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숭배 영적인 의미를 담고 있던 나무
레바논의 산맥에서 자라나는 시더우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언급되고 오랫동안 숭배받아 온 향기로운 나무 중 하나이다.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하게 뻗은 자태와 수천 년을 견디는 단단함, 그리고 벌레와 부패를 막아주는 향기 덕분에 고대인들은 이 나무를 '신의 나무'라 불렀다.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부터 솔로몬의 성전 건축, 그리고 이집트의 미라 제작에 이르기까지 시더우드는 문명의 신성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다. 단순히 목재로서의 가치를 넘어, 영적인 힘과 정화, 그리고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매개체였다. 이번 글에서는 시더우드라는 이름에 담긴 고대 언어의 의미를 추적하고,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이스라엘을 거쳐 중세 유럽에 이르기까지 이 거대한 나무가 인류의 역사와 정신세계에 남긴 나이테를 상세히 알아본다.
그리스어 '케드로스', 향을 피우다
시더우드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케드로스(Kédros)'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언어학자들은 이 단어가 '향을 피우다' 또는 '태우다'라는 의미를 가진 고어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고대인들은 시더우드 가지나 수지를 태울 때 나는 묵직하고 그윽한 연기가 신에게 기도를 전달하고 주변의 부정함을 씻어낸다고 믿었다. 나무 자체가 가진 방부력과 해충 기피 능력은 연기로 피워 올렸을 때도 동일하게 작용한다고 여겨졌을 것이다.
그리스어 케드로스는 라틴어 '케드루스(Cedrus)'로 이어지며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로마인들에게 케드루스는 레바논 백향목과 같은 식물학적 의미의 시더뿐만 아니라, 향기가 강한 침엽수 전반을 아우르는 명칭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주니퍼(노간주나무) 종류와 혼동되거나 혼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두 나무 모두 썩지 않는 단단한 목재와 강렬한 향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고대 중동 지역의 언어, 특히 히브리어 '에레즈('Erez)'나 아랍어 '아르즈('Arz)'는 시더우드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단어이다. 이 단어들은 '단단함', '깊은 뿌리', '확고함' 등의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척박한 산악 지대에서도 수천 년을 버티며 거목으로 자라나는 시더우드의 생명력과 물리적 강도를 표현한 이름으로 해석된다. 중동 사람들에게 이 나무는 대지에 깊이 뿌리내리고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었다.
길가메시 서사시와 삼목산
인류 최고의 문학작품인 『길가메시 서사시』에는 주인공 길가메시가 불멸의 명성을 얻기 위해 '삼목산(시더우드 숲)'으로 원정을 떠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숲은 신들이 거주하는 성역으로, 괴물 훔바바가 지키고 있었다. 빽빽하게 우거진 시더우드 숲은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신성하고도 두려운 공간으로 묘사된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나무가 귀한 평원 지대였기 때문에, 레바논 산맥에서 가져온 시더우드는 매우 귀한 건축 자재였다. 수메르, 바빌로니아, 아시리아의 왕들은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고 신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기 위해 거대한 신전과 궁전을 짓는 데 시더우드를 사용했다. 썩지 않고 벌레가 먹지 않는 시더우드로 지은 건물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수메르의 사제들은 향기로운 나무의 수지나 오일을 신성한 의식에 사용했다. 고대 점토판의 의료 및 주술 텍스트를 바탕으로 재구성해보면, 병을 치료하거나 악령을 쫓아내는 의식에서 향기로운 나무 가지를 태우거나 오일을 발랐던 것으로 보인다. 시더우드의 강한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여겨졌을 것이다. 또한 신상(神像)을 깎거나 신전의 문을 만들 때 시더우드를 사용하여, 그 향기가 신이 머무는 공간을 항상 청결하고 성스럽게 유지하도록 했다.
미라 제작과 '케드로스 오일'
고대 이집트인들은 영혼이 사후 세계에서 부활하기 위해서는 육체가 보존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미라 제작 과정에서 시신의 복강에 '케드로스 오일(Cedar oil)'을 주입하여 내장을 녹여내는 방식을 기록했다. 현대의 연구자들은 이 오일이 식물학적 의미의 참시더(Cedrus) 오일인지, 아니면 주니퍼(Juniper)나 사이프러스에서 추출한 오일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두 가지가 혼용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파라오가 사후 세계를 여행할 때 타고 갈 '태양의 배' 역시 레바논 시더로 만들어졌다. 1954년 쿠푸 왕의 피라미드 근처에서 발견된 거대한 목선은 수천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발굴 당시 목재에서 은은한 향기가 났다는 보고가 전해지기도 한다. 또한 귀족들의 관이나 장례 용품, 가구 등도 시더우드로 제작되었다. 이집트인들은 레바논의 비블로스 항구를 통해 막대한 양의 시더우드를 수입했으며, 이는 고대 지중해 무역의 가장 중요한 품목 중 하나였다.
이집트 신화에서 시더우드 수지는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와 연결되어 '오시리스의 피' 혹은 '신의 땀'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이 나무는 죽음을 극복하는 생명력의 상징이었다. 제사장들은 시더우드 수지를 태워 그 연기를 신에게 바쳤으며, 이 향기가 신을 기쁘게 하고 인간의 기도를 하늘로 올려보낸다고 믿었다. 시더우드의 향기는 지상과 천상, 삶과 죽음을 이어주는 영적인 끈으로 기능했다.
솔로몬의 성전과 레바논의 백향목
구약성서 열왕기상에는 솔로몬 왕이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하기 위해 두로 왕 히람에게 레바논의 백향목을 요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성전의 벽과 천장, 바닥을 모두 시더우드로 덮어 돌이 보이지 않게 했으며, 그 위에 금을 입혔다고 기록되어 있다. 성전 내부를 가득 채운 시더우드의 향기는 그 자체로 신의 호흡과도 같았을 것이다. 최고급 자재인 시더우드를 사용한 것은 신에게 최고의 것을 바치려는 경외심의 표현이자, 이 성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염원이었다.
레위기에는 나병 환자가 치유되었을 때 행하는 정결 의식에 백향목과 우슬초, 홍색 실을 사용하라는 규정이 있다. 또한 부정을 씻는 물을 만들 때도 백향목을 태운 재를 사용했다. 고대인들은 이를 종교적인 '정결함'과 연결했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식물들이 가진 항균 및 살균 작용이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었을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육체의 질병을 치유하고 부정한 것을 깨끗하게 하는 데 시더우드의 정화력이 필수적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시편과 예언서에서 시더우드는 힘과 번영, 그리고 하나님의 보호를 상징하는 비유로 자주 등장한다. "의인은 레바논의 백향목 같이 발육하리로다"라는 구절처럼, 깊게 뿌리내리고 높이 솟은 시더우드는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앙과 영적인 성장을 의미했다. 또한, 숲을 호령하는 거대한 나무의 위용은 왕권과 국가의 힘을 상징하기도 하여,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왕들도 자신을 백향목에 비유하곤 했다.
지식의 보존, 도서관과 서적
중세의 학자들과 수도사들은 시더우드 오일이나 목재가 좀벌레나 책벌레를 쫓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귀중한 필사본이나 서적을 보관하는 상자를 향기 나는 나무로 만들거나, 책 표지에 오일을 발라 해충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시더우드는 인류의 지식과 지혜가 시간의 풍화를 견디고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지켜주는 파수꾼 역할을 했다.
귀족들은 값비싼 모피나 직물을 보관하는 옷장이나 상자를 시더우드와 같은 향기 나는 목재로 제작하곤 했다. 나무의 향기는 옷에 배어 은은한 향을 내는 동시에, 옷을 망가뜨리는 나방과 곤충의 접근을 막아주었다. 또한,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이 돌 때, 사람들은 강한 향기가 공기를 정화한다고 믿어 로즈마리, 주니퍼 등과 함께 향기로운 나무 조각이나 오일을 사용하기도 했다.
십자군 전쟁을 통해 성지(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지역)를 방문한 유럽인들은 전설 속의 레바논 백향목을 직접 목격하고 그 거대함과 향기에 압도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시더우드 목재나 오일을 전리품이나 성유물로 유럽에 가져왔다. 이는 유럽인들에게 성서 속의 이야기를 현실로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시더우드에 대한 종교적 경외심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중세의 성당 건축이나 성유물 함 제작에 시더우드가 사용된 것은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신앙심이 결합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고대 수메르의 신화 속 숲에서부터 솔로몬의 성전, 그리고 이집트의 미라와 중세의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시더우드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숨 쉬어 왔다. '향기'와 '단단함'을 의미하는 고대 어원들처럼, 이 나무는 자신을 태워 신성한 향기로 공간을 정화하고, 단단한 몸으로 신의 거처를 지탱하며, 썩지 않는 성질로 육체와 지식을 보존했다. 시더우드의 역사는 인간이 유한한 삶 속에서 영원불멸한 가치를 추구하고, 부패와 소멸에 저항해 온 투쟁의 역사와도 같다. 오늘날 우리가 맡는 시더우드의 깊고 그윽한 나무 향기 속에는,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강인한 생명력과 이를 숭배했던 고대인들의 간절한 염원이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