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마리가 증명하는 금(金)의 명징함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시야가 흐려질 때, 혹은 불필요한 감정의 찌꺼기들을 덜어내고 싶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푸른 잎의 향기를 찾곤 한다. 손끝을 스치는 뾰족한 로즈마리 잎사귀, 코끝을 관통하는 서늘하고 청량한 향취는 복잡하게 엉킨 상념들을 단숨에 베어내고 선명한 감각을 일깨워 준다.
오행(五行)의 순환에서 금(金)은 정제하는 에너지다. 무성하게 자라난 여름의 잔가지를 쳐내고 가을의 단단한 알맹이만 남기듯, 생명 유지에 필요한 핵심만을 수렴하는 명확한 힘을 상징한다. 오행아로마 향기로 세우는 삶의 축, 그 네 번째 여정은 불필요한 것을 걸러내고 본질만을 남기는 잎사귀, 로즈마리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동양 철학에서 쇠의 성질을 종혁(從革)이라 표현한다. 따를 종과 고칠 혁이 합쳐진 이 말은, 기존의 형태를 깨뜨리고 새롭게 제련되어 쓰임새 있는 도구로 거듭나는 변혁의 에너지를 의미한다.
로즈마리가 자라나는 과정은 끊임없는 정화의 연속이다. 척박하고 건조한 환경 속에서도 로즈마리는 잎의 수분을 잃지 않고 사계절 내내 푸른빛을 유지한다. 외부의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단단하고 뾰족한 잎을 틔워내어 생명력을 지켜내는 로즈마리는, 불순물을 태우고 남은 순수한 금속의 단면을 닮았다.
이러한 생존 방식은 로즈마리의 향기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첫 향은 뇌를 깨우듯 서늘하고 날카롭게 다가오지만, 그 이면에는 맑게 정돈된 지성의 공간이 자리한다. 명확함이란 단순히 차갑고 냉정한 태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혼탁함을 걷어내고 진실을 직시하는 결단임을, 로즈마리는 그 향기로 묵묵히 증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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