벽한 성취나 빠른 마무리가 아닌, 무사히 마치는 것으로 조금 낮춰 잡아보는 방법을 제안해 봅니다. 긴 마라톤의 마지막 구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폭발적인 속도가 아니라, 멈추지 않고 걷는 꾸준함일 수 있습니다. 나를 재촉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나의 호흡대로 천천히 걷겠다는 마음가짐이 오히려 오늘을 끝까지 걸어갈 힘을 건네줄 것입니다.




왜 섬세한 사람에게 더 힘든가

섬세한 감각과 에너지 누수의 상관관계

HSP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남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합니다. 사무실의 미세한 소음, 동료의 기분 변화, 공기의 온도까지 감지하느라 뇌는 쉴 새 없이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마치 백그라운드 앱이 수십 개 켜진 스마트폰처럼, 가만히 있어도 배터리가 빠르게 닳아버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금요일이 되면 이 배터리가 방전 직전의 상태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휴식 없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안전지대

직장이나 학교 등 외부 공간은 HSP에게 있어 끊임없이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곳일 수 있습니다. 온전히 무방비 상태로 쉴 수 있는 안전지대 없이 5일을 보낸다는 것은, 갑옷을 입고 24시간을 지내는 것과 같은 피로감을 줍니다. 심리적, 물리적 공간의 부재는 회복할 틈을 주지 않아 피로를 만성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예기 피로: 시작 전부터 이미 소진되는 이유

주말에 해야 할 밀린 집안일이나 다음 주에 예정된 일정들을 미리 떠올리며 걱정하는 습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에너지를 써버리는 예기 피로는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휴식 시간조차 마음 편히 쉬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뇌가 쉴 틈 없이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느라 과부하가 걸려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무의 향기, 가장 기초적인 도구의 재발견

버티는 것과 뿌리내리는 것의 경계선 인식

우리는 종종 버티는 것을 억지로 참아내는 것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건강한 버팀은 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리듯, 자신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유연하게 서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시더우드의 향은 우리가 억지로 힘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지에 몸을 맡기고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도록 돕는 감각적인 가이드가 되어줍니다.


감각의 닻(Anchor)으로서의 나무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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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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